*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0호: 비틀어 보자'에 실린 기사로,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과거 대학 캠퍼스는 외부의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방패막이자 저항의 출발점이었다. 군사정권은 대학을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보고 총학생회 해산, 사복 경찰 배치 등과 같은 방법으로 철저히 억압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캠퍼스라는 거대한 방패 뒤에서 외부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타인과 토론하며 저항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학은 ‘정치적 통제’ 대상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토론의 장으로 변모했다. 이와 동시에 대학은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소통 역할도 요구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캠퍼스는 지역 주민과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했다. 동대문구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2024년 9월 28일 완공된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조잔디 운동장이 그 예다. 이번 인조잔디 운동장 설립을 통해 동대문구청은 구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와 체육시설 확충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학생들을 위한 복합시설인 '학생성공홀'을 건립하면서 이를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전남대, 서대문구와 인조잔디 설치 협약을 체결한 명지대 인문캠퍼스 등 최근 많은 대학들이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며 캠퍼스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과거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자유와 저항의 공간이었던 대학은, 이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공공성 실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학 고유의 정체성과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공간 공유의 이면…“쓰레기, 외부인 출입 문제”

학생 식당, 인조잔디 운동장 그리고 도서관 같은 공간은 단순한 시설이 아닌 학생들의 일상과 학업, 복지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워질수록 해당 공간의 관리 및 이용 주체가 모호해지고, 그로 인한 갈등도 피할 수 없다.
캠퍼스 내 잔디 운동장과 도서관 1층 카페를 주로 이용하는 주민 김 모 씨는 외대 캠퍼스가 주민들이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유 공간’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캠퍼스를 공유하면서 생기는 반려견 배변, 쓰레기 등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외대 재학생 정 모 씨는 “캠퍼스가 공유된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하지만, 쓰레기나 소음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고 밝혔다. “학생 식당의 외부인 사용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등의 해결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문과학관 학생식당 관계자는 “방학과 달리 개강 이후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교직원이나 인근 타 대학 학생들의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 음식 대기 줄이 길어지고 좌석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식당뿐만 아니라 화장실 등 교내 시설을 외부인이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 및 위생 문제로 인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을 부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캠퍼스 내 개방 공간은 잔디 운동장, 잔디 광장, 도서관 1층 카페 등으로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식당은 값싼 가격을 가진 학생 복지 시설이다. 학생식당이 ‘지역 사회와 협력하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인지, ‘학생들의 균형 잡힌 식사를 보장받는 복지 공간’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학생 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한국외대 학생 이 모 씨는 “학생 식당의 이용 주체와 공간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 학생 복지의 본질이 희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다 보면 대학 구성원인 학생의 권리가 훼손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식당의 혼잡, 복지 서비스의 과잉 수요, 일부 이용자의 비매너 행위 등은 ‘공공성’이라는 명분 아래 묻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몰리는 점심 시간대에 외부인과 함께 줄을 서야 하거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권리 침해로까지 인식될 수 있다.
지역 사회, 대학 구성원과의 균형

위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은 공간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시간대별 이용자 구분, 이용 수칙 고지 등 구체적인 기준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 프로그램처럼 학생증 확인 등의 절차를 도입하거나, 특정 시간대를 학생 전용으로 설정하는 방식은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대학 캠퍼스 개방은 '대학의 상생'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이뤄져야 할 과제다.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동시에, 대학 본연의 교육과 연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구성원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캠퍼스가 단순히 시설을 공유하는 장소가 아닌, 대학과 지역이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 시작될 것이다.
김수연 기자(sgim5655@hufs.ac.kr)
조경식 기자(jort0411ky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