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언론사 채널PNU가 개교 80주년을 앞두고 부산대 언론사 발행물의 역사를 조명하고, 대학언론의 역사와 가치를 다룬 특별기획 세미나 ‘함께 쓰는 부산대 80년의 역사’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학언론 발행물의 가치와 기능을 되짚으며, 동시에 대학언론이 마주한 위기 상황과 극복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세미나를 주도한 채널PNU는 과거 별도로 존재했던 부대신문, 부대방송국(PUBS), 효원헤럴드(영자신문)을 통합해 2022년 새롭게 출범한 종합형 대학언론이다. 현재는 TBN부산교통방송, KNN 뉴미디어국, 코리아 중앙데일리, KBS 부산 등과 협력해 지역 주요 소식 전달도 함께하며 대학 내 언론을 넘어 학생-대학-지역사회 간 상생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대학교 대학본관 대회의실에서 이루어진 세미나는 정혜진 부산대학교 언론사 주간교수의 환영사와 황성욱 전 주간교수의 축사로 시작됐다.
정혜진 주간교수는 “2022년 3월 세 언론사가 채널PNU로 통합 개편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지만, 그간 쌓아온 귀중한 발행물들이 수십 년째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구성원들이 제대로 열람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 세미나는 과거로 회부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산대 언론사 발행물의 역사적 가치와 기능을 학내 구성원과 함께 공유하고, 그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황성욱 채널PNU 초대 주간교수도 “누군가 10년 가까운 교수 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부산대 언론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일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미나는 오랜 시간 대학언론을 연구한 3인의 발표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고나은 부산대학교 80년사 편찬위원회 연구원은 ‘학보사 기록의 역사성’이라는 주제로 부대신문의 역사적 가치와 아카이빙의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고나은 연구원은 먼저 부대신문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부대신문의 창간부터 위기론 대두 시기까지를 4개 기간으로 구분하며 발표를 시작한 고나은 연구원은 이어 대학신문(서울대), 강대신문(강원대), 충북대신문(충북대) 등 다양한 지역 거점 대학교의 아카이빙 실태를 분석했다. 고나은 연구원은 “고등 교육기관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관의 책임이고, 동시에 대학 기록을 장기간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아카이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카이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나은 연구원은 계속해서 “전체가 디지털 아카이빙된 자료를 개방하면 연구자나 대중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개별 검색 시스템 구축과는 달리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역설했다. 전반적인 맥락 파악을 통해 아카이빙된 자료는 저널리즘, 홍보, 학술, 교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부산 지역사회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는 해석이다. 고나은 연구원은 “부대신문의 아카이빙이 단발성·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는 대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연구자와 대중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 오대영 한국대학언론협의회 회장은 ‘대학언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대영 회장은 “대학언론은 코로나19를 전후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오대영 회장은 대학언론의 사회적 의미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1995년과 2025년 대학언론 통계를 비교하며 “신문사 운영 대학 비율은 90.7%에서 71.4%로, 방송사 운영 대학 비율은 88.9%에서 67.7%로 약 21%p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학언론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오대영 회장은 △ 콘텐츠의 질 향상 △ 생산 방식 혁신 △ 유통 혁신 △ 학생 대상 홍보 강화 △ 대학의 지원 확대 △ 외부 언론과의 연계 확대 △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결 등 대학언론의 역할 증대를 위한 제언으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 발표에서는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위원이 ‘대학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다뤘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1992년 세계일보에 보도된 대학언론의 위기를 언급하며 “위기가 처음 발견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난과 예산 삭감, 대학 측의 취재 거부 및 검열 등을 이유로 대학언론이 설 자리를 점차 잃고 있다는 것이 차종관 자문위원의 설명이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대학언론이 대학으로부터 공공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제시했다. 대학의 검열로 대학언론의 문제 제기 기능이 위협받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니 독자에게 외면받으며 인력난, 예산난 등 모든 위기 요인이 촉발된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차종관 자문위원은 “MBC나 조선일보처럼 영향력 있는 중앙 언론이 전국 개별 대학의 모든 이슈를 일일이 다루지는 않는다”며 “대학언론이 없다면 대학 공동체의 문제와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대면할 창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대학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 체계적인 기록 보존과 아카이브 구축 △ 대학언론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 대학언론 간 연대 구축 등을 제시했다.
세미나는 발표 내용에 대한 종합토론으로 끝을 맺었다. 토론에는 박성제 연합뉴스 기자(부대신문 동문),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이원준 국제신문 기자(부대방송국 동문), 서지인 국무조정실 기록연구관, 조승완 전 부대신문 국장 등 5명이 참여했다.
박성제 기자는 과거 편집국장 시절 진행했던 아카이빙 작업이 남아 있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며 “80주년에만 반짝 관심을 가져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며, 각 호가 발간될 때마다 이를 어떻게 역사적으로 보존하고 재생산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현실적인 제안도 이어졌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대학언론은 대학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부산대 내부나 연구자 중심보다는 시민들도 볼 수 있는 방식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서지인 기록연구관은 “아카이브 작업은 역사적·사료적 가치 등 대중적인 당위성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며 “어떻게 일반 시민들에게도 기록물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지지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영 회장도 서지인 기록연구관의 의견에 공감하며 “아카이빙은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정당한 명분도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아카이빙 범위와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박정희 사무국장은 “현재의 아카이빙 방식은 부대신문에만 집중되어 있고, 부대방송국이나 효원헤럴드는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추가적인 계획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원준 기자는 “지면을 단순히 PDF로 스캔하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기사나 자료를 찾기 어렵다”며 “아카이빙의 첫 단계로 스캔과 동시에 데이터화, 그리고 메타데이터의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승완 전 국장은 “대학언론 기자들은 일주일 중 5~6일을 편집국에서 일하는데, 그 시간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 3배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대부분 ‘열정페이’로 일하고 있다”며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기자들 대부분은 본인만의 정의감 등으로 활동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채널PNU가 자리를 잡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미루던 아카이빙을 해결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며 “대학언론인의 처우와 아카이빙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차종관 자문위원은 부산대 대학언론인들에게 △ 대학언론인 스스로의 편집권 인지 △ 에브리타임보다는 현실에서 의제 찾기 △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에 관심 가지기를 강조하며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위기를 물려주지 말자”는 발언을 끝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조승완 전 국장은 행사 후 인터뷰에서 “많은 대학언론도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오늘 세미나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을 보며,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도와주실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승완 국장은 끝으로 “현재 힘든 대학언론이 있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회생의 계기를 잡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