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2 (월)

대학알리

[기자수첩] '가짜동아리 배후기업'은 대학생들의 절박함을 파고들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취재기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실제로 들어오셔서 어떻게 1~2주가 돌아가는지 '직접' 보시면 더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주)O사 대표 ㄱ씨는 기자에게 연합동아리 체험을 권했다. 우리 커리큘럼은 ‘진짜’라고, 직접 와서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의 항변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연합동아리가 제공하는 커리큘럼 덕분에 좋은 스펙을 쌓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이 구조를 운영하는 데 쏟아온 노고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커리큘럼이 '좋다', '나쁘다'와는 별개로, O사와 3개 연합동아리가 대학생들의 눈을 가렸던 기망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들은 O사의 존재도 몰랐을뿐더러, 활동비가 O사에 귀속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합동아리 구성원들이 따랐던 리더는 월급을 받고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투명성의 실종이다. 추산된 활동비가 2억5000만 원이 넘는데도 ㄱ씨는 "우리는 적자 사업이며, 회계 장부는 없다"고 말했다. 이 기형적인 구조가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엔 대학생들의 절박함과 불안함이 존재했다.

 

취재하며 만난 동아리원들에게 '어떻게 수십만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내면서 활동의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이거라도 해야 되고", "다들 하고 있길래"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안한 취업 시장에서 대학생들은 합리적 의심보다 당장의 스펙 한 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절박함은 꽤 돈이 되는 비즈니스다. 헤어진 연인을 잡아준다는 재회 상담 업체, 1회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입시 컨설팅, 그리고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까지. 사람은 절박해질 때 가장 취약해진다. 누군가는 늘 이 빈틈을 파고든다.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도 정확히 이러한 매커니즘에서 출발했다. '빨리빨리' 사회, 뒤처짐이 곧 생존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대한민국이기에 우리는 더 많은 사각지대를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불안을 먹고 자란 이 비즈니스의 끝에 남은 것은, 대학생들의 '성장'이 아닌 '상처'뿐이었다.

 

B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는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을 두고 "이 사회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너무나 '초를 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김예원(가명) 씨 역시 "남의 꿈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이어 "대한민국 취업이 얼마나 힘들길래 우리가 돈까지 줘가며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싶어 참으로 씁쓸하다"며 "세상에 '등쳐먹혔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로 그 참담함을 대신했다.

 

"등쳐먹혔다." 그 한마디가 기자의 수첩에 오래도록 남았다. 이제는 우리가 이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 절박한 사람들이 더 이상 취약해지지 않게 말이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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