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8 (수)

대학알리

동아리⋅대외활동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장, 알고 보니 '배후기업 O사 직원'
배우 구인 플랫폼에 올라온 '교육 서비스 홍보 모델' 구인글
'가짜 회장'이라도 필요했던 이유…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사업, 회계 장부는 없다" (1/30 발행)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2/2 발행)
 


 

단순 '후원사' 아니었다…연합동아리 회장 활동한 '배후기업 직원'
 

 

3개 연합동아리의 후원사라고 자칭한 '(주)O사'는 단순히 연합동아리의 기획·운영에 개입한 것을 넘어 직접 활동까지 수행했다. O사 직원이 직접 A 연합동아리(마케팅) 회장으로 활동한 것이다. 2023년 8월, A 연합동아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O사 직원 ㄴ씨는 ‘A 연합동아리 대장(A 연합동아리의 회장 역할)’으로 직접 출연했다. 영상에 나온 ㄴ씨의 얼굴은, 몇 주 뒤 O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단체사진 속 인물과 동일했다.

 

ㄴ씨는 A 연합동아리 회장으로서 영상 출연에 출연하는 동시에 O사의 직원으로서 3개 연합동아리에 대한 실질적인 역할도 수행했다. B 연합동아리(엔터테인먼트) 파트장(팀장)이었던 김하준(가명) 씨는 "파트장 면접 당시 ㄴ씨에게 면접을 봤다"고 증언했고, B 연합동아리의 앰배서더 박영환(가명) 씨 역시 위 사진을 보여주자 "이분이 앰배서더 면접을 했던 분이 맞다"고 답했다.

 

"홍보 모델 구합니다"…배우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배후기업 직원의 게시글

 

이에 더해 O사가 연합동아리에 ‘가짜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배우를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2023년 5월, 소규모 영화 제작사와 신인 연기자를 연결해 주는 커뮤니티 겸 플랫폼 사이트 '필름메이커스'에 한 구인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에서 ㄴ씨는 '대학생 교육 서비스 홍보 모델'을 구인했다.

 

 

유튜브 채널 출연·면접 미팅·제휴 미팅·행사 MC까지, 구인글이 제시한 주요 업무는 3개 연합동아리 회장의 업무와 일치했다. 각 회장은 월 60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성과급 형태로 급여가 추가될 수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공고 내용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모집과 거리가 멀었다. 해당 구인글에서는 우대사항으로 '학벌이 사회적으로 명문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전공 상관 x, 일반 잘나가는 대학생의 느낌이면 좋음', '각 학교 홍보 모델 경험이 있는 경우', '아나운서/캐스터 지망생 중 아직 4학년 혹은 졸업 유예인 자' 등을 제시했다.

 

 

해당 구인글은 지원자의 필요 역량을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대본, 콘텐츠를 기반으로 교육 서비스와 본인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명시하며 '본인이 급여를 받고 진행하는 홍보 모델임을 확실히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거대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끈 회장은 O사에서 급여를 주고 고용한 계약직 직원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전문 역량이 아닌, 학벌과 외모를 바탕으로 선발됐다. 좋은 이미지와 연기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가짜 회장으로 세워 연합동아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취재 당시 A 연합동아리 회장은 모 법무법인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B 연합동아리 회장은 모 공사 홍보 영상에 배우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C 연합동아리 회장은 모 서울권 사립대학 홍보대사 출신이다.

 

A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대학생 한재연(가명) 씨는 "활동 당시 회장에게 '어떻게 회장이 되셨느냐'고 물었을 때, 본인은 이곳에서 활동했던 기존 부원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며 "자신은 추천을 받았다거나, 발탁이 되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B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는 O사가 연합동아리 공동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돈으로 고용된 연기자가 리더였다는 사실을 안 이상, 연합동아리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동료들과 연합동아리의 운영 체계 전체가 가짜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알리>는 ‘가짜 회장’에 대한 의혹과 입장을 듣기 위해 각 연합동아리 회장들에게 개별적인 연락을 취해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홍보물엔 '학생자치단체', '대학생 동아리 조직'…배후기업 존재 쏙 뺐다

 

 

3개 연합동아리의 플랫폼별 홍보 방식을 조사한 결과, 실질적 운영 주체인 O사의 명칭은 홍보물 전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전국 대학 연합 동아리'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며, 대외활동 플랫폼인 링커리어에서는 기업 형태를 '동아리/학생자치단체'로 설정하여 공고를 게시했다.

 

법무법인 리버티 홍지형 변호사는 "실질적 운영 주체에 관한 정보는 대학생들의 가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인 만큼,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대학생은 위 표현을 보고 대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순수 동아리라고 인식할 개연성이 있다"고 짚으면서도 "실무적으로는 이러한 차이가 '과장'을 넘어 본질적 사실의 은폐로 인정되지 않아 법 위반으로까지 판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법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학생사회의 반발…"학생자치 아니면 '동아리' 간판 떼라"

 

이 사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시각은 단호하다. 김표훈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O사가 사실상 운영하는 3개 연합동아리를 향해 "전혀 연합동아리나 학생단체로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회장은 "학생자치단체의 주체는 반드시 학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업의 일반적인 대외활동인 '앰배서더(홍보대사)' 모집과 O사의 방식을 비교하며 "통상적인 기업은 공식적으로 앰배서더를 모집하여 그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만, O사가 '연합 동아리'라는 명칭을 고집한 것은 더 많은 대학생을 비용 없이 끌어들여 본인들의 영리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실질적인 인사권과 회계권을 행사하면서 '동아리' 명칭을 사용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학생자치를 넘어선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기업에 의해 고용된 홍보 모델이나 직원이 리더를 맡는 구조에 대해서는 "대포 통장과 같은 '차명' 조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손준배 서울대학교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은 3개 연합동아리에 대해 "종합해 생각해보았을 때 대학 연합동아리 내지는 학생단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조직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동아리나 학생단체에서 활동해 온 실제 회원 중 내부 합의나 선출을 통해 대표자를 뽑는 것이 학생자치의 당연한 상식"이라며, "외부 기업에 의해 고용된 홍보모델이나 직원을 대표자로 내세울 경우 자치성과 자주성이 크게 훼손되므로 학생단체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O사 측이 연합동아리 운영에 있어 학생자치를 표방한 적이 없다면, 실제 홍보물에서도 '동아리'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 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동아리라는 명칭 자체가 대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문화들을 창달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자치의 본질을 설명했다. 이어 "일반 대학생들은 분명히 학생들끼리의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동아리에 가입했을 것이고, 특정 법인이 운영하며 운영비가 그 법인에 귀속된다는 것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생이 아닌 특정 기업이 인사권과 회계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학생 연합 동아리'나 '학생단체'가 아닌 기업에 소속된 서포터즈나 다른 명칭으로 불려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라며 조직의 정체성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가짜 회장'이라도 필요했던 이유…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3개 연합동아리는 모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동아리 사회기여활동 지원사업 '서울 동아리ON'의 수혜를 받았다. 서울 동아리ON은 대학생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연합동아리의 경우 최대 50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모집 개요에 따르면, 동일 유사사업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국비·시비·구비 등을 지원받고 있거나 지원받을 예정인 동아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동아리ON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대학생으로 구성된 동아리를 지원하려고 만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알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3개 연합동아리는 모두 최대 지원금액인 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기업이라는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3개 연합동아리가 모두 보조금을 수령한 것이 사업 본연의 취지와 부합하는지, '부정수급'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서울시는 3개 연합동아리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운영주체에 의해 운영되거나 별개의 단체로 가장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각 동아리들이 활동 계획서 및 보조금 집행 지침에 맞게 보조금을 적절히 집행했는지 내부 검토, 회계 감사 등을 통해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리버티 홍지형 변호사는 "3개 연합동아리의 행위가 서울시 측으로 하여금 각 연합동아리를 독립적인 대학생 자치 활동으로 오인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면 형법상 '사기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민사상 책임으로 서울시는 보조금법에 근거해 지급된 보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으며, 반환해야 할 보조금의 최대 5배까지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물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할 수 있다.

 

행정 제재로는 서울시가 O사와 3개 연합동아리를 향후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보조사업 수행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 아울러 위반 행위의 내용과 함께 O사 및 3개 연합동아리의 명단이 공개되는 공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대학알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보조금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3개 연합동아리는 지원받은 보조금을 주로 동아리 행사 식비나 다과비, 소모품 구입비 등 운영 전반의 지출을 메꾸는 데 사용했다. 이미 동아리원들로부터 한해 동안 수억 원의 활동비를 걷은 정황이 있음에도, 정작 연합동아리 운영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지출은 서울시의 보조금으로 해결한 것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제40조'에 따르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받거나 지급받은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는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는 법에 의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홍지형 변호사는 "O사가 3개 연합동아리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자신임을 숨긴 것은 소극적 행위로, 형식상 별개의 연합동아리인 것처럼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부적절한 회장을 내세운 것은 적극적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O사는 지난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 공식 마케팅바우처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측은 '다중수급'의 기준에 대해 "국가나 서울시 외 다른 지자체 및 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 연합동아리의 실질적 운영 주체인 O사가 지자체 보조금을 수령한 동시에, 기업으로서 정부 지원금까지 받은 구조가 성립된다면 이는 공적 자금의 다중수급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본 기사는 영향력 확산을 위해 <프레시안>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공유자료)>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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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O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
2. A(마케팅), B(엔터테인먼트), C(기획) 연합동아리 운영 및 수익 구조를 아시는 분
3. 기타 유사 위장 동아리의 기망적 운영 사례를 겪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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