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채용은 240만8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취업 빙하기, '1주일에 커피 몇 잔 값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달콤한 문구들 사이에서 청년들은 한두 푼씩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낸 비용은 인당 수십만 원, 전부 합쳐서 억 단위를 넘어선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을 노린 연합동아리의 몸집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기획을 준비했다. 수백명의 대학생이 속한 3개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겉으로는 자치적인 대학생 동아리처럼 보였던 이들은 실제론 배후기업 '(주)O사'가 기획·운영하는 가짜동아리로 밝혀졌다. 대학생에 대한 O사의 기망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배후기업 (주)O사의 반론은 시리즈 3번째 기사에 실립니다.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시리즈
① [단독] 억대 활동비, 깜깜이 회계…'가짜동아리 배후기업' 있었다
② [단독] '고용된 배우'와 '배후기업 직원'까지…가짜 동아리 회장으로 서울시 보조금 노렸나
③ [단독] 가짜동아리 배후기업 O사 "우리는 적자 구조, 회계 장부는 없다"
④ 취업난에 우는 대학생들…'가짜동아리'에 두 번 울지 않으려면
좁아진 채용의 문, 빠져나오지 못하는 '스펙 다단계'의 늪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펙 다단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취업을 위한 인턴, 인턴을 위한 연합동아리, 연합동아리를 위한 교내학회, 교내학회를 위한 교내동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스펙 다단계의 기저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 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30대 이하 신규 채용은 240만8000개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만6000개로 감소했다. 2018년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이자,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약 44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이다.
신규 채용 시장이 위축될수록 기업은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실무 경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인턴 등의 기회를 얻기 위해 연합동아리나 교내학회 등 이른바 ‘스펙을 위한 스펙’부터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점차 좁아지는 채용의 문 앞에서, 대학생들은 소속된 동아리의 운영 주체나 비용 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불공정한 측면을 발견하더라도 선뜻 뛰쳐나오지 못하게 된다.
전문가들 한목소리…"청년의 불안한 심리 이용했다"
과거 국민취업지원제도 및 청년창업취업 지원센터 상담사로 활동했던 다윗(가명) 전문상담사는 "과거부터 스펙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많았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의욕이 꺾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 채용 시장에서는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채용의 문이 더 좁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윗 상담사는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의 사례를 듣고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한 홍보가 (대학생들에게) 잘 먹혀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의 문이 점차 좁아지며 연합동아리 활동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을 지불했을 때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취지다. 그는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만 24세 이하는 청소년"이라며 "어려운 일을 겪을 때는 부모님이나 교수님 등 '믿을 만한' 분들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흔히 말하는 '청년실업' 현상과 관계가 깊다"며 "동아리 활동의 미끼가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에 걱정이 없다면 이러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청년실업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기만적 사업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또한 "(가짜동아리 현상은) 오늘날 취업난 문제와 연결시켜서 설명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절박한 사람들이 많다"며 "고학력 청년들 취업난 문제를 이용하려는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리원들 "O사가 운영한 것은 착취 비즈니스다"
동아리원들은 O사가 운영한 3개 연합동아리의 본질을 '착취 비즈니스'라고 규정하며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A 연합동아리 출신 김예원(가명) 씨는 "착취 비즈니스라는 말에 너무나 동의한다"며 "세상 물정 모르는 20~21살 어린 대학생들이 홍보물만 보고 들어와 자신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연합동아리 계정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배후에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것은 100% 착취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B 연합동아리(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했던 최승희(가명) 씨 역시 기망에 바탕한 착취 구조의 본질을 비판했다. 최 씨는 "1주일에 커피 3~4잔 값이면 활동과 스펙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합산해보니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의 6분의 1인 60만 원에 달했다"며 "커피값이라더니 결국 60만 원이 나오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모든 착취의 기본 구조는 '꾸며짐'이며, 그 꾸며짐에 현혹되게 만들어 착취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즈니스'는 결국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말인데, 그 사적 이익을 학생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취 비즈니스'라는 두 단어의 합이 현 상황과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참여 동아리원들의 제언…"확인하고 가입할 것"
A 연합동아리(마케팅)에서 활동했던 위지혜(가명) 씨는 "이미 납부한 활동비가 고액이라 중도에 그만두기 아까웠고, 탈퇴 시 보증금 3만 원도 돌려받을 수 없는 규정 때문에 나갈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예원 씨는 "가입 당시만 해도 수료까지 총 5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활동비의 총액이 얼마인지, 특히 운영 주체 등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고 가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승희 씨 또한 "향후에는 감사 체계가 확실하고 운영이 투명한 연합동아리인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승희 씨는 "보통의 대외활동은 기업을 위해 홍보 활동을 하면 활동비를 받으며 일한다"며 "하지만 O사가 운영한 연합동아리에서는 나의 노동의 값을 인정받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내가 돈을 낸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인데, 과연 이곳이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십만 원의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인지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합동아리, 법·제도적 안전망 필요하다
일반적인 교내동아리는 대학별 총동아리연합회 회칙 등에 기반해 자치적으로 개설되는 데 비해, 연합동아리는 제도적인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대부분은 건전한 활동과 투명한 회계를 이어가지만, 일부 연합동아리는 교내동아리에 비해 과장된 활동 혜택이나 결과물을 내세우며 대학생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고유번호증'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인격이 없는 사단이나 임의단체에 발급되는 고유번호증은 본래 수익 사업을 하지 않는 단체에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영리 활동을 벌이며 조세 및 감독 당국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 사례가 발생했다.
법무법인 지향 박갑주 변호사는 "고유번호증은 과세자료 처리 등을 위한 것일 뿐 사업자에게 사업을 허용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단체가 계속적·반복적으로 수익 사업(동아리원들에게 사실상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활동비를 받는 행위)을 영위할 경우,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 대상이며 해당 수익에 대한 납세 의무를 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O사가 실질적으로는 영리 활동을 하면서도 비영리임의단체의 외관을 이용해 과세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면, 이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손준배 서울대학교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 도입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서울시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연합동아리 인증 및 등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학생자치단체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불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가진 곳들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등록 요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동아리임을 확실히 증명하고, 자격 조건에 부합하는 단체에 한해 정부가 '인증 연합동아리'로 공인해주는 방식이 도입된다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손 회장과 김표훈 고려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이러한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의 실체를 확인한 이상 에브리타임 등에서 해당 단체들의 홍보 및 모집 활동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지역대학 동아리연합회장단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 사안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및 블랙리스트 등록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학생을 위한 '가짜동아리 체크리스트'
대학생들이 가짜동아리와 배후기업 등으로 인한 기망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대학알리>는 연합동아리 가입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살펴보길 제안한다.
1. 운영 주체가 기업인지, 학생자치단체인지 명확히 공개하는가?
2. 활동비 총액과 구체적인 사용 내역(결산안)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가?
3. 회계 장부 확인이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지 않는가?
4. 대표자 선출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한가?
*본 기사는 영향력 확산을 위해 <프레시안>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공유자료)>에 동시 발행됐습니다.
서지우 기자 (04hamziw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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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O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
2. A(마케팅), B(엔터테인먼트), C(기획) 연합동아리 운영 및 수익 구조를 아시는 분
3. 기타 유사 위장 동아리의 기망적 운영 사례를 겪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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