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에 무너지는 학생 사회
잇따른 선거 무산, 기능 잃어가는 총학생회
성공회대 제33대 총학생회 보궐선거가 무산되었다. 4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에 걸쳐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학생회 보궐선거는 입후보자 무등록으로 무산되었다. 이번 선거의 무산으로 성공회대는 계속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게 되었다.
앞서 무산된 지난 학기 총학생회 선거에는 2팀의 선거본부가 입후보하였으나, 2팀 다 경선과정에서 선본 구성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 되었다. 이에 선거본부 ‘비온’은 자체해산을 하였고 또 다른 선거본부 ‘운동화’에는 투표 보이콧과 반대투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무산되었다. 더 나아가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며 학내 담론 형성이 어렵게 되었다.
황도현 전 성공회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학부제로 바뀌며 학교 회칙을 다시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데, 논의 주체와 논의 대상을 주도해야하는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은 점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렇게 총학생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성공회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학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한때 학생운동의 상징이었던 연세대는 2016년 11월부터 총학생회장은 공석이며, 한양대 또한 올해 총학 선거가 무산되었다. 그 외 여러 대학들이 총학생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총학생회 선거 무산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은 경우, 두 번째로 투표율이 낮아서 무산된 경우이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지난 3월 치러진 총학생회 보궐선거에서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모두 무산되었다. 이 두 학교는 작년 12월 선거에서도 투표율 미달로 투표효력이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12월에 치러진 총학선거에서 한국외대, 서울교대, 인하대, 경북대, 가톨릭대는 입후보자가 없어서 선거가 무산되었고 경희대, 시립대, 한국외대(글로벌), 한국해양대는 각각 투표율 미달 및 찬성 정족수 부족으로 선거가 무산되었다. 선거가 성사가 된 학교 또한 연장투표를 하여 어렵게 투표율을 채우는 것이 현실이다.
ⓒ 성공회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세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양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연세대 재학생 A는 “나 하나 살기 바쁜데 그런 데 관심가질 시간이 없다”며 학내 정치적 사안에 관심을 가지기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사회적 상황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황도현씨는 “예전에는 민주화로 대변되는 굵직한 사회 의제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사회 의제가 줄고, 경쟁적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취업을 위해 개인의 성취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총학생회의 존재 퇴색과 그로 인한 불신이다. 최근 총장의 대학 사유화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서울예술대학교는 총장 퇴진 시위 과정 중 학생들과 소통 부재라는 명목 하에 총학생회가 사퇴하였다. 서울예대 재학생 B는 “총학은 학교의 문화나 실질적인 지원을 개선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퇴를 하는 것은 학생들을 위해 일해야 할 총학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짐을 주는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이 사례 외에도 중앙선거위원회가 특정한 선거본부를 지지한다는 의혹을 받은 경기대, 선거 규칙이 지나치게 부족하여 중앙선거위원회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아주대 등 다른 사례들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필연적으로 총학에 대한 학생사회의 불신을 증폭시킨다.
한편 성공회대의 선거무산에 관해 '선거의 세부일정'도 자유로울 수 없다. 12월에 치뤄진 선거의 경우 유세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했고, 후보자 토론회는 한번 뿐이었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접촉할 기회가 적었고, 관심을 갖더라도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러한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 부족은 선거의 기능인 ‘정책과 지향의 검증’ 및 ‘정책과 지향에 대한 공동체 내의 활발한 토론 형성’을 어렵게 했다.
학생사회는 총학생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B씨는 “총학이 아무리 권위가 떨어졌어도, 학생과 학교를 잇는 하나의 창구로서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황도현씨는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모든 말의 전제는 학생들을 위해 일을 하는 올바른 총학의 존재일 것이다.
학부제로 개편하며 학생사회에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그렇기에 우리 학생 사회는 더더욱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과 학생대표들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