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한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3학번 강준혁입니다. 아주대학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아주대학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아주대학보>는 1974년에 창간되어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한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바른 정보를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이념을 모토로 가지고 있는 아주대학교 학보사입니다. 지면은 시험과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3주에 한 번씩, 1년에 10회 발행하고 있습니다.
<아주대학보> 역시 타 대학 학보사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예산을 받지만, 2000년 김덕중 총장 퇴진 운동 당시 기자들의 투쟁을 통해 편집권을 얻어 기사 소재 선정부터 발간까지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진행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주간 교수나 간사, 총장 등 누구에게도 먼저 글을 보여 주지 않아요. 무언가를 쓰겠다고 했을 때 제약을 가하는 인물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 타 학보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부터 검토까지 전부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거죠.
또 <아주대학보>는 독자들의 기고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해요. 학보를 읽고 피드백을 남기거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두죠. 보내 주시는 피드백은 계속 읽어 보고,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때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학보에도 표기 지침 정도만 수정해서 그대로 올리죠.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2023년 11월 <아주대학보>에 처음 입사했습니다. 그때 제 동기 두 명 정도가 학보사에서 저보다 먼저 활동을 하던 중이었고, 그중 한 명이 작년 편집장을 맡았죠. 제 동기가 편집장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들어가게 되면 동기들과 활동을 같이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열정이 막 넘쳤던 시기였거든요. (웃음) 동기들이 학보사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까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도 들어서 처음에 <아주대학보>에서의 활동을 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Q. 최근 <아주대학보>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던 건 <아주대학보> 690호, 3월 중순에 나갔던 신문이었습니다. 당시 아주대학교 안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려고 했으나 학생처의 개입으로 무산된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 사건을 다룬 보도 기사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로는 <아주대학보> 기자 중 하나가 직접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해 보고 특파원으로서 느낀 점을 남기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첫 번째 기사 내용, 그러니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무산시킨 학생처의 개입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세 기사가 독자들, 전직 기자들, 학교 내부 커뮤니티, 나중에는 외부 커뮤니티까지 퍼지면서 한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제가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잘못도 있겠죠.
Q. 나머지 기사들은 어떻게 됐나.
앞서 두 번째 기사가 논란에서 멈췄다면, 첫 번째 기사는 <아주대학보>의 재인쇄로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처음부터 소재가 소재인 만큼 개인의 가치 판단이 들어갈 내용은 전부 배제하고, 탄핵 반대 집회의 주최자와 학생처 대표자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했어요. 그러나 최종적으로 학보에 실린 기사에 대해 학생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문장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이야기가 주요 골자였는데요. 지금 기사를 보시면 ‘지난 7일 학생처가 교내 정치적 목적의 집회를 불허하고 위반 시 학칙에 따라 엄정 조치될 수 있다는 공문을 게시했다’고 수정됐는데요. 원래는 ‘위반 시 학칙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공문을 게시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학생처에서는 이 내용을 강하게 문제로 삼으면서, 이러한 표현은 학생처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도 수정됐고, 지면도 가능하면 재인쇄를 해 달라는 학생처의 요청에 따라 지면도 재인쇄를 진행하게 됐죠.
원래 학생처가 원했던 워딩은 ‘교내에 갈등 발생 소지가 있는 집회가 있으면 학교가 학칙에 따라서 금지할 수도 있다’는 식이었는데요. 당시 공지사항을 보면 그런 말들은 적혀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도 표현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고, 바꾸되 공지사항에 있던 대로 수정하겠다고 이야기했죠. 결론적으로는 지금 온라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위반 시 학칙에 따라 엄정 조치될 수 있다’는 정도로 바뀌어 재인쇄가 진행됐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학칙에 따라 처벌하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의도가 있던 것이 맞았고, 그래서 중대한 사실 관계 오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선에서 바꿀 수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온라인 기사만 바꾸는 선에서 멈춰야 했어요. 결국 기존에 배포했던 학보를 전부 수거해서 재인쇄를 하게 됐는데, <아주대학보>의 편집권과 관련해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 같아 후회가 큽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질적으로 대학언론이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기에 대학언론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안 언론으로 기능했죠. 하지만 현대 사회는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대학언론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보여 주기 어려워진 거죠.
편집권이 독립되지 못한 부분 역시 기자들의 활동을 제약했을 것이고, 대부분의 학보사들이 학교 예산에 종속되다시피 하고 있으니 예산 측면에서 활동의 다양성이 제약된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 아니면 알아내기 어렵거나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은 정보들을 세상에 대신 낼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대 상황, 학교와의 관계가 어렵게 만든 거죠.
저는 또 기자 수급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최근 많은 학보사들의 글을 읽어 보면 기자 수급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희는 아직 기자가 부족한 실정은 아니지만 하나 느껴지는 게 있다면, 기자들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주기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고 느껴요. 세 학기를 기본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기자들이 그 전에 퇴사 의사를 보인다면 강제로 잡아두지는 않잖아요. 그런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세 학기를 전부 채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학생 기자 신분에서 정말 전문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 그래도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조금 더 적극적이고 통찰력 있는 관점 제시와 취재가 가능할 텐데, 말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대학생 기자’가 부족해지는 실정입니다.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학언론은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학생들이 알기 어렵거나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에서 대신 목소리를 내면서 대학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건드려 주고, 결국 대학에서 바꾸도록 만들어야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주대학보>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대학언론의 기사가 단순히 대학 공지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더 잘 정리된 대학 공지사항 수준에서 멈추기보다는 학생의 관점에서 대학의 문제점을 찾고, 비판할 수 있는 학보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여러 문제가 있겠죠. 기자들 수급은 점차 어려워지고, 편집권 문제도 여전하고요. 그럼에도 대학언론은 대학을 향해 불편을 이야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대학언론을 과거만큼 많은 학생들이 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지난 겨울에 계엄 사태가 있었죠. 사회가 흔들리고, 대학이 흔들리는 시기가 오니 학생 자치 기구로서, 대학언론으로서의 목소리가 가치를 가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올해 초 많은 대학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던 시기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요. ‘누군가 대신 따져 주는’ 기사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보내 주셨죠. 대학언론이 가치 있는 기사를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대학언론도 빛을 보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대학은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움직여요. 물론 학생회, 교직원 모두 열심히 하시죠. 하지만 사회 조직이 잘 움직이려면 언론이 감시 역할을 해야 하듯, 대학 조직이 잘 움직이려면 결국 대학언론이 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주대학보>는 학기마다 ‘매니페스토’라는 코너를 진행해요. 학생회별로 공약 점검을 진행하는 코너인데요. 사실 매니페스토를 진행한다고 각 학생회에 메시지를 보내면,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던 공약들이 확 이행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결국 모두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학우들의 권익을 지키고, 그들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견제와 감시의 대표자로서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학보는, 더 나아가 대학언론은 결국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존재해요. 대학언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대학언론의 가치는 간단해요. 독자들이 길을 가다가 학보가 배부되어 있는 가판대를 보는 순간, 헤드라인에 한 번 눈길을 주는 순간, 아니면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집어 보는 순간, 과연 무슨 정보가 담겼을지 펼쳐 보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대학언론이 가치를 갖는 순간이죠. 그 순간을 위해, 읽히기 위한 신문이 되기 위해 <아주대학보>도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예산 종속은 편집권 침해로 연결되고, 충분한 경력을 갖춘 기자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대학언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위기론에 대응하는 하나의 몸짓이자, 대학언론의 존재 가치가 만개할 그날을 위한 씨뿌리기다. 모두의 노력이 점철될 때, 대학언론이 가치를 갖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