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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알리 오피니언] 총장님, 박철이 두렵습니까.

 

법학관에서 사회과학관으로 가는 길목에 걸린 '박철 해임 규탄' 현수막. 얼마 전 외대에 촬영을 온 와썹맨도 이 현수막을 보고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사진 - 외대알리)

 

  3월 11일 서울캠퍼스 제52대 총학생회 ‘푸름’ (이하 총학생회)은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철회’ 성명문을 게시하고, 임용을 철회하지 않은 김인철 총장과 학교 본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캠퍼스 내에 걸었습니다. 총학생회는 성명서에서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직에서 해임하라”는 요구와 함께 2016년 7월 박철 명예교수 임명을 반대하며 총장실 점거를 진행했던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자들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 사과하라”는 촉구안을 작성했습니다.

 

지난 11일 총학생회가 게시한 '박철 명예교수 해임 촉구 성명문(좌)  /  성명문에 대한 김인철 총장의 서신(우)

(출처 - '푸름'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이틀 뒤인 3월 13일, 김인철 총장은 성명서에 대한 답변 형식의 서신을 총학생회에 전달했습니다. 김인철 총장은 서신에서 ‘2016년 총장실 점거 당시 징계를 받은 학생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사과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해임에 대해서는 매우 모호한 답변을 했는데,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고 어떻게 하는 것이 외대 공동체를 위한 길인지 고심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특별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과거를 뒤로하고 앞날을 향해 다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사실상 박 전 총장을 명예교수에서 해임할 뜻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박 전 총장이 명예교수로 임용됐던 2016년 여름부터 약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박 전 총장의 ‘교비 횡령’에 대한 1, 2심 및 대법원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벌금형을 결정한 서울 북부지법 1심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상 교비 지출 용도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라고 판결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박 전 총장은 재심을 희망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도 이를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횡령죄에 대한 재심의를 받을 기회조차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규정 제4편 제1장 96 “비전임교원에 관한 규정”을 들여다보면, 제9조 “(임용취소) 명예교수가 그 명예를 손상시킬 만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될 때에는 총장은 명예교수의 추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법과 학칙을 근거로 하면, 박 전 총장이 명예교수직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법부의 유죄 판결은 박 전 총장이 학교의 명예를 손상시킨 사실에 대한 가장 명백하고 타당한 증거입니다. 논리적으로, 또 상식적으로 박 전 총장의 명예교수 해임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김인철 총장은 법리와 상식을 모두 저버렸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이 수차례에 걸쳐 명예교수 해임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법적 절차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김인철 총장은 "과거는 과거로 묻자"며 모두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과거를 뒤로 하고 앞날을 향해 다 같이 손잡고 나아가자”

“이 같은 마무리가 온전한 치유 방법이자 외대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 

 

  김인철 총장의 '이 같은' 판단은 치유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외대 구성원들에게 상처와 절망감만을 남길뿐입니다.학생들의 해임 요구를 외면하면서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지금에 와서 함께 가자는 말을 하면 어느 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또 사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에 대해 어떠한 처분도 없이 마무리를 하자는 것이 어떻게 치유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외대의 공동이익이 아닌 일부의 이익만을 위한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 아닐지, 정말 외대 공동체 모두를 위한 고심에서 나온 결론인지 묻고 싶습니다.

 

  평소 학교 행사나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김인철 총장은 “나는 사회과학자이자 행정학자”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본인이 행정학자이자 정치학 박사인만큼 그 누구보다 법에 대한 이해가 깊고 논리 정연하다는 자부심에서 나온 말일 겁니다. 그렇다면 박 전 총장을 명예교수에서 해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외대 구성원들에게 논리적으로, 명확한 근거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히 갖고 계시지 않을까요. 어떠한 이유로도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을 합리화할 여지가 없지만, 외대 구성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직에서 해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을 김인철 총장에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단, 박 전 총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의 결정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하며, 외대 모든 구성원들이 완벽하게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이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당장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직에서 해임하는 것이 손상된 한국외대의 명예를 회복하고 동시에 외대 구성원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