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3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영수업, 꿀강이라며!

우여러분들, '야영수업' 알고계세요?

야영생활과 리더십(이하 야영 수업)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인기 교양 중 하나입니다. 양 캠퍼스의 조원들이 2박 3일간 직접 야영생활을 체험하며 리더십을 기르는 것이 해당 수업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야영 수업이 수년 간 매 학기 개설되는 동안, 해당 수업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본 기사는 전달력을 위해 문자, 전화 대면 인터뷰 및 제보받은 사실을 구어체로 재구성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취재원의 보호를 위해 익명 혹은 별명으로 표기했습니다.) 

 

야영 수업은 3일간 경기도 양평 소재의 청운인성수련원에서 진행돼.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별도로 6만원을 지불하지. 이 비용에는 식대가 포함돼 있지 않아서 조별로 음식 재료나 요리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해. 결국 학생들은 평균 10만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거지. 학생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 아닌데, 수업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지불한 비용에 비해 야영지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고 느꼈어. 지금부터 2018년 야영수업을 수강했던 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해.

 

01. 매번 같은 장소, 같은 문제?

 #1 물이 안나와...

 

경영요정 : “야영 수업 자체는 즐거웠지만 시설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어. 단수가 되어 씻는 것은 물론 요리를 할 때도 불편했거든.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이 물을 함부로 사용하여 단수가 된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야영지에 도착한 첫날부터 물이 나오지 않았던 건 야영장 시설의 문제라고밖에 생각되질 않네."

말랑이: “첫날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뒤 씻으려고 긴 줄을 섰는데 바로 앞의 학우가 샴푸를 씻어내던 중에 물이 끊겨서 매우 당황했던게 기억나. 결국 3일 내내 머리도 못 감고 세수만 했어. 가장 불만스러웠던건 둘째 날부터는 변기물도 내려가지 않았다는거? 교수님께서 너희들이 물을 낭비했기 때문에 물탱크가 비어서 급히 물을 모으고 있고, 너희 탓이니 물이 모일 때까지 씻지 말라고 우리를 혼냈어. 그런데 물은 도착한 첫날부터 잘 나오지 않았거든? 물을 낭비할 정도의 시간도 없었고 내가 보기엔 물을 함부로 쓴 학우들도 없었어. 솔직히 학생들이 하루 씻고 식사준비를 했다고 해서 단수가 되었다면 그건 명백한 야영지 시설 자체가 그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능력이 없는거 아닌가?"

볼링왕자:  “단수 관련 문제는 다른 학우들이 잘 설명을 해줬고, 나는 개선에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 나는 1학기에 야영수업에 참여한 뒤 강의평가를 통해 불만사항을 자세히 지적했거든. 함께 참여한 다른 친구는 참여 뒤 교수님께 직접 불만 메일을 보냈다는데. 개선 요구를 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잖아? 1년 전 야영에 참여한 선배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었다는데. 같은 문제가 몇년 째 발생하고 있는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거 아냐?"

 #2 열악한 시설

볼링왕자:  "야영 첫날이었나? 도착할 때부터 내렸던 부슬비가 저녁에 갑자기 굵어져서 텐트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 짐이 젖기 시작해서 우선 짐부터 실내로 옮겼는데 비가 심해져서 도저히 텐트에서 잘 수 없겠더라고. 그런데 수련원에는 우리가 잘 수 있을 만한 실내공간이 없었어. 남학생들은 레크레이션 했었던 강당에서, 여학생들은 좁은 방 안에서 등 맞대고 일렬로 누워서 잤지." 

말랑이: "야영에 참가한 학생 수에 비해 세면시설이 지나치게 협소했어. 지정된 세면시간에는 학생들이 너무 몰려서 세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거든. 몇몇 친구들은 새벽에 몰래 머리를 감기도 하던데 나는 아까 말했듯 3일 내내 샤워를 못했어. 야영지에 얼추 백명은 되는 여학우들이 있었는데 여자 샤워실은 정말 좁았어. 아마 샤워기가 6대 정도 있었나?"

경영요정: "식사 공간도 협소했어. 각 조별로 식사할 때 사용하는 공간을 제공받았는데, 우리 조는 15명정도였거든? 그런데 하나 있는 테이블에는 6명밖에 앉을 수 없었고, 평상은 너무 작아서 결국 몇명은 일어서서 밥을 먹었지. 설거지 하는데 정말 얼음물같이 찬 물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조원들과 그릇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씻고 교대하고를 반복하기도 했었지."

02. 6만원 어디갔어...?

앞서 말했듯 야영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야영버스 전세비용, 수련원 텐트 이용비, 그리고 외부강사 초청 비용등의 명목으로 학교에 6만원을 지불해야해.

그런데 이 참가비의 체감비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어. 

6만원군(1)

 

학교측의 입장을 먼저 살펴볼까? 먼저 야영지 시설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장소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설이 좋은 곳으로 갈수록 학생 비용 부담이 많아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고 답했어. 비용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내는 모든 비용은 학교로 직접 입금되며 미리 문의 후 체육실에 방문한다면 사용 내역에 관한 열람이 가능하다.' 고 전했어.
이에 학생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보였어.
 
경영요정: "앞서 말했듯이 시설은 비용 대비 굉장히 열악했어. 이정도 수의 학생들이 이정도 비용을 지불한다면 식사, 세면 등 기본적인 편의에 지장 주지 않는 시설에서 묵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익명: "야영 수업은 등록금 외 추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수업이야. 어찌되었든 지출 내역에 대한 투명한 공지는 특정 학생의 요청 이전에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거 아닌가? 학과 학생회만 해도 학생회비 지출 내역을 매 학기 알기 쉽게 자세히 공지하는데."
 
볼링왕자:  "맞아. 당장 인터넷에 '경기도 단체 야영', '강원도 단체 캠핑'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많은 단체 캠핑장이 나와. 최근에는 가평, 양주 등 서울 근교에도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150명 이상 수용가능한 단체 글램핑(침대와 가구, 난방시설을 갖춘 고급 텐트에서 지내는 새로운 야영의 형태)장을 예약할 수 있거든. 솔직히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이 야영지보다는 훨씬 더 쾌적한 장소를 찾을 수 있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편의가 보장되지 않는 시설에서 묵는 건 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 아닐까 해."
 
03. 야영이야, 수련회야?
 
시설 문제 뿐만 아니라, 강사진의 태도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불만이 발견되었어. 18년도 2학기 야영 수업 오리엔테이션 이후,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강사진의 강압적인 태도로 수강신청을 취소한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거든. 
 
익명: 오리엔테이션 시작 전, 한 강사가 말했어. 오티가 시작하면 절대 이동 불가이며, 화장실도 가지 못 하게 할 것이라고. 이는 학생들에게 한 말이었는데, 존댓말이 아닌 반말이었고. 분위기도 굉장히 좋지 않았어. 이러한 내용을 미리 듣지 못한 한 학생이 미리 예정되어있었던 개인 사정으로 끝까지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안된다고 말했는데 왜그래?'라며 반말로 쏘아붙였고, '너네들도 제대로 안할거면 드랍(수강신청취소)해라.'라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어. OT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았어. 그렇다고 해도,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여서 많이 실망했다고 해야하나?  
 
04. 아무것도 안해도 PASS?
 
익명2: 나같은 경우는 작년 1학기 야영 비용 6만원을 입금하고 필수참석이라는 인문관에서 열린 야영OT도, 사전 조모임도, 심지어 야영 현장에도 가지 않았고 레포트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PASS를 받았어. 당연히 FAIL을 받을거라고 예상했는데 굉장히 의외였지. 아직도 내가 왜 PASS를 받았는지 모르겠네.
 
05. 굳이 설캠까지?
 
익명3: 나는 다른 것 보다도 양 캠퍼스의 학우들이 반씩 섞여 듣는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이 왜 서울캠퍼스에서만 열리는지 잘 모르겠어. 야영 가기 전 주의사항  및 전달사항을 알려줄 뿐이니 양 캠퍼스에서 나뉘어 열려도 아무 문제가 없을텐데말야. 조원끼리 미리 만나보아야 한다는게 이유라면 조원들간 편한 시간과 위치를 정해서 따로 만나면 되는거니까. 실제로 야영에 가기 전 두차례정도? 이문동과 모현에서 모두 가까운 강남에서 미리 만났거든. 
 
 
 
▶야영수업! 우리의 목소리를 이제는 들어줘!
 
 학우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듯이 야영 수업은 수년간 외대의 인기 수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야영 수업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긍정적인 후기 또한 다수 존재해. 그러나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외면해왔다는거야.
 학기 말 학생들은 이후 수업을 듣게 될 외대 학우들의 더 나은 수업환경 조성을 위해서 다양한 건의와 개선점을 제언하는 강의평가를 작성해. 하지만 야영 수업에서 학생들의 요구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많은 학우들이 과거에 발생했던 같은 문제들로 불편을 겪게 되었지.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학기에도 같은 문제들로 학우들이 피해를 볼거야.
 학교가 책임의 소재를 미루며 아무런 조치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배움의 질 제고는 이루어지기 힘든게 사실이야.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선진적 대학사회가 필요한 시점아닐까?
 
*취재 당시 학교측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교수측에 수차례 인터뷰를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정설 기자 (seol@hufs.ac.kr)
정성호 기자 (tjdgh5424@gmail.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