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병과 팩의 차이
가끔 아침을 거르면 편의점에서 두유를 사서 마신다. 두유를 고를 때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팩으로 살까, 병으로 살까. 선택 장애가 있는 나지만, 보통 쉽게 병에 든 두유를 선택해왔다. 아무래도 고소한 두유가 눈에 직접 보이는 게 식욕을 북돋았다. 병 두유는 팩 두유보다 비싸다. 그런데 양은 똑같다. 게다가 병 두유에는 부유물을 없애기 위해 화학물질을 첨가한다. 나는 단지 투명하게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몸에 안 좋고 같은 양인걸 더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어 온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가급적 팩 두유를 사 먹고 있다. 이것이 투명함의 가치다. 숨김없이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같은 양에 화학첨가물도 들어 있지만 더 비싼 값에 팔릴 수 있다. 척박한 세상에서 믿을 수 있다는 점은 큰 가치를 가진다. 너무 탁해서 눈을 가늘게 떠도 속을 볼 수 없는 아사달 연못을 보면, 괜히 세종대 본부가 떠오른다. 우리 학교에서는 투명함의 가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자들이 학교에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해도 돌아오는 답은 비공개, 비공개, 비공개. 만나주지도 않는다. 학교는 프라임 사업을 진행할 때도 사업계획서 내용을 학생대표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