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수)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생활임금, 삶과의 씨름에서 샅바를 채우다.

“원청이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지난 2월 26일 이화여대 학내 미화·경비·주차·식당 노동자들은 2016학년도 이대 신입생 입학식에 맞추어 이화여 대 정문에서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시위를 벌이며 학생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이들이 부르짖는 생활임금이란 무엇인가? 법적 최저임금을 넘어서, 실질 주거비·문화비· 교육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및 반영하여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다. 그렇다면 원청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이는 학내 노동자들 을 고용한 삼구·에스넷·동서 등의 용역업체와 계약한 원 청, 즉 이대를 뜻한다.

 

지난 2010년 이대 학내 최초로 미화·경비·주차·식당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노조 설립 이후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 을 위해 끊임없이 협상하고 씨름해왔다. 다음은 지난 3월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 지부 이화여대 분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간략히 정리해본 학내 노동자의 투쟁 실태이다.

 

버티기

 

학교와 용역업체는 버틴다.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생활임금 협상 및 처우개선에 관한 교섭에 좀처럼 응하려 들지 않는다. 작년 11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 경인 공공서비스 지부 (이하 서경 지부)의 집단교섭이 시작된 이후, 임금협약과 보충 협약을 골자로 이대 분회는 학교와의 교섭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마땅히 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당한 협상에 학교와 용역업체는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먼저, 말을 바꾼다. 집단교섭 시작 직후에는 다른 학교들의 협의 사항에 발맞추어 이대 분회와 이대의 임금협약과 보충협약의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난 2월 한국 예술종합학교에서 시급 7,000원에 노사 잠정 합의를 타결하자, 이는 너무 과하기에 따라갈 수 없다며 사안의 합의를 회피 하는 행태를 보였다.

 

또한, 전달하지 않는다. 임금·보충 협약의 원활하고 조속한 합의를 위해 총무팀과 접촉하여도, 노동자들의 제안은 결정권자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한다. 불통의 학교, 불통의 용역 업체, 이로 말미암은 교섭의 난항을 타개하기 위해 그들은 최종 결정권자인 총장님이 계신 아령당 앞에서, 같은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이 지나가는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한다.

 

버티기, 흔들기, 조이기: 다윗과 골리앗의 힘겨운 씨름

학교와 용역업체라는 골리앗에 맞서 생활임금 쟁취를 통한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자라는 다윗은 힘겨운 씨름을 지속해왔다.

 

흔들기

 

학교와 용역업체는 학내 노동자와 노조를 흔든다. 지난 2010년 학내 최초의 미화 · 경비 ·주차 노조 설립 이후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임금 향상 부문에서 이전보다 비약적 인 성취를 일구어냈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와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의 연합인 노조를 복수노조 설립과 노동자별 개인 접촉을 통해 와해시켜, 교섭권과 발언권을 무력화한다. 그리하여 종내에는 학내노동 자들의 결속을 흔든다.

 

지난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이후, 실제로 이대 학내 용역업체인 삼구·동서·에스넷 등에 제2,제3노조가 설립되었다. 이들 복수노조의 존립은 그 자체로 제1노조가 가져가는 집단 교섭권의 위협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그리고 교섭권과 발언권의 무력화에 관한 우려는 지난 11월 경인지부의 집단교섭이 시작된 이후 동서가 세 차례 집단교섭에 불참하는 것으로 현실화되었다. 또한 다음과 같은 면담자의 증언을 통해 노동자 조합원 개개인에 대한 접촉과 회유로 노조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복수노조법 시행 이전인 11년도 4월에 이대에서 용 역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었는데, 노조가입을 하면 안 된다. 좋은 보직에 배치해주겠다. 그러니 가입하지 말아라 했어요. 인사권자들이 그렇게 개개인을 회유해요. 몇몇 동료들은 실제로 노조 가입 이후 탈퇴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조이기

 

학교와 용역업체는 감시와 노동강도의 심화를 통해 노동자를 조인다.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에게는 “조장제도”라는, 사뭇 조선 시대의 오가작통법을 떠오르게 하는 감시제도가 존재 한다. 관마다 조장을 지정하여, 각 조장이 관내 일탈자들을 색출하고 고발하여, 결국엔 노동자끼리의 분열과 불신을 초래하는 악습이다. 서울 시내 대학 중 “조장제도”가 남아있는 대학 은 현재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노동강도의 심화 또한 노동자를 압박하는 악조건 중 하나이다. 이대 기숙사인 한우리집의 경우, 2016년도 들어 기존에 존재하던 A동, B동에 추가하여 C동이 새로이 개관하였고 곧 D동도 개관할 예정이다. 현재 한우리집 기숙사 경비 인원은 A, B동 총합 4명이고 거주하는 학생 수는 900여 명에 달한다. 이미 개관한 C동은 420명을 추가 수용하고 D동은 8월 이 후에 개관한다. 학교는 8월 이전까지 기존 경비 인원인 4명이 C동까지 관리해달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수용인원과 관리면적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용역업체는 명확한 인력충원계획 혹은 추가 노동에 관한 급여인상에 대한 언급 없이 기존 노동자들에게 추가업무를 떠넘기려 하는 시도를 보여왔다. 이는 단순한 임금협의, 인력충원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학내구성원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들에 대한 몰이해이다. 또한, 최근 인근 학교인 숙명여대의 무인 경비화 시스템 도입과 이로 인한 경비인력의 일방적 해고라는 사건과 병렬하여 볼 때, 경비인력 미충원과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를 통해 무인 경비화 체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생활임금, 한판승이 아닌 샅바 채우기

 

이렇듯 버티고, 흔들고, 조여오는 골리앗에 맞서 노동자라는 다윗은 힘겨운 삶의 씨름을 해왔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삶은 곧 힘겨운 씨름일 따름이고, 학내 노동자 들이 그들 삶의 씨름에서 그들의 저학력·(저부가가치라고 평가절하되는)신체노동 등으로 인해 체급이 작은 다윗으로 전락 하는 것은 필연이고 숙명이라고. 생활임금은 보장되면 좋지만 보장되지 못해도 당연하다고.

 

그러나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끊임없는 씨름은 요행을 바라며 한판 뒤집기를 통해 열세를 극복하고자 하는 무력한 기도가 아닌, 삶이란 씨름에 임할 샅바를 채우는 행위이다. 샅바란 무엇인가? 씨름에 임할 때 가장 먼저 착용하여야 하고 전제되어 야 하는 장비이자 조건이다.

 

생활임금도 마찬가지이다. 노력 없는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 니라 그저 입에 풀칠은 하게끔 하는, 그래서 삶의 끝까지 힘겨운 씨름이나마 이어가게끔 해주는 수단이다. 삶이란 씨름 속에 서 자신과 제 가족들의 몸뚱어리를 놓치지 않게 해주는 샅바 하 나 채울 따름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덜 배웠다고, 지식 노동 이 아닌 신체 노동이라고 그 노동으로 영위하는 삶과 그 식솔들의 삶들을 평가절하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끝으로 이번 인터뷰 이후 관련 자료를 보내주신 익명의 이화여대 지부 노조원이 짧게 덧붙여 보낸 편지 전문을 더한다.

 

매일 포스코관과 생활관, 헬렌관에서 학식을 먹고, 파우더룸에서 화장하고, 계절마다 아름답게 꽃핀 이화동산을 거닐다 건널목을 건너 학교와 집을 오가는 우리의 풍요로운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분들이 자신들의 생활다운 생활을 위해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나 무리한 요구일까? 과연 민망해야 할 것은 누구이고 감사해야 할 것은 누구인가. 그런 생각을 끝으로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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