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나는 불안에 휩싸인다. 자칫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자!”라고 친구에게 카톡 하는 순간, ‘테러위험인물’이 되어 경찰서에 끌려갈 거라는 불안 말이다. 오버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테러방지법에서 이야기하는 ‘테러위험인물’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어쩌면 충분히 가능한 일 일지 모른다. 나 혼자만의 불안은 아니었는지, 보안이 강력하다고 알려진 무료 메신저 ‘텔레그램’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도 급증했다. 혹시 ‘나도 텔레그램 깔아볼까?’하는 생각만 하고 귀찮은 마음에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가? 아니면 ‘텔레그램이 정말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가?’라는 의심이 들어 깔지 않았는가?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나의 생생한 텔레그램 체험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1일 차 <외로운 텔레그램>
스마트폰에 텔레그램 앱을 설치하고, 노트북에도 텔레그램 웹 버전을 설치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기반으로 아이디를 만들고 프로필 사진을 지정함으로써 간단하게 회원가입을 마쳤다. 드디어 텔레그램 입성 완료! 기대되는 마음으로 “나도 드디어 텔레그램 가입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려고 친구 목록을 본 순간, 친구가 8명밖에 없다. 20년간 나름 잘 다져왔다고 생각했던 나의 인간관계가 의심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는 500여 명의 카카오톡 친구가 있다. 그 많은 카톡 친구 중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 8명뿐이라는 뜻이다. 이러니 열심히 텔레그램을 사용해대고 싶어도 말 걸 사람이 한정적이다. 게다가 평소에 가장 많은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남자친구가 텔레그램에 없으니 유용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친구 초대’에 들어가 남자친구를 선택하고 문자로 텔레그램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답장은 “텔레그램이 뭔데?” 역시 아직 텔레그램이 무엇인지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많다. “보안성이 뛰어나고 무료 메신저이고~”하고 설명해주자, 드디어 남자친구도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다른 메신저들과 비교해보자. 내가 그동안 써봤던 메신저들은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있다. 텔레그램의 첫인상은 페이스북 메신저와 굉장히 비슷하다. 일단 둘 다 화면 구성이 깔끔하다.
또,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메신저 모두 메신저 친구가 온라인 상태(메신저 사용 중)인지 알려준다. 온라인 상태가 아니라면, 친구가 마지막으로 메신저에 접속한 시간이 언제인지 알려준다. 한 번쯤 팀플 조장을 해본 적이 있다면, 내 카톡을 몇 시간째 읽지 않으며 돌연 잠수한 팀원이 페이스북 메신저에는 온라인 상태로 떠서 열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잠수하려면 페이스북 메신저와 텔레그램은 절대 접속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팀플 중 잠수하지 않는 것이지만.
*설정을 바꾸면 정확한 마지막 접속 시간을 친구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2일 차 <무한 스티커 세상>
역시 메신저에서 친구 수가 적은 건 최대 단점이다. 친구들을 텔레그램으로 다 데려오고 싶은데 뭐라고 꼬시는 게 좋을까? 아, “여기 너희가 좋아하는 이모티콘, 종류 엄청나게 많고 심지어 다 공짜야!”라고 해야겠다. 실제로 인터넷에 ‘텔레그램 스티커’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스티커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온다. 다운 방법도 간단하다. 텔레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서 공유 링크로 접속하면 바로 다운받을 수 있다. 뭐부터 다운받을까 고민하다가 엄청나게 귀여운 미니언 스티커를 다운받고 친구에게 자랑하는 메신저를 보냈다. 미니언 같은 건 가소롭다며 친구가 자랑한 스티커는 박근혜 대통령 스티커였다.
문화적 충격이다. 텔레그램에는 박근혜 스티커가 있다니……! 박근혜 스티커는 요즘 텔레그램 사용자 사이에서 가장 핫한 스티커라고 한다. 친구 스티커를 SSG 가져와 나도 바로 쓸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스티커들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스티커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배포하는 스티커에 대하여 저작권자가 신고할 경우 접수를 받고 있다고 하니 저작권에 주의해야 한다. 내일은 나도 스티커 만들기에 도전해봐야겠다.
3일 차 <안전한 텔레그램, 더 안전하게 쓰는 법>
“카카오톡은 대화 내용이 저장되는 서버가 국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 그 대화 내용이 노출될 수 있어.”라고 친구에게 얘기하면 다들 정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런 짓 안 하기 때문에 검열당할 일도 없어.”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러나 대화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내 대화 상대가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었을 때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나눴던 사소한 대화들도 다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2015년 10월 공식블로그를 통해 검찰의 통신제한조치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텔레그램은 그 서버가 독일에 있으므로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텔레그램 역시 내 스마트폰 자체에 해킹 프로그램이 깔려서 대화가 유출되는 것이나, 특히! 엄마가 몰래 내 스마트폰을 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텔레그램 ‘비밀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밀대화에서 자동 삭제를 10초로 설정하면 내가 “치킨 먹고 싶다.”라고 보낸 것이 10초 후에 내 화면과 상대방 화면에서 쥐도 새도 없이 사라진다. 서버만이 아니라 기기에서도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밤새 친구들과의 섹드립이 난무하는 대화방을 그대로 놔뒀다가 다음날 썸남이 우연히 그 대화방을 누르는 아찔한 상황을 방지하기에 아주 좋은 기능이다.
마무리
이 정도면 텔레그램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기능을 탈탈 털어 체험해 보았다. 이 외에 최근 업데이트된 5,000명까지 초대할 수 있는 슈퍼그룹 기능(카카오톡의 오픈 채팅과 유사)도 있다. 기자의 체험기를 읽고 텔레그램을 깔기로 한 텔레그램 새내기들이 있다면, FAQ(https://telegram.org/faq/ko)에 방문해서 자주 묻는 말들에 대한 답변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질문과 답변들이 너무 귀여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이다.
이대알리가 자체 제작한 텔레그램 스티커 ‘알리의 이대생활’을 배포합니다. 텔레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나 스마트기기에서 다음 링크로 접속하면 바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https://telegram.me/addstickers/ewha_a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