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이화여대의 제15대 총장으로 최경희 총장이 취임했다. 이화 역사상 최초의 이공계열 총장인 최경희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는 이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장차 이화 200주년을 바라보는 ‘혁신 이화(Innovation Ewha)’의 기치를높이 올려야 합니다.”
“기초 학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물론, 미래 이화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신산업 · 융합지식 중심의 학부 개편도 단행하겠습니다.”
이에 따라 2014년, 총장은 신산업융합대학 신설을 통보함으로써 ‘산업 수요에 맞춘 구조조정’의 불씨를 댕겼다. 그리고 2016년, 자유전공모집과 프라임 사업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산업 맞춤형인 이화여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자유라는 빛 뒤에 숨은 의도 : 2018 정시모집 전원 자유전공 선발
지난 4월 11일, 2018학년도에 정시 모집에서 선발하는 신입생들은 모두 자유전공으로 선발할 것이라는 정책이 외부 언론을 통해 갑작스레 공개되었다.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정시 모집인원 400명 전원
인문계 211명, 자연계 197명 총 400여 명의 정시모집 인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다.
-전공 자유선택
1학년 때에 다양한 교양과 전공과목들을 체험한 후, 2학년에 올라갈 때 문이과 구분 없이 41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에 의해 정원이 관리되고 있는 의과대학, 사범대학, 예체능 전공은 별도로 선발한다)
남궁곤 입학처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융복합이 중심이 되는 학문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학문 간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 외에 입시에 치여 학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입학하는 학생들이 입학 후 전공 탐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공 없이 입학한 학생들은 과연 어디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실제로 현 재 인문과학부, 사회과학부 등의 학부생 신분으로 입학한 새내기의 소속감 결핍은 고질적 문제이다.
또한, 상경계열이나 공과계열과 같은 인기 학과로 학생들이 쏠렸을 때의 문제도 있다. 인기 학과에는 사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전공 강의 질이 더 낮아질 것이고, 비인기 학과에는 점점 학생들이 줄게 될 것이다. 학교 본부는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 았다.
결국, 학교는 산업 수요에 맞춘 구조조정을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광역 모집 학부생 학생들의 소속감 문제, 인기과 학생들의 강의 질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로.
화룡점정, 프라임사업
▲ 지난 2월 1일 교내 간담회에서 프라임 사업 지원 계획을 설명하는 박선기 기획처장
구조조정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것이 자유전공 선발제도라면, 프라임 사업은 의심스러울 것도 없이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이다. PRIME은 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 약자. 즉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라는 것인데 이 사업은 이름부터 학과 구조조정의 의도를 전면으로 내비치고 있다.
프라임 사업의 선정 기준에 대학의 정원이동과 학과 개편 계획이 평가 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학교 본부는 산업 수요에 맞춘 정원 이동 계획을 가장 크게 어필해야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프라임 사업은 지원 전부터 구성원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언제나 그렇듯 학교 본부는 사업 지원을 강행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3일, 이화여대는 프라임 사업 소형에 선발되었다. 두 번의 간담회에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안을 내놓지 않았던 학 교 본부는 선발 이후 여러 언론을 통해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이화여대는 프라임 사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바이오헬스 미래신산업분야의 글로벌 여성공학인재 양성>을 목표로 바이오헬스, 소프트웨어, 미래사회공학을 중점 육성할 예정이며... 바이오헬스 미래신산업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기존의 공학교육의 틀을 ‘ELTEC공과대학’으로 개편하고... ELTEC공과대학에 총 4개 학부, 9개 전공이 신설·개편되며... 총 193명이 증원될 예정이다.... 복잡한 이야기가 많지만 한마디로 말해, 193명의 정원이 공과대학으로 조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당장 내년부터 이에 따른 학과 개편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듯 최경희 총장이 취임한 이래 이화여대는 산업 수요에 맞춰 변모하고 있다. 굳이 학문의 전당과 같은 거창한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대학마저 학문의 가치를 산업 수요를 통해 평가하는 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화여대도 그런 대학 중 하나라는 것은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