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알리는 지난 9월호 포토에세이 '나는 보았다'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원 보호를 위한 얼굴 블러 처리를 소홀히 한 이유로 독자들에게 비판을 받았고, 사과문과 함께 2달간 정간, 9월호 폐기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서 이야기하는 이화여대 대표 언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2월, 이대알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결심을 하고 사람들을 모을 때 썼던 글 중 일부입니다. 이대알리는 애초부터 중립이나 객관 따위를 추구하려고 만든 언론은 아니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편파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만든 언론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만든 언론이니만큼 특정 상황에서 누가 약자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므로 본관 점거 시위로 뜨거웠던 지난여름, 저는 매 순간 혼란스러워하며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대알리의 취재대상이자 동시에 독자이기도 한 시위 참가자들은 익명성을 내세우지 않으면 신원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약자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학교 안에서 다수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성으로는 시위 참가자들이 약자라
'갑자기 겨수님이 내 손을 잡더니 모텔류 데려가려고 했사' 지난 3월 19일 오전 12시경, 학내 커뮤니티에 누군가 술에 취한채로 쓴 게시글 두 개가 올라왔다. 하나는 존경하는 교수님이 본인을 모텔에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내용의 글, 또 하나는 교수님으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는 글이었다. 두 글은 수많은 학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해당 게시글의 글쓴이는 이대알리에 해당 사건을 제보해왔다. # 이하 기사에서 게시물의 글쓴이를 ‘피해자’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교수님, 모텔로 끌고가려던게 오해라고요? 피해자는 본교 졸업생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을 상담받기 위해 학부 시절 가장 존경하던 교수에게 연락을 했고 이내 식사약속을 잡기에 이르렀다. 피해자와 교수는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는데 식사를 할 때까지는 전혀 성희롱적 발언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와 교수는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와 반주를 했고, 2차를 가자며 식당을 나와 길을 걸었다. 그리고 사건은 그 길에서 벌어졌다. 모텔들이 있는 거리에 들어서자 교수는 피해자의 손을 잡았고 한 모텔 앞에 다다르자 이내 피
프라임 사업을 막기 위한 본관 점거 농성 학생들을 향한 교직원들의 X소리는 모두 실시간으로 이화인들에게 전달되었다 3월 31일은 프라임 사업 제출 마감일이었다. 총학생회, 각 단대 대표들을 포함한 여러 이화인들은 프라임 사업 계획서 제출을 막기 위해 (혹은 지원을 철회하기 위 해) 본관 점거 농성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교직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은 최은혜 총학생회장의 개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되었고, 학생들의 프라임 사업에 관한 관심과 함께 학교 본부에 대한 분노를 일으켰다. 작년 겨울부터 프라임 사업 진행을 통해 불통의 끝을 보여준 학교. 결국 학생 들은 사업 계획서 제출 마감일까지 이화의 구체적인 프라임 사업 참여 계획을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믿을 수 있을까?
2014년 8월, 이화여대의 제15대 총장으로 최경희 총장이 취임했다. 이화 역사상 최초의 이공계열 총장인 최경희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는 이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장차 이화 200주년을 바라보는 ‘혁신 이화(Innovation Ewha)’의 기치를높이 올려야 합니다.” “기초 학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물론, 미래 이화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신산업 · 융합지식 중심의 학부 개편도 단행하겠습니다.” 이에 따라 2014년, 총장은 신산업융합대학 신설을 통보함으로써 ‘산업 수요에 맞춘 구조조정’의 불씨를 댕겼다. 그리고 2016년, 자유전공모집과 프라임 사업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산업 맞춤형인 이화여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자유라는 빛 뒤에 숨은 의도 : 2018 정시모집 전원 자유전공 선발 지난 4월 11일, 2018학년도에 정시 모집에서 선발하는 신입생들은 모두 자유전공으로 선발할 것이라는 정책이 외부 언론을 통해 갑작스레 공개되었다. 주요 골자
Q. 표지모델은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어요? 지은 우리가 일 학년 때부터 항상 하던 말인데, 우린 너무 예뻐, 우린 뭘 해도 될 거야, 알잖아. (웃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여러 잡지들 보면서 대학생활에 한 번쯤 싱그러울 때 사진으로 남기면 좋지 않을까 했었는데 삶이 바빠서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4학년이 되어서 이대알리에서 모집한다는 걸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Q. 표지모델 해보시니까 어떠셨어요? 하정 9학기째에 다니고 있는, 학년 수로 치면 5학년인데 졸업하면 이런 것 해보고 싶어도 할 기회가 없잖아요. 인생에 있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꼭 하고 싶었는데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핑크 앤 화이트를 저희가 좋아해서 한번 이렇게 찍고 싶었는데 마침 4월호라서, 봄 촬영이라서 어울려서 다행이에요. 지은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알바 끝나고 핸드폰을 보니까 막 “우리야! 우리라고!” (웃음) 이러면서 카톡 창에 난리가 나 있었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정말 의미가 깊어요. 독립언론의 첫 독자모델이 되어서 너무 기쁘고, 역시 인터넷을 많이 해야... 엄마는 컴퓨터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것저것 정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기분 나쁜 날. 수업을 듣다 다급한 진동소리에 힐끗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 ‘우리 학교 프라임 사업 선정됐대!’…망했다. 나는 팀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이내 그 수업의 토론 주제는 학교 본부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거지같은가-가 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토론은 아니었고 성토대회 정도로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찬반은 나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몇 군데에 합격하고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나에게 담임 선생님은 이화여대 선배 한 명과 통화를 하게 해주셨다. 중앙대 등등에서 학과 구조조정이니 뭐니 하며 한참 시끄러워지고 있었던 때였다. 그 선배님은 이화여대는 인문대 탄압하고 뭐 그런 것도 없다며, 당신의 학교로 입학해서 당신과 밥 한끼 먹자면서 적극 영업하셨고, 그 말에 이끌려 나는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입학해 마주한 현실은 사뭇 달랐다. 다른 학교 이야기일 것이라며 생각하고 들어왔건만, 학과 구조조정은 어느새 이화여대의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총장은 누구처럼 혁신, Innovation을 외쳤고, ‘산업수요’라는 미명으로
김한누리 기자의 [성추행 이후, 나는 세 번의 상처를 받았다] 기사를 편집하며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자로서 살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성폭력의 경험은 너무나도 보편적이다. 여성가족부에서 2013년에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동안 하나 이상의 피해 경험을 한 비율이 각각 가벼운 성추행 9.9%, 심한 성추행 1.1%, 강간미수 0.5%, 강간 0.4%, 성희롱 5.3%, 음란전화 등 51%, 성기 노출 21.3%, 스토킹은 1.7%로 나타난다. 성폭력의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굉장히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여성에게 성폭력이란, 한 다리 건너 한 명씩은 꼭 경험하는 종류의 것이다. 대답하기 껄끄러워 대답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성폭력 경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 정도면 여성이라면 일생에 한 번쯤은 성폭력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나에게도 성폭력의 상황이 닥쳐온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였는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 안에서 혼자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을 때였다. 위 층에서 이상한 남자의 시선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이대알리에서는 불편함에 예민한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누군가 자신이 겪었던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끄덕끄덕하며 주의깊게 들어주고, 그 불편함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다 같이 진지하게 고민하곤 한다. 이같이 불편함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대알리 공동체의 장점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한편 나에게는 불편함에 무뎌지다 못해 체념하여 불편함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포기하면 편해.’ 작년 교내 방송국에 있었을 시절 동기들과 자주 했던 말이었다. 내가 있었던 방송국은 매우 강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철저한 기수제로 후배는 선배에게 반드시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했으며 ‘선배’, ‘언니’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후배 기수가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할 지라도 선배는 후배에게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썼다. 전화, 문자, 회의 발언 시에는 반드시 "00기 00부 정국원 000입니다."와 같은 자기소개가 선행되어야 했다. 아침 7시 20분 소집되어 혼나는 일은 예삿일이었다. 이 같은 강직된 문화에 더해 과도한 작업량, ‘내
학내 성폭력, 정말 남의 학교 이야기일까? 이화여자대학교는 ‘여자’대학교이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이성애자 학생들은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남성이 없어 학교생활하며 성차별도, 성폭력 걱정도 없는 학교’라는 사실에 ‘이부심’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여자’ 대학교이기 때문에, 정말 성폭력-free한 학교일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명제는 틀렸다. 첫째, 학교에 남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여자’학교라고 해서 여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내에는 남학생만 없다뿐이지 교직원, 경비노동자, 교통정리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학내에는 상당수의 남성이 상주하고 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지만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둘째, 성폭력에 성별은 절대적 요소가 아니다. 성폭력은 ‘성별’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