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편집장의 편지] 불편해진다는 것

이대알리에서는 불편함에 예민한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누군가 자신이 겪었던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끄덕끄덕하며 주의깊게 들어주고, 그 불편함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다 같이 진지하게 고민하곤 한다. 이같이 불편함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대알리 공동체의 장점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한편 나에게는 불편함에 무뎌지다 못해 체념하여 불편함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포기하면 편해.’ 작년 교내 방송국에 있었을 시절 동기들과 자주 했던 말이었다.

내가 있었던 방송국은 매우 강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철저한 기수제로 후배는 선배에게 반드시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했으며 ‘선배’, ‘언니’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후배 기수가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할 지라도 선배는 후배에게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썼다. 전화, 문자, 회의 발언 시에는 반드시 "00기 00부 정국원 000입니다."와 같은 자기소개가 선행되어야 했다. 아침 7시 20분 소집되어 혼나는 일은 예삿일이었다.

이 같은 강직된 문화에 더해 과도한 작업량, ‘내 작품’이라고 느끼기 어려웠던 제작 시스템, 교수가 셀렉해주는 뉴스 아이템들. 그 속에서 열정이 넘쳤던 나는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그 속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포기하면 편해.’ 였다. 나는 그 속에서 점점 불편함에 무뎌져갔고, 내 사고회로는 마비되어가고 있었다.

이 속에서 일 년도 넘게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있다간 불편함에 무딘 것이 당연하게 될 것만 같았다. 결국, 세상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언론인이 불편함에 둔감해지는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고 결국 방송국을 나오게 되 었다. 그리고 불편함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만드는 독립언론이 바로 '이대알리'.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께서 들고 계신 것이 맞다.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모두 이 세상의 불편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인쇄기를 만든 구텐베르크는 필사의 불편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쇄기를 만들 수 있었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글자를 몰라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을 만들 수 있었다. 이에 이대알리도 학교의, 사회의 불편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더 좋은 학교, 사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대알리는 학내 구성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이대알리 강령 3조의 내용이다. 우리는 이 강령에 따라 벗들의 알 권리를 제일 첫 번째로 두고 불편한 이야기를 잔뜩 쏟아내려고 한다. 앞으로 불편해지기를 두려워 않는 이대알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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