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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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

계속되는 거리 모금 논란….“자율성 기반한 후원 이뤄져야”

설문조사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후원 요청…‘거절하면 죄책감 들어’
“거리 모금 통해 많이 분 후원 결심하기도”
“거절 어려워할 필요 없어…자율성 전제된 기부 문화 자리 잡아야”

“안녕하세요~ 스티커 한 번만 붙여주세요!”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역 앞.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시민들에게 거리 모금 캠페인 참여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설문조사 참여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가난, 굶주림 등의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하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다.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소개하며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항목이 그들에게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에 놓인 것은 정기후원 신청서. 후원은 좋은 일이지만 제 코가 석 자인 현실, 눈앞에 당도한 정기후원 신청서가 주는 부담감이 몰려온다. 또, 설문조사 참여가 자연스레 후원 요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단체가 후원금을 제대로 사용할까 하는 의문 때문에 후원을 고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후원은 자유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공익 법인들의 지하철역, 대학교 등지에서 진행하는 거리 모금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길거리 후원으로도 부르는 거리 모금은,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 모금이 후원의 한 방식으로 후원의 가치 재고와 후원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공익을 위한 일에 거부하기 힘든 심리적 특성을 이용한 후원 유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후원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거리 모금으로 모인 후원금은 취약 계층 구제 및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보람을 갖고 자율적으로 해야 할 기부가 시민들의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건 왜일까.

 

거리 모금 캠페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정모 씨는 “후원은 정말 소중한 일이지만 거리 모금은 꺼려진다”며 “설문조사만 참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후원 신청서를 주고 작성을 부탁하면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후원을 부탁하면 괜찮을 텐데 후원에 대한 언급 없이 접근한 뒤 나중에 후원을 권유했을 때 거절하면 죄짓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연희 교수는 “기부는 자신이 공감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문제를 공감했을 때 문제에 대한 지지 행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부는 자율성이 전제로 이뤄지는 활동이므로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거절하는 게 맞다. 청년들이 거절하는 것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율성에 기반한 후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시민분들이 피로감을 호소하시는 건 알고 있지만, 거리 모금을 통해 많은 분이 후원을 결심하신다”면서 “나눔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아티스트와의 공연 협업, 나눔을 위한 굿즈 제작으로 즐겁게 기부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이벤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시민들이 먼저 찾아오는 캠페인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며 “해외 에너지 빈곤 지역에 전달되는 태양광 랜턴 조립체험 등 체험형 캠페인으로 나눠주신 기부금을 정직하게 사용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회복되고 사회에 통합되고 있음을 꾸준히 알려 신뢰할 수 있는 단체가 되겠다”고 부연했다.

 

사회가 시선을 두지 못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기부는 그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살핌이 필요한 분야에 공감을 표하는 지지 행위인 기부는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할 때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공익 법인의 거리 모금 캠페인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후원이 맞물려 성숙한 기부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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