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양성평등센터의 2차가해, 성폭력 피해자는 믿을 곳을 잃었다

'갑자기 겨수님이 내 손을 잡더니 모텔류 데려가려고 했사'

지난 3월 19일 오전 12시경, 학내 커뮤니티에 누군가 술에 취한채로 쓴 게시글 두 개가 올라왔다. 하나는 존경하는 교수님이 본인을 모텔에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내용의 글, 또 하나는 교수님으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는 글이었다. 두 글은 수많은 학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해당 게시글의 글쓴이는 이대알리에 해당 사건을 제보해왔다.

# 이하 기사에서 게시물의 글쓴이를 ‘피해자’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교수님, 모텔로 끌고가려던게 오해라고요? 

피해자는 본교 졸업생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을 상담받기 위해 학부 시절 가장 존경하던 교수에게 연락을 했고 이내 식사약속을 잡기에 이르렀다.

피해자와 교수는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는데 식사를 할 때까지는 전혀 성희롱적 발언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와 교수는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와 반주를 했고, 2차를 가자며 식당을 나와 길을 걸었다. 그리고 사건은 그 길에서 벌어졌다.

모텔들이 있는 거리에 들어서자 교수는 피해자의 손을 잡았고 한 모텔 앞에 다다르자 이내 피해자의 손을 수차례 잡아끌었다. 피해자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되뇌며 이를 거부했지만 교수는 “여기가 아닌가?”하는 말을 덧붙이며 피해자가 이를 거부할 줄 몰랐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후 피해자가 집으로 가는 길에 따라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카페나 술집에 들어가 더 이야기를 하자는 등의 말을 되풀이했다.

피해자가 집에 돌아간 후 교수는 전화를 걸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금요일에 다시 만나 오해를 풀자고 말했다. 겁에 질려 있던 피해자는 그것을 거절했다.

 

황급한 사과

이후 교수는 한동안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피해자는 이것이 이대알리에 제보를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밝혔다. 학부 시절 가장 존경했던 교수로부터 받은 성폭행 시도는 매우 충격적인 일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만나서 오해를 풀자는 말 이후 며칠 동안 이에 대한 사과는커녕 연락 한 통 없었던 것은 더 큰 실망과 분노로 다가왔다. 

사건 발생 후 나흘이 지나서야 교수는 피해자에게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싶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피해자는 카톡 대화를 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기에 할 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라고 답장을 했는데, 교수는 이틀이 지나도록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화가 난 피해자는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면 모텔로 데려가려고 했던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교수는 그제서야 ‘황급히’ 사과를 했다.

피해자는 가해자인 교수가 교단에서 내려오기를 바랐다.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존경할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교수가 평소에도 학생들과 사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져왔기에 또다른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에 피해자는 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사건을 접수했다.

 

비밀유지서약서, 사건 은폐의 서약?

양성평등센터는 피해자에게 성희롱심의위원회 소집이라는 공식 절차를 밟기 전에 비공식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고, 피해자는 이것에 동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공식 절차는 피해자가 경위서와 함께 원하는 징계를 작성, 가해자에게 송부하여 가해자가 이를 수용하는 경우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양성평등센터는 피해자에게 『이화여대 성희롱 등의 방지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에 따라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고 피해자는 그 요구에 응했다.

양성평등센터는 기자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자에게도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비밀유지서약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양성평등센터는 ‘기사화 불가’를 의미한다고 답변했다. 기사화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그러나 사건의 공개 범위 조절이 아니라 기사화 자체를 막는 것은 사건 해결은커녕 명백한 사건 축소와 은폐의 시도일 뿐이다. 피해자 또한 이것에 동의했고 이 사건이 기사화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기자는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비밀유지 원칙, 과대 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다수의 성폭력 사건 해결 프로세스에서는 2차가해 방지를 위해 비밀유지의 원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밀유지의 원칙이 과대해석되고 무비판적으로 적용되면서 오히려 사건 해결 과정에서 역효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밀주의 원칙으로 피해자가 지지 모임을 갖지 못하고 홀로 싸우는 동안,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적극적으로 가해자 버전 사건 개요를 만들어 자신의 지지자를 모은다.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비밀유지 원칙이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목소리와 가해자의 목소리 사이의 엄청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이다. 비밀유지 원칙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하는 이유이다.

(참고자료)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전희경, 한국여성민우회 토론회 자료집 『공생의 조건』, 2012 

 

 

양성평등센터의 2차 가해

그 이후에도 양성평등센터는 피해자를 통해 기자에게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할 것과 사건 진행 중에도, 종결 후에도 기사화하지 말 것을 종용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지지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

양성평등센터가 피해자에게 가한 2차 가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양성평등센터는 피해자에게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교수에게도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하게 했고, 따라서 센터는 교수의 신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는 가해자의 ‘사정’을 납득시키려 했다. 이는 센터가 자신을 지지하고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피해자에게는 굉장한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둘째, 양성평등센터는 ‘사건의 원활한 해결’이라는 미명으로 사건의 기사화를 막으려 했다. 센터 측에서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해놓고는 기사화하려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피해자에게 ‘정 기사화를 하겠다면 가해자에게 보내는 경위서에 언론 보도의 가능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해자가 과연 비공식적이나마 징계의 절차와 내용이 적힌 경위서에 서명하고 징계를 받아들일까 하는 것도 알 수 없는데, 언론 보도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음에도 순순히 서명을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런 이야기는 피해자에게 ‘사건을 해결하려면 기사화를 포기하라’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후 센터에서 이 입장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센터의 이러한 태도는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을 뿐이다.

피해자는 피해자중심적이지 못한 일련의 과정에서 2차적인 피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양성평등센터에 대한 신뢰 또한 잃게 되었다.

 

결국 교수는 교수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결국 교수는 비공식적 절차의 징계를 수용했고, 피해자가 사건 종결 동의서에 사인하게 되면 행정적으로 공식적으로 종결되게 된다.

그러나 행정적으로 ‘공식 종결’했다고 해서, 이 사건은 완벽히 종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피해자는 교수로부터 받은 심적 피해에 더해 양성평등센터로부터도 심적 피해를 입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피해자는 자대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반면 교수는 여전히 수업을 하고 있고 학기가 마치면 조용히 물러날 것이다.

정말, 이 사건은 ‘완벽’히 ‘종결’되었을까?

 

<제보자 보호의 원칙>

제7강령. 이대알리는 취재와 보도의 과정에서 제보자와 증인을 보호한다.

이대알리는 제보자 보호의 원칙에 따라 제보자의 신원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제보자의 구체적인 신상은 연락을 담당한 기자 이외에는 공유하지 않았고, 상황 공유 시에도 구체적인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했습니다.

▶︎N대알리 공동기획 알리크로스 : 우리학교, 성폭력,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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