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4 (일)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편집장의 편지] 약자의 편에 서서

이대알리는 지난 9월호 포토에세이 '나는 보았다'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원 보호를 위한 얼굴 블러 처리를 소홀히 한 이유로 독자들에게 비판을 받았고, 사과문과 함께 2달간 정간, 9월호 폐기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서 이야기하는 이화여대 대표 언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2월, 이대알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결심을 하고 사람들을 모을 때 썼던 글 중 일부입니다. 이대알리는 애초부터 중립이나 객관 따위를 추구하려고 만든 언론은 아니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편파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만든 언론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만든 언론이니만큼 특정 상황에서 누가 약자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므로 본관 점거 시위로 뜨거웠던 지난여름, 저는 매 순간 혼란스러워하며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대알리의 취재대상이자 동시에 독자이기도 한 시위 참가자들은 익명성을 내세우지 않으면 신원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약자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학교 안에서 다수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성으로는 시위 참가자들이 약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공감하면서도, 이들로 인해 또 다른 약자들이 상처 입는 것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시위 참가자들과 저 사이에 선을 그었고, 타자화하게 되었습니다.

기사에서 경찰 투입으로 인한 학생들의 트라우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그 사진들이 독자 여러분의 트라우마를 더 자극하고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결국 학생들을 타자화하면서 감정적 혼란을 겪고 있었기에 저지른 실수이자 잘못입니다.

모든 사람은 서 있는 곳이 각기 다르므로 다른 이의 감정을 100% 공감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뜨거운 본관 안에서 시위를 이어온 학생 여러분과 조금 떨어져 이를 취재하고 기록해온 제가 서 있는 자리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고 느끼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언론인으로서 취재 대상이자 독자인 학생 여러분의 감정을 더 자세히 살피고 고려했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다시 약속드립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좀 더 예민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로 트라우마와 함께 공포감을 느끼셨을 당사자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온라인 편집 = 신재현 기자(wogus09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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