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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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 등록금 문제도 전염시켰다

2020년 1학기,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대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이 실시되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수업은 과제로 대체되었고, ‘줌(zoom)’을 키고 진행되었으며, 카카오톡 라이브방송으로 대체되었다. 당연히 수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실습 과목의 수업 또한 제대로 실시될 수가 없었다.

수업평가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보통 학생들은 한 학기에 적어도 4과목 이상을 듣는데, 교수마다 혹은 과목마다 평가기준이 달라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시험기간 직전까지 시험 범위나 온라인/오프라인 시험 진행 여부 등이 명확하게 공지되지 않아서, 많은 학생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학기를 보내야 했던 상황 또한 코로나 시대의 캠퍼스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비대면 수업 체제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등록금 반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실습과목 때문에 등록금을 더 내는 예체능,공대 계열 학생들은 더욱 강력하게 등록금 반환을 주장했다. 대구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반환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대구대학교는 2학기 등록금을 10% 감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진걸까. 대구대학교 총학생회장 김경민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대구대학교에서 등록금 선감면을 실시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1학기에 갑작스럽게 터진 코로나 19로 인해 수업의 질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줄 보상책이 필요했고, 그 보상으로 등록금 환불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환불을 진행할 지 학교와 타협점을 찾다보니 다음 학기 등록금을 선감면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 등록금 감면은 학교측과의 협의가 중요했을 것 같은데  어떤 말을 주고받았나요?

1학기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6월 2일부터 10일까지 약 8일간 걸어서 교육부까지 도착하는 국토대종주를 했습니다 . 이 국토대종주를 통해 교육부.한국장학재단 등 공공기관에 여러가지 소통채널을 만들 수 있었고, 학교와 관련된 많은 부가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보는 저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학교와 타협점을 찾는 실마리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보를 알려주고, 학교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대신 우리의 제안에 힘써주는 식의 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느냐에 대한 질문에 총학생회장은 말을 아꼈다.)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3. 대구대학교가 대구.경북권에서 가장 먼저 등록금 감면을 실시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빠른 결정이 나올 수 있었나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학교와 정보를 주고 받는 등의 거래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그게 코로나 초기상황부터 학교와 소통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등록금 감면에 관한 결정에서 대학교는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결정인 만큼 반응이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 학교 또한 그랬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토대종주를 통해 협상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3-1. 그 과정에서 총학을 포함한 학생들의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학생들의 피해상황을 알기위해 수업 모니터링을 하고, 설문조사도 여러 번 진행했습니다. 또한 전국 대학과 교류할 수 있는 국토대종주를 통해 전국의 대학생이 함께 교육부에게 문제인식을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3차추경에서의 예산이 학생들의 건의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역할이 모여 성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등록금 감면 결정을 내리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역시 금액적인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대상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지가 문제였고, 학교에서 이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은 공감 하는 부분입니다. 몇백억은 현금으로 인출도 안되고, 받은 등록금은 이미 예산으로 편성된 곳이 있으니까요.

 

5. 등록금 감면이 확정되고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금이라도 돌려준다는 것에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근처의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학교는 휴학생과 졸업생에게도 등록금 반환을 똑같이 실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호평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액이 너무 적다는 점에서는 불만도 많이 있었습니다.

 

  • 계명대-구성원(교수)들의 자발적 기부(전체 20만원)
  • 영남대-등록금 10% 제외(휴학생 편입생 제외)
  • 경북대-특별장학금 형태로 등록금의 10% 지급(자퇴생 휴학생 대학원생 제외)

 

이렇게 대구대학교의 등록금 반환 움직임은 다른 대구.경북권 학교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예를 들면, 휴학이나 졸업 여부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반환을 제공한 대구대학교와 달리 다른 대구.경북권 대학의 학생들 중에는 휴학생이나 졸업생이 등록금 반환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또한 대구대학교는 적립금과 절감한 사업 예산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등록금 반환을 실시했지만, 다른 대구.경북권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거나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돈을 줄이기도 했다. 그래서 등록금 반환 문제와 비대면 수업에 대한 대구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지도 들어보았다.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인 4학년 A씨

 

1학기 코로나 사태가 심해져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들쭉날쭉한 수업 방식, 낮은 수업 수준 등 학생들의 불만과 처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교수님들로 1학기는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코로나19로 1학기를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면 학교 측에서 좀 더 학생들에게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등록금을 낸 만큼 양질의 '대학 강의'가 진행되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다른 학교중에는 등록금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구대학교는 10% 감면을 진행했는데, 어느 정도 대응은 했다고 생각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수업에 질에 비해 등록금 반환 금액이 적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1학기 재학 후  2학기 휴학한 재학생 B씨

 

저는 1학기에는 재학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전체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됐습니다. 4학년이었기에 마지막 1년의 수업은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졸업하고 싶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에 비하더라도 수업 자체가 아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실습수업을 교수님과 소통하지 않고 영상으로만 듣다보니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고, 휴학을 하고 내 공부를 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강이 다가오면서 2학기에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휴학계를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번 학기에 비대면을 한학기 진행했었기 때문에 2학기 비대면 수업이 좀 개편이 된 것 같긴 하지만 재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면수업에 비하면 여전히 수업을 하는 느낌이 안든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 떨어지는 수업을 들을바에는 휴학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휴학을 해도 등록금 감면은 받을 수 있어서 휴학에 대한 큰 고민은 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1학기 비대면 수업을 듣고 학사학위를 받은 졸업생 C씨

 

재학생은 2학기에 등록금 10%와 함께 3학점을 추가로 더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졸업생은 그 혜택을 받을수가 없습니다. 수업이 1학점당 7만원이라서 계절학기 들을 때 3학점 수업 하나를 21만원 내고 듣습니다. 하지만 졸업으로 인해 3학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희에게는 등록금 반환을 더 해주었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에는 수업도 몇 개 없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질이 떨어지는 수업을 듣고 졸업을 하게 되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합의만으로도 긍정적 vs 임시방편에 불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처한 현실에 따라 입장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학생과 학교 측의 입장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구대 총학생회는 그 사이에서 등록금 환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활동과 논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대가를 돌려달라는 입장이고, 학교는 학교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된 유지비가 정해진 상황에서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학생들의 반응에 답하려 했다. ‘등록금의 일부’를 다음 학기에 감면하거나 ‘특별장학금’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최종 결과가 나왔지만, 그 금액에 있어 만족보다는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 많다.

 

‘등록금 환불’ 이슈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논의가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합의에 이른 대구대의 사례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계속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이 나오려면 최소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2학기가 끝나는 올 겨울, 그리고 내년 1학기와 2학기에도 다시금 불거질지 모르는 등록금 문제를 임시방편식으로 덮어둔 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 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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