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5 (금)

대학알리

건국대학교

채식 보장 없는 건대···필요성은?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채식주의자가 승려였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은 절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외국인 인구의 유입이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 채식주의자의 수는 소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미 많은 사람이 채식을 선택하고 있기에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나 메뉴가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윤리적, 환경적, 종교적인 이유가 있다.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거나, 가축 사육, 환경 파괴를 채식을 통해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한 종교의 교리를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 ‘윤 스테이’는 다양한 신념을 가진 외국인 채식주의자들이 등장하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따로 준비하여 채식주의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6년 시사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424개 대학 가운데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삼육대학교, 서울대학교 교내 식당만 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한다. 건국대학교 학생 채식주의자들은 채식할 수 있는 권리를 얼마나 보장받고 있으며, 채식주의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우리는 채식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현황과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건대 내 채식 현황과 인식에 대한 조사>는 건국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나흘 동안 총 65명이 응답하였다.

본인이 채식주의자인지 묻는 문항에서 1명만이 본인이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하였다.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선택했지만, 학교 주변에 채식 식당이 없고 학식(이하 학교 식당)과 긱식(이하 기숙사 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찾아보기 힘들어 굶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학식, 긱식의 음식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도 채식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대학 생활을 하며 채식에 관한 학교의 배려나 복지도 전혀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채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이 46.9%(30),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12.5%(8)였다.

 채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환경 보호 측면이나 현재의 동물 사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66.7%(20)로 가장 높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 63.3%(19)가 학교 자체적으로 채식 식단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채식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채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는 50%(4)가 채식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한, 채식할 의향이 없고 학교 자체적으로 채식 식단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7.5%(7)였다.

 결국, 이 설문에 따르면 채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높고 채식을 시도할 의향이 있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지만, 정작 채식주의자는 학교에서조차 채식하는 것을 배려받지 못한다.

 건국대학교의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본교 학생식당에서 제공되는 식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위 사진은 건국대학교 기숙사 쿨하우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숙사 거주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기숙사식의 주간식단표이다. 3월 22일부터 28일 동안의 식단을 기준으로 채식주의자에게 적합한 식사가 제공되는지를 분석해 본 결과, 16끼의 식단 모두가 육류, 해산물, 유제품을 포함하고 있었다. 각 끼니에서 주요 메뉴라 불리는 가장 상단의 메뉴 또한 3월 23일 조식에 제공되는 누룽지야채죽 이외의 모든 주요 메뉴가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식단표만으로는 기숙사 식당에서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부가적인 어려움들을 알 수 없으므로 직접 건국대학교 기숙사 식당에 방문하여 기숙사식을 섭취했다. 기숙사 식당에 방문하며 ‘채식주의자들이 식단의 성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음식 성분을 따로 명시해놓은 성분표가 존재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배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반찬들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에 집중하였다.

 

 

 

 

 기숙사 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입구에 당일에 제공되는 메뉴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메뉴의 이름이나 설명 없이 메뉴 모형 하나만을 전시하고 있었기에 모형만으로 메뉴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식당 내부에는 당일 제공되는 메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내부를 둘러보았지만, 식단을 알 수 있는 메뉴표나 음식 성분을 알 수 있는 성분표가 존재하지 않아 채식주의자가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숙사 식당은 식판에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자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자율배식으로, 채식주의자들이 섭취를 원하지 않는 음식을 제외하고 배식할 수 있었다. 또한, 주요 메뉴인 스팸마요덮밥의 경우 쌀밥과 덮밥 재료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 원하는 경우에 쌀밥만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덮밥을 먹지 않을 경우에 따로 섭취할 수 있는 채소류 등의 음식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기숙사 식당에서 제공되는 메뉴를 분석해보고 직접 기숙사 식당을 방문한 결과, 채식주의자들이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경우 크게 세 가지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극도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둘째, 당일에 제공되는 메뉴의 정확한 명칭과 성분들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 마지막으로 육류나 해산물 등 채식주의자가 섭취하지 않는 음식이 주요 메뉴로 나왔을 경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제공되지 않다는 점이다.

 학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업체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고, 메뉴 모형만 있고 식단표는 없다. 고정적으로 나오는 라면을 제외하고 나오는 메뉴는 1~2개에 불과하다. 이 메뉴들 또한 채식을 보장하고 있지 않고, 대체식도 없었다. 이 요인들은 학교에서의 채식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채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채식을 시도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학교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까? 앞서 설문에 답한 사람 중 4명에게 학교의 채식 보장이 필요한지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이는 모두 비채식주의자이며 그들의 채식 관련 지식은 기초적인 분류를 알고 있는 정도다.

 인터뷰에 답한 모든 이들은 채식은 개인의 자유로서 기본적으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식을 학교에서 보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봤다. 현재 교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그러한 소수의 채식할 권리 보장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주류였다. 또한 채식은 개인의 자유로서 존중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채식을 강요하거나 육식을 비난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채식을 보장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반대로 채식은 하나의 권리이고, “학교에서 이러한 학생의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단을 따로 마련하여 제공한다면 이미지 측면에서 아주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인터뷰에서도 보았듯이,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건대 내 채식 보장은 어려운 일이다. 교내 채식자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어 있지 않고 수요 또한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학생들의 인식 또한 호의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채식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해외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문화이다. 채식 완전 보장은 아니더라도 비건 간식을 제공해주는 대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구체적인 성분을 표기하고, 메뉴를 다양화하는 등 식이소수자를 위한 복지가 늘고 있다. 건국대 내에서도 채식에 대한 담론과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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