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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이 된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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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동원과 민원실을 넘어 시민성과 대의로

「차세대 시민성 관점에 근거한 차세대 대학 학생회 학생자치 모델을 위한 기초연구」

 

 학생회의 ‘현재성’과 의의, 그리고 「기초연구」

 

 대학 입학 후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는 ‘정치’ 조직. 우리의 공적 의견을 대변하고 사적 이해관계를 수렴하여 의제를 형성하는 대의 조직. 학생들의 ‘대표’라는 정치적 상징을 가지고 사회 이슈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자발적 결사체. 학생회를 ‘이상적으로’ 정의한다면 이와 같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그런가? 지금 학생회는 학내에 산재해있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 예컨대 학내 성관련 범죄들, 교수-학생 간 위계관계에서 오는 암묵적 폭력, 마이너리티 정체성 소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의제 형성 및 공론화, 코로나 국면에서의 비대면 수업 관련한 ‘질’문제 등등 이러한 문제들을 양산하거나 이에 대해 무관심한 학교 관료행정체제에 맞서 ‘대항 결사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 아니, ‘자치’는 고사하고 핵심적인 의제들은 묻어둔 채 매년 축제와 휘발성 이벤트들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학생회의 의사결정과정은 어떠한가? 민주적인가? 독단적인가? 애초에 학생들은 학생회와 학생 사회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치열한’ 응답이 있다.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지원하고 예술대학생네트워크에서 연구한 「차세대 시민성 관점에 근거한 차세대 대학 학생회 학생자치 모델을 위한 기초연구」 가 그것이다. 전문 연구자들이나 ‘당사자성’이 결여된 채 추상적인 개념들과 모호한 분석들이 난무하는 아카데믹한 차원의 논설이 아닌 실제 학생 사회 구성원들과 청년 활동가들이 공동조사·공동기술 한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연구 대상의 생생함과 신랄한 문제제기, 현장성, 해결책과 지향점에 있어 상당한 현재적 의의와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본 연구 중 시민성 관점에서 ‘자치’의 의미를 묻고 그 개념의 정치적 본질을 가지고 당사자들의 시각으로 학생회의 모델을 논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게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며, 흩어진 학생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규합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본 연구의 이러한 문제제기의 본질과 핵심을 새로운 모델의 구조와 시민성을 중심으로 지금부터 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의 학생회 모델과 새로운 모델로의 이행: ‘새로운 대표성의 대표자’

 

 본 연구에서 소개하고 있는 학생회 모델의 전통은 대개 두 가지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던 83년 「학원 자유화조치」 이전의 지하 운동권 조직과 그 이후에 제도적으로 승인되어 조직된 제도권 운동 조직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00년대 이전의 급진적인 사회 변혁 의제로부터 이탈하고 행정과 서비스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학생회 모델이 다른 하나이다. 대개 두 학생회 모델은 00년대 이후에 결합되어 혼재된 상태로 나타나게 되었고 운동권 조직체의 급진적인 성격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 학생회 모델의 ‘민주집중제’라는 조직 및 의사결정 모델을 그대로 계승한 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민주집중제는 과거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에서 사용하던 정치체제인데, 위계적이고 구조적인 관료적 구조로 이루어져있으며 다양한 정체성이나 외부 압력과 감사를 배제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조직형태의 문제점은 하위조직에서 상위조직까지 혹은 상위조직에서 하위조직까지 의사결정과 의제가 일 방향적으로 논의되고 의례적으로 의견을 수렴 받는 형태로 의사결정구조가 결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층조직들에게 개별의제나 정책들을 기획하고 집행할 권력과 예산이 거의 없고 사실상 중앙에서 조정·통제가 이루어지는 이러한 모델은 자율적인 의견 개진이나 창발성·창의성·소수성이 교차하는 분산적이고 민주적인 조직 모델로서 발전하지 못하고 수동적이고 형식적인 관료조직으로서 ‘자치’의 성격을 박탈당할 위험성이 상당하다.

 

 조직 전체의 틀과 구성원들의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의사결정과정을 지배한다는 의미에서 조직 구조에 대한 지적과 해법 구상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 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과 중·장기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지나치게 분산화하고 분권화 했을 때 생기는 이권 다툼과 공동 이익의 개별화, 민주집중제의 관성을 방지하고, 집중화하고 중앙화 했을 때 생기는 의사결정의 경직화, 권한배분의 비민주성을 타파하기 위해 기존 운영 주체들 외에 전체 학생들의 부분적 대표성을 가진 새로운 대표성의 대표자를 선출하여 중앙운영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위촉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대표’는 기존의 단과대학 중심이나 총학생회 중심 이권과 계파적 이익에서 독립하여 전체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동시에 특별기구의 장 및 총학생회 집행위원등을 담당하여 의결권 등 실권을 가지고 학생들의 직접적 대표성을 실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래는 개편된 학생회 체제의 구조이다.

 

 

 

 기존의 학생회 모델에서는 단과대 학생회와 개별 학과별 학생회 등 ‘전공’을 중심으로 부분적 대표성을 띄고 있는 대의 기구들이 위계적으로 조직되었다면, 학생 전체의 이해와 관심을 대변하는 새로운 대표성을 띄고 있는 대표자를 핵심적이고 실권을 가진 핵심 구성원으로 학생들이 직접 선출하여 조직 권한을 분산하고 업무를 분담하며 상호 견제와 협업의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 새로운 학생회 조직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히 과거에 문제가 되었었던 것은 위계적인 관료구조와 폐쇠적인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장단이라는 중앙집권적이고 경직된 기구 외에는 학생 전체의 이해를 대변해줄 수 있는 대의 기구가 없었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적인 의사표현 채널은 한정적이었으며 의제 또한 다양하게 수렴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총학생회장단을 내부에서 견제하고 권한을 분산할 마땅한 기구도 없었으며, 이는 곧 의제의 협애화와 단일화, 의사결정의 일원화로 이어졌다. 본 모델은 이와 같은 기존 모델에 대한 대항 모델인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새로운 대표성의 대표자’의 도입이 안정적으로 정착 된다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구성원들의 ‘전공 대표성’을 줄여나가는 것과 동시에 전체적인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대표하는 ‘학생 대표성’을 확충해 나가는 장기적 과제를  단과대학운영위원회에도 점진적으로 적용하여 선출된 새로운 대표성을 가진 대표자로 구성해 나감으로서 ‘학생 자치제’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과제들은 분명 중·장기적일 것이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과도기 내지 이행기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과 변수들도 생길게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 전체의 이해관계와 공적 관심사를 대변해주는 또 다른 정치적 대의기구 모델에 대한 상상력과 제안, 그리고 구체적인 안으로서의 ‘새로운 대표성의 대표자’와 점진적 분권화 모델은 현재 학생회의 민주집중제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분명하게 문제시 된다는 점에서, 전체 학생들의 이해를 공식적으로 대변해줄 정치적 매체(총학생회장단)가 일원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명 시도해볼 만 한가치가 있다. 

 

 정치적 시민성과 학생 자치의 미래, 그리고 ‘학생 사회의 공통성’

 

 지금까지 논의해온 새로운 학생회 모델의 구조적인 이해와 더불어 본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치적 태도’ 내지 ‘이념 모델’이 있다. 바로 ‘시민성’이다. 시민성은 보통 공화주의적 정치원리에서 채택하는 시민 모델인데, 일반적으로는 ‘공통의 사회적 가치와 지향성, 공통의 이익과 시민적 덕성을 가지고 주체적 권리를 행사하는 독립적인 정치적 주체’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교과서적인 이해와 합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생회의 경직화와 집중화의 문제 뿐 만 아니라 학생들의 탈정치화와 개별화·고립화는 이러한 ‘시민성’개념에 대한 현실적 괴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학생 사회에 무관심하고 학생회의 운영과 새로운 모델링, 정치·사회 담론 형성에 관심이 없으며 대부분 ‘생존’을 위해 정량적 스펙 쌓기와 반복되는 자기계발의 패턴에 묶여있다.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개인들을 탈정치화·탈조직화 시키고 ‘공통의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고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규율을 생산하여 시야를 좁히는 경향이 있는 것과, 이러한 상황에 조응하여 기존 학생회 모델이 서비스와 민원에 집중하기도 하고 종래의 폐쇠적이고 일원화된 의사결정구조 안에서 의제를 좁혀 대학 사회의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개인화되고 원자화된 학생 사회와 학생회의 구조적 모순이 공명하고 있던 상황 속에서 본 연구는 새로운 학생회의 모델과 함께, 그것의 이념적 기반으로서 다시 한 번 정치철학의 전통 중 ‘시민성’개념에 주목한다. 학생회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가 감소하고, 학생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며, 고립되어 가는 학생들의 유대와 연대의 정치학과 대의와 심의의 효용을 감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성’에 입각하여 직접적 참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학생 사회와 학생회에의 ‘정치적 참여’라는 수단을 통해 알려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생회 공공 행정 거버넌스 도입과 제도적인 수준에서 공론장을 마련하여 적극적인 참여의 태도를 만들어 내야하며, 기존 조직문화를 민주적으로 재편한다는 계획과 병행하여 공론장을 통해 수렴 받은 의견을 실제 정책과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학생 사회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의 기구의 기계적인 대의 시스템과 독단적인 결정구조를 참여적이고 공화적인 학생회 조직 및 대학 사회문화를 점진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본 연구의 판단이다.

 

 과거 운동권 세대를 거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파도에 직접적으로 휩쓸린 한국 청년 사회의 현실에서 끊어진 유대관계와 개인화되고 원자화된 개인들의 ‘생존주의’는 이제 하나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진지하고 깊이있는 담론과 논쟁대신 실용적인 자격증 스터디로, 서로 간의 유대와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문제해결 대신 개인의 능력과 환경에 의존하는 각자도생으로, 전반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모순을 찾기보단 개인적인 결함 탓으로. 철저한 상호 배제, 차별, 억압! 이 모든 것들은 한국 사회 청년들의 편린들이 아닌가?  이런 상황 속에서 ‘시민성’담론을 다시 한 번 꺼내 반복한다는 것은 그저 허울 좋은 정치적 개념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사라진 ‘사회적 공통성’,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 청년 사회의 공통성’을 찾고 상호 연대와 이해에 기반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몸부림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새로운 학생회 모델과 시민성 개념을 겹쳐서 제시하는 것은 실천적 모델과 이념적 기반을 교차시켜야만 과도기의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으며, 학생회라는 이름의 ‘대의 기구’와 ‘자치’가 단순한 ‘민원실’과 ‘대중 동원’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지 않을 것 이라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내가 강조한 학생회 구조와 새로운 모델, 시민성의 철학 말고도 본 연구에 수록된 양적·질적 조사기록들과 연구 내용·결과는 ‘당사자성’에 입각한 자료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 여기서 학생회의 문제를 총제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독할 만하다. 학생회와 자치는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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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호 기자

다양한 '폭력'이 미래를 규정하지 않는, 그런 가능성을 위해 글을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