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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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학 ‘땜질식’ 현장 연계 교육 바꾸자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토론회 3차 <예술대학의 현장 연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열려
순수예술에만 치중된 예술대학, 현장과 괴리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해소해야 해

 

 

지난달 30일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토론회 3차 <예술대학의 현장 연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화상회의(ZOOM)를 통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예술대학생네트워크가 실무를 담당했고 △국회 권인숙·김철민·도종환·박정·유정주 의원실 △예술대학 살리기 교수 및 학생 모임 등 유관기관에서 공동주최했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는 연속토론회 주최 취지로 “일차적으로 예술대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예술대학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교수와 학생 주체 및 행정부처와 공공기관 그리고 대의 및 입법기관들과 함께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조은영(원광대 미술학) 교수는 행사 시작에 앞서 “예술대학이 소멸하고 있다. 자연적 소멸이 아니라 그동안 대학 평가·지원정책·구조조정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 예술 전공이 폐과 혹은 악화일로에 있다”고 예술대학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인간 가치와 이념을 대변하는 예술인을 양성하는 예술대학이 세상과 동떨어진 우골탑(牛骨塔)이 돼 있다는 학내외 비판에 직면했다”며 “(예술대학이) 순수예술의 허울을 내세워 역량이 있고 사회적 생존이 가능한 직업 예술인 양성에는 비판한다. 우리가 대학에서 예술 전공생에게 4차산업혁명에도 살아남을 직종이라는 말로는 생존할 수 없다”라며 ‘예술대학의 현장연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포문을 열었다.

 

 

첫 번째로 발제를 맡은 신민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위원은 “예술대학의 전환 즉, 현장 연계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관점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며 “제대로 된 관점의 설정 없이 예술대학에 대한 재정이 강화되고 현장의 프로그램이 연계되는 것만으로 현재의 예술대학의 위기와 예술대학생 삶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예술대학 전환을 위한 전제로 대학의 본질적 역할에 관한 논의를 꼽았다.

 

 

‘순수성’에 매몰된 예술대학

그는 “고등교육법에 정의한 대학의 목적은 학문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예술대학의 역할은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본질적 역할”이라며 “그러나 예술대학은 사회적인 예술의 역할을 찾기보다는 예술을 ‘순수성’이라는 정치적 강박으로 귀결시키고 기예와 현학 속에 스스로를 가뒀다. 이 잔재는 아직도 커리큘럼의 형태로, 학내 문화 형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예술대학의 현장 연계를 찾는 일은 예술대학이 대학으로서 역할을 바로 세우고 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중한 자기성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예술대학을 위한 재정이 지원된다고 할지라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동원되는 예술대학생

신민준 위원은 “예술 현장에서 예술대학생은 주로 동원 혹은 무임금 방식으로 역할이 주어진다”며 “공공기관에 예술대학생은 정책의 대상으로 고려되기보다는 경력 중심의 예술계 현황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음을 빙자해 쉽게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만 호출한다”고 토로했다. 예술대학 현장 연계를 위해서 “생태계에서 예술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상정하고 예술대학생을 구성원으로서 공동체 내 자기 결정권이 있는 주체로 인정해 이들의 욕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국 예술대학을 또 하나의 현장으로, 혹은 현장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민준 위원은 현재 예술대학에서는 실효성 없는 전형적인 현장 연계 수업 즉 땜질식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장에 대한 기형적 인식을 초래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는 “대학 평가와 취업난을 비롯해 예술대학의 대내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예술대학이 학생들의 취·창업 혹은 진로와 관련된 수업을 개설했다. 이는 대학과 현장의 연계 지점을 고민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수업 다수가 원래 커리큘럼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돼 풍부하지 못하며, 내용이 전형적이라는 것에 있다. 다수 예술대학의 현장형 수업이 △환경조각(혹은 야외 조각) △저작권 교육 △음악 교수법 교육 △예술 경영 개론 △디지털 툴 교육 등 수업으로 그치고 있다”고 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김석홍 예술경영지원센터 전문위원은 ‘예술대학의 문제가 ‘현장’의 문제다-교육과 현장의 접점 넓히기‘를 발표했다. 그는 신민준 위원과 마찬가지로 “예술대학의 교육 현장도 크게 보면 ‘예술 현장’임에 틀림이 없다”며 “예술 활동의 주체인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 활동의 시작을 자신의 재능을 연마하고 실험하는 고등교육과정 또는 그전 시기에서 찾는다면 이를 반대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학교육을 예술 현장에서 구분함으로써 교육과 현장의 유기적 관계를 끊는 결과를 가져와 교육 현장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예술대학생 모두가 예술가 될 수 없어”

그러면서 김석홍 위원은 예술대학과 현장 연계를 높이는 목적으로, 첫 번째 현장 연계를 통한 전문교육의 효과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창작을 증진하는 것, 두 번째 창작 분야가 아닌 졸업 후 예술 ‘응용’ 즉 예술 매개자로서의 참여와 활동을 증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즉 첫 번째 이유는 예술대학의 본연은 목적 수행을 위해 현장의 역동성이나 진취성을 경험하고 사회적 의제에 대한 예술적 대응 등 예술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예술가로서 살아가지는 않지만, 예술을 활용하고 응용하여 다양한 폭넓은 방법으로 예술에 기여하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 현장 접점을 넓혀야 한다”며 “예술대학 졸업생의 많은 수가 현실적으로 예술가가 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체육대학이 엘리트 체육과 함께 생활체육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위원은 예술 교육과정 심화를 위한 현장 연계에 대해 조언했다. △의과대학-대학병원 모델(예술대학과 예술단체가 함께하여 실습, 창작, 제작, 유통까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 △대학-극단, 지역극장-대학과 상생 연계 모델 △‘현장’에서 주도해서 만든 교육기관 모델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예술대학에서 예술 매개자 또는 생활예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학생들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는 응용예술과 함께 예술을 응용하거나 예술을 매개하는 활동에 대한 안내와 깊이 있는 소개가 예술대학 교과 과정에 들어와야 하고, 이를 위한 현장 연계가 적극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현장 입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매개 인력이 필요하다. 예술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서는 예술 작품이 창작자의 손에서 제작돼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각 과정을 전문화하고 분업화할 필요가 있다”며 마쳤다.

 

지난 2차 토론회 ‘예술대학 커리큘럼 및 교육 환경,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서도 다뤄졌듯이 이번 토론회 역시 발제와 토론에서 예술대학 커리큘럼에 관한 문제 지적이 활발했으며 현장과 연계할 수 있는 교과 과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중요한 현장실습, 커리큘럼에 포함해야

윤은지(홍익대 조형대학) 학생은 “인턴십에 있어서, 현장을 아예 느끼지 못한 학생들이 발 디딜 일터나 업무를 고르기에 한 번의 기회는 너무 한정적. 1차 인턴십으로 저학년 때 다양하게 준비된 인턴 활동을 얕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세분된 설명을 듣는 수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고학년에 2차 인턴십으로 원하는 세부 분야의 직종·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장기 인턴십을 진행할 수 있다면, 현장에 대해 학생들이 깊이 있는 체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험에 빗댄 조언을 했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 관장 역시 교육과 현장 연계의 가장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인턴십(현장실습)을 강조했다. 안 관장은 “현장실습은 근로보다는 실습과 학습에 중점을 둬야 한다. 미술대학생이라면 인턴십이 학기 중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으로 편성돼 미술대학생들이 졸업 전에 실무와 현장 경험을 자연스럽게 쌓도록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술 순정 주의자만을 위한 예술대학…실용도 생각하자

옥민아 공공연희 단장은 “△예술과 산업의 협력 예술 현장 경험 △예술을 토대로 발생하는 다양한 업종의 양태에 대한 숙지 등은 순수예술을 벼리는 예술가들에게 ‘반드시’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예술대학은 마치 ‘예술 순정 주의자’들 만을 위한 학제로 구성된 모양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산업적 가능성·경제적 영향력 측면을 고려하는 ‘예술 실용주의자’들을 위한 배움도 마련돼야 한다”고 순수예술만을 중시하는 예술대학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요구했다.

 

 

홍유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교육기반본부장 역시 “전문예술가 양성·문화예술 관련 영역 종사자·예술교육 전문가·예술 관련 행정 분야 등 예술의 전문성을 활용한 새로운 분야로 전공자들의 진로와 수요가 다변화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내에서도 교육 기획·교육 실행·코디네이터·에디터 등 역할이 다각화되고 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폭넓고 실질적인 이해를 돕는 대학 내 교육과정이 필요하며 사회적 역할이 구체적인 진로의 방향성과 연결될 수 있도록 예술전공자들의 다양한 진로 가능성을 제시하고 관련 탐색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안미희 관장 또한 “진로탐색과목을 필수수강과목으로 1-2학년 때 수강해 자신의 적성과 미술계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술 현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직업군 또한 세분되고 다양화돼 가고 있는데, 미술대학 관련 교육은 전업 작가와 전시기획자에 대한 교과목이 대부분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더불어 그는 “대학은 현장에서 사회의 다양한 변화요인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확장된 예술계 전반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전업 작가 △미술이론가 △미술교육가 △큐레이터 △미술기자 △디자이너 △미술품복원가 △예술행정가 △연구원 △미술 정책가 등 다양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도입이 절실하다. 관련 학문 또한 미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맥락의 교과목을 커리큘럼 안에 탑재해 학생들의 사고와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준비가 된다면 졸업 후 현장과 괴리는 많은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토론은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으며, 기사 하단에 첨부된 해당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토론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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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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