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 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9일 자교 정문에서 교내 권력형 성폭력과 대학 당국이 구성한 성폭력대책위(이하 대책위)에 대한 대응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회견에는 김민석 공동행동 대표를 비롯한 5명이 함께 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회견 자리에서 학교 관계자들의 2차가해적 발언에 ‘F학점’을 매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같이 밝혔다.
공동행동 측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피해자를 지원하며 파악한 A 교수의 가해 사실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실에 따르면 A 교수는 약 2018년부터 수업 중 피해자들에게 성희롱과 외모 비하를 일삼았고 사근사근하게 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너는 내 옆에 묶어놔야 한다'라며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또한 A 교수는 자신에게 잘못 보이면 미술계에서 매장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손문숙 활동가는 "A 교수가 피해자들을 사적으로 불러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과 A 교수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여 이를 성폭력으로 연결되게 한 패턴이 피해자들의 증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행동 측 이시온 미대의외침 회원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학교의 미진하고 부적절한 대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동행동은 지난 9월 8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수년을 거쳐 지속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A 교수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했다. 회견 이후에도 32건의 피해 사례가 추가로 접수되었으며 이에 공동행동은 해당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보름 간 진행해 약 2만여 명의 서명을 학교에 제출했지만 공론화 직후에도 A 교수는 여전히 교단에 남아 강의를 진행했다. 공동행동은 2차가해 방지 조치를 대학 당국에 요청했지만 ‘성평등 상담센터 신고가 접수되지 않으면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의 답변이었다.
그동안 A 교수 측에서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더불어 A 교수는 그를 두둔하는 학생들과 힘께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를 부인하며 자신은 학생과 절대 단둘이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MBC> ‘PD수첩’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A 교수가 학생들과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학생 중 한 명과 단둘이 만나 포옹을 하는 모습이 보도된 것이다.
결국 지난 9월 27일 대책위의 ‘인사위원회 회부’가 결정되었다. 인사위원회는 4차례의 회의를 거쳐 대책위 산하의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구성했고 해당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대학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였고 피해 학생의 회복에 집중하며 사건에 대한 행정적·법적 조치를 잠정 유보했다.
학생을 공격하는 조사위? "당신들이 책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통탄스러워"
그러나 해당 조사위에 대해 폐쇄적인 회의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는 공정한 판단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대책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홍익대 조사위는 오로지 학교 측 고위 관계자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양희도 미술대학 학생회장은 이번 성폭력 사건을 대응하는 조사위 구성원의 2차가해적 태도를 비판했다. 양희도 학생회장은 "지난 9월 27일 표창우 부총장은 공동행동이 제출한 연서명을 거절하며 학생과 시민들은 소문에 불과한 것을 믿고 서명을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총장은 해당 발언은 실수가 아니었고 자신은 여전히 동일하게 생각한다며 잘못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수시를 앞두고 홍보가 나가고 있는데 이렇게 터뜨려버리니 맥이 빠진다.” 라고 말한 음선필 기획처장 발언도 공개되었다. 이어 양희도 학생회장을 비롯한 공동행동 측은 "기획처장이 등록금을 몇 천만 원씩 들여서 홍보를 했다며 어렵게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들과 학생 대표자를 지속적으로 비난해왔다." 고 주장했다.
"홍익대학교는 인권유린 A 교수를 조속히 파면하라"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홍익대 측은 대책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건에 대한 심의와 의결에 들어갈 것을 공동행동에 통보했다. 결국 지난 2일 대학 당국은 해당 사건에 대해 피신고인 A 교수의 성비위를 인정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대책위가 사건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한지 약 3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민석 공동행동 대표는 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사건이 아무런 징계 권한이 없는 인사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하현 예술대학생네트워크 활동가는 "교내 성폭력에 대한 학교 차원에서의 안전망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전하며 "성폭력에 대한 홍익대 내부의 절차는 의도치 않게 사건의 중요한 지점들을 은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대표는 미진한 대처와 부적절한 태도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입힌 홍익대 측에 가해자 A 교수를 즉각 파면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를 위한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이어 "올해 안으로 A 교수가 파면되지 않을 시 공동행동은 인권위 진정과 형사고발 절차를 재개하고 홍익대학교에 대한 소의 제기를 검토하겠다"라는 뜻을 밝히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취재=송유진·차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