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 평화 집회,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재학생들

“STOP KILLING CHILDREN" (아이들 살상을 중단하라)

“STAND WITH UKRAINE" (우크라이나와 함께해달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 대사관 근처에 어린아이들의 신발과 인형, 꽃이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집회에서 러시아의 공격에 사망한 아이들을 기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3일 오후에 열린 평화 집회는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현장에는 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러시아인, 한국인 등도 함께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회에 참가한 어린아이도 보였다. 우크라이나 평화 집회는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부터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먼 이국땅 대한민국에서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상황을 알렸다. 집회에 참여한 한 우크라이나 여성은 “수천 명의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러시아의 군을 맨손으로 막고 있다. 그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두려움을 떨쳐내며, 침략자들에 맞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마리우폴이란 도시를 기억해달라. 지금 이 도시는 러시아에 점령당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물, 전기, 음식, 약품 등을 얻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지도 못하게 막고 있으며, 심지어는 러시아로 강제 이주까지 시키고 있다”며 참혹한 도시의 상황을 호소했다.

 

발언이 끝나고 행진이 이어졌다.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청 앞으로 이동했다. 행진 대열에는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도 보였다. 이들은 행진에서 “STOP KILLING CHILDREN”, “STOP BUSINESS WITH RUSSIA”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러시아에 아이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말 것을 촉구하며, 타국에는 러시아에 대한 무역 중단과 경제 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행진대의 목소리는 시청 앞 대로에서 더욱 커졌다. 시청부터 숭례문까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렸다. 행진대는 한국어로도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크라이나 국민 화이팅” 행진대는 평화와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행진대의 우크라이나인들은 “대한민국 감사합니다”라는 구호를 통해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가졌던 한국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시민도 발걸음을 멈추고 행진에 관심을 가졌다. 행진대가 지나갈 때 사진을 찍는 시민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상황을 설명하는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I Stand With UKRAINE' (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

평화를 외치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학생들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에 재학 중인 김기범 씨 외 5명도 이번 평화 집회에 참가했다. 우크라이나어과 학생회장 김기범 씨는 매주 평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가 한국에 더 많이 알려진 국가여서,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이 많은 편이에요. 우크라이나 전문가는 우리 학교 출신밖에 없는 실정이니까요. 저희는 우크라이나의 입장과 시각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권에서 우크라이나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학기관은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가 유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도 몇몇 변화가 있었다. 김기범 씨는 학기 초 전쟁 발발 이후 혼란스러웠던 학과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그는 “신입생들 여론을 보기 위해 에브리타임(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들어갔을 때 ‘폐과 되는 거 아니냐’, ‘러시아 과랑 합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돌았고, ‘러시아과 학생들이랑 교수님들이랑 사이가 어떻냐’는 말도 많더라고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전부 의미 없는 말이거든요. 전쟁이 진행 중이고 패배한 것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고요”라고 말했다. 

 

학교 차원에서 지원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 출국한 학생들은 현재 폴란드로 이동해 있는 상황이다. 출국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전쟁 이후 길이 막혔다. 김기범 씨는 “그 친구들도 교환학생 준비를 굉장히 오래 했을 거에요. 코로나로 한동안 길이 막혀있다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을 텐데, 한순간에 다 사라지게 된 거죠. 4학년인 제 동기들은 지금 복학을 하면 교환학생을 갈 기회가 아예 날아가는 거라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지만, 굉장히 문제가 있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더불어 그는 학과 수업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에 대해 주의 깊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과 내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다른 과보다 많이 다루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제가 듣는 전공 수업에서도 교수님들이 관련된 얘기를 자주 하시고, 신문 기사 스크랩 같은 과제도 이런 토픽으로 진행을 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우크라이나어과에 2022학년도 신입생으로 입학한 이채은 씨도 이번 집회에 함께 했다. 이채은 씨는 이번이 다섯 번 째 평화 집회 참여라고 했다. 그녀는 “신입생들도 가능하면 (집회에)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선배님들도 저희가 같이 참가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또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라도 열심히 참여하고 또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참여하고 있어요”라며 집회를 참여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또 ‘학과에 입학하자마자 이런 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지는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쉬운 마음은 있죠. 그렇지만 이 기회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고,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는 개전 이후부터 학과 및 학생 개인 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초청회 및 간담회를 진행했고, 피켓 시위를 통해 전쟁 중단과 평화 정착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가 합작해 전쟁을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끝으로 오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명동성당 앞 1898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평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기영 기자(oky98@daum.net)

이지민 기자(statwave0224@gmail.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