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휴게시설 생겼지만...” 과제 여전한 조리노동자 근무환경

작년 8월 관련법 개정으로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시행
식당 내 휴게시설 설치됐지만 여전히 문제점 많은 조리노동자의 근무 여건
온도 조절, 비품 보관, 환기 부족 등 해결 과제 남아
“환기가 잘 안 돼서 여름에 진짜 안 좋더라고요”


“사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전국 대학교 185개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 이행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 8월 시행된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산업안전보건법 제182조의 2)에 따른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진행됐다.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외대도 학내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했다. 설치된 휴게시설은 학내 노동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일까. 교수회관 조리노동자를 만나 휴게시설을 포함한 근무 여건과 노동 환경을 살펴봤다.

 

이들의 하루는 학생보다 일찍 시작한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 출근해 학내 구성원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식 시간이 끝난 직후부터 곧바로 점심 식사를 준비한 후에야 비로소 휴식 시간이 생긴다.

 

Q. 언제부터 근무하셨나요?

A. 20년 정도 됐어요.

 

Q. 조리노동자분들은 외주업체인가요?

A. 아니요. 직영으로 운영됩니다. 우리는 외대 직원이고 만60세 정년퇴직이에요. 물론 계약직도 있죠. 처음엔 들어와서 계약직부터 시작하면서 노동조합에도 가입해요.

 

Q. 하루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A. 휴식시간 포함해서 9시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8시간 근무하고 휴식 시간 1시간이 되는 거죠.

 

Q. 휴게시설은 어떠세요?
A. 설치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도 휴식공간이 생긴 점은 좋아요. 확실히 없을 때랑 비교하면 많이 편해졌죠. 예전에는 휴식시간에 쉬지도 못했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쉴 공간이 없어서 그냥 의자 하나에 앉아서 쉬고 그랬었죠. 이제는 피곤할 때 좀 누워 있을 수 있어서 괜찮더라고요.


Q. 휴식공간은 언제 생겼나요?
A. 재작년 즈음이요. 1년 조금 넘었어요.


학교는 법 시행 이전 휴게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개선된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휴식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휴게시설 설치가 가져온 부작용을 언급했다. 

 

휴식 공간이 생기면서 편한 반면에, 또 불편한 것도 있죠. 여기가 원래 창고였는데 휴식공간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기존 창고에 있는 물건을 지하실에 갖다 놨어요. 필요할 때는 지하에서 다시 끌고 오죠. ”


설치된 휴게시설은 기존에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이를 개조해 공간을 마련하다 보니 창고에 있던 비품들을 보관할 공간이 사라졌다. 결국 지하에 물건을 보관한 채 매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휴게시설을 설치하다 보니 나타난 문제점이다.

 

Q. 다른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A. 여름엔 밖보다 덥고 겨울에 춥기도 해요. 나름대로 겨울에는 히터를 켜니까 조금 낫지만 여름에는 정말 덥죠. 제가 알기로는 8층에서 환풍구가 연기를 빨아들인다고 하는데, 계절에 따라 더위랑 추위가 심하죠. 취재 나왔다고 하니까 신나게 얘기하는 건데, 사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냉장고가 작아서 식재료 보관에 조금 어려움이 있기도 해요.


Q. 노조를 통해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요구를 해보기는 했는데,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냉장고도 그렇고요.


휴게시설이 마련됐지만 조리노동자들에겐 어려움이 상존했다. 바로 조리공간 내부에서 겪는 더위와 추위다. 특히 조리과정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온도가 노동자들의 여름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냉장고의 부족한 저장 공간 역시 문제점이다.

 

Q. 환기는 잘 되는 편인가요?
A. 환기가 잘 안돼서 여름에 진짜 안 좋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폐도 안 좋았어요. 처음에는 원인을 몰랐는데, 병원에 가보니 조리공간에서 가스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연기가 밖으로 안 빠지는 거죠.


Q. 조리공간 내에 창문이 별도로 없나요?
A. 창문이 있기는 있는데 (조리공간 쪽을 가리키며) 저기 좀 봐요. 솥단지랑 가스 불에서 연기가 나면, 환풍구를 통해 위로 빠져나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빨아들이지 못하더라고요.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거죠. 노후화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식당 내부의 환기도 문제였다. 환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연기를 빨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까지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문제점을 떠안고 있는 교수회관 식당 근무 환경이지만, 조리노동자들은 학생들을 언급하며 웃음을 지었다.


Q. 마지막으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A. 요즘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에티켓도 좋아요. 시설에도 불만 없이 지내주니,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학생들이 너무 착하고 좋아요. 학교에서 조금만 양보를 해줘서 경비실 옆에라도 창고를 두면, 우리가 지금처럼 지하실까지 안 내려가겠죠. 물론 하나가 편하면 하나가 또 불편하고 그런 거죠. 자리 공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없던 휴게실이 생겼으니 좀 나아요.


“학생들이 관심 가져주는 게 고맙죠”

조리노동자들은 새로 마련된 휴게시설로 덕에 이전보다 개선된 노동환경을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절에 따른 온도 조절, 보관 공간 부족, 불충분한 환기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조리노동자들의 근무여건 및 노동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학교 측의 적극적인 보완 및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내 노동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그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해 보인다.

 

 

김지윤 기자(kate7443@naver.com)

오기영 기자(oky98@daum.net)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