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교수·연구자 85명은 지난 2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내에 '2023년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참사'라고 평가하며 '굴욕적인 외교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거듭되는 외교 참사와 굴욕적인 외교 행보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며 "지난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한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과 분노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8년이 지난 오늘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규탄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라며 분개했다.
교수들은 윤 정부가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한국 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배상하겠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청함으로써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굴욕적인 외교 행보"라며 '친일 외교'라고 주장했다.
시국선언문에서 교수들은 윤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며 일본을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국권 상실의 원인이 우리한테 있다는 논리로 일제의 식민사관이나 친일파의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면서 "식민 지배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더는 묻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날리면' 발언을 비롯하여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한 옹호성 발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공개 발언 등 수많은 외교 참사를 일으켜 대한민국의 국적을 떨어뜨리고, 국익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교수·연구자들은 정부에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반인륜적이고 반민주적인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즉각 철회 ▲굴욕적인 친일 외교 행보를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익에 부합하는 한일관계의 수립 방안을 즉각 마련 ▲'공정과 실리의 추구'라는 외교 원칙을 준수하고, 더 이상 외교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장기 외교정책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다음과 같이 거듭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장렬히 목숨을 바치신 선열들께 눈물로 참회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
다음은 '2023년 시일야방성대곡' 전문
2023년 시일야방성대곡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 참사가 거듭되더니 급기야 굴욕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기에 이르렀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거듭되는 외교 참사와 굴욕적인 외교 행보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지난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한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과 분노 그 자체였다.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8년이 지난 오늘에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년)의 부당함을 규탄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2018. 10. 30)을 무시한 채, 한국 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배상하겠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나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참여는 배제된 상태였다. 이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원천무효화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어긴 것이고,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내세웠던 공정과 법치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 논거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무효"이며, "1965년에 국가간 한일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개인 손해 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 시효는 끝나지 않았고, 피고 적격에 아무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강제노역에 동원된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일본 정부와 강제 징용을 실시한 일본 기업이 청구에 따른 배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피해자들의 기본 권리인 것이다.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국민적 동의도 거치지 않고 제3자에 의한 변제 방식을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16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청함으로써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굴욕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친일적 외교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며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국권 상실의 원인이 우리한테 있다는 논리로 일제의 식민사관이나 친일파의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 식민 지배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더는 묻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발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친일적 행보와 외교적 실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며, 마치 일제의 과거 만행을 부정하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날리면' 발언을 비롯하여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한 옹호성 발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공개 발언 등 수많은 외교 참사를 일으켜 대한민국의 국적을 떨어뜨리고, 국익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에게 다음 사항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반인륜적이고 반민주적인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인 친일 외교 행보를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익에 부합하는 한일관계의 수립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실리의 추구'라는 외교 원칙을 준수하고, 더 이상 외교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장기 외교정책을 마련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장렬히 목숨을 바치신 선열들께 눈물로 참회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
2023년 5월 2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연구자 85명 일동
강병창, 고영훈, 고태진, 권태형, 김광수, 김남수, 김면회, 김백기, 김상범, 김상열, 김성복, 김성수, 김용덕, 김용련, 김원명, 김은정, 김응운, 김의수, 김인천, 김철민, 김태우, 김현정, 김형래, 김혜진, 나영남, 남원준, 노명환, 라영균, 명희준, 박병일, 박성희, 박용구, 박지배, 박재우, 박치완, 박희호, 방교영, 서유정, 서종석, 손영훈, 손종칠, 신정아, 신찬수, 신형욱, 여호규, 오은영, 유기환, 유달승, 유덕근, 윤기현, 윤선경, 윤현숙, 이근명, 이근섭, 이길영, 이상엽, 이순희, 이영학, 이윤, 이지연, 이지은, 이진아, 이춘호, 이충목, 이해윤, 임경순, 임근동, 장용규, 장은영, 전용갑, 정근재, 정한중, 정환승, 제성훈, 조국현, 채영길, 채호석, 최용호, 최우익, 최은경, 최현희, 한경민, 현재훈, 홍성훈, 황성우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