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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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니언] 여전히 위협받는 지하철 승객의 안전, 이제는 개선되어야 할 때

지난해 9월, 11월 지하철 노조 파업 진행됐지만 공사의 대책은 미비
파업 시기 지하철 탑승했던 승객들은 여전히 위험요소 개선 필요성 느껴
파업의 ‘정당성’ 논쟁 아닌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두 번 지하철 노조 파업 진행됐지만 공사 대책은 미비


 

지난해 4월 김포 골드라인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 약 8개월이 지났다. 당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 승객은 역사 안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출⋅퇴근 시간대에 많은 인원이 열차 안으로 급격히 몰리며 발생했던 사고였다.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김포 골드라인 출⋅퇴근 시간대의 극심한 열차 내 혼잡도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서울교통공사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사태의 심각성이 전 국민에게 대두된 이후에야 국토부는 “교통 전체의 최종 책임자로서 고통을 겪었던 시민들에게 사과드리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버스전용차로 연장 및 셔틀버스 운행 등 긴급 대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포 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사고 발생 전부터 민원을 통해 평소 출⋅퇴근 시간대 열차 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며 시급한 문제 개선을 요구했지만 조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이뤄졌다.

 

이는 비단 김포 골드라인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직장인과 학생들의 주된 출⋅퇴근 및 통학 수단인 지하철 노선의 특정 구간에는 여전히 적정 수용인원을 능가한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여러 회사와 환승역이 위치한 서울역-시청역 구간은 대표적인 출⋅퇴근 시간대 혼잡구역이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이 공개한 ‘2022 서울시 지하철 혼잡도 정보’에 따르면 18시 기준 서울역 하선의 혼잡도는 107.8%, 시청역 외선은 110.9%에 달한다. 이는 2022년 일일 지하철 혼잡도의 수치를 평균으로 집계한 통계로 평상시에도 특정 시간대에 수많은 인파가 한정된 공간에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작년 하반기 두 번의 파업이 진행되었지만 이를 대비한 안전대책은 미비한 수준이다. 전국철도노조(이하 철도노조) 및 서울교통공사 노조(이하 교통공사 노조) 파업이 진행되었던 지난 9월과 11월에도 지하철 안전사고 위험은 여전히 승객들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었다.

 

지난 9월 철도노조는 국토부의 수서-부산 노선 감축 결정에 반발하며 ▲수서행 KTX 투입 ▲공공철도 확대 ▲성실교섭과 합의 이행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요구했고 16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진행했다. 이어 11월에는 교통공사 노조가 사측이 발표한 인력 감축안 계획에 반발하며 ▲인력 감축안 철회 ▲직원 신규 채용 확대를 요구함과 동시에 9일과 10일 경고 파업을 진행했다.

 

이 여파로 두 번의 파업 기간 동안 지하철 일부 구간의 운행률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철도노조 파업 당시 서울역-청량리 1호선 운행률은 평시 대비 70~80%의 수준이었으며, 교통공사 노조 파업 당시 1-8호선 운행률은 82% 수준이었다. 승객들이 주로 몰리는 출근 시간대에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열차 운행을 편성해 큰 불편은 없었지만, 퇴근 시간대의 경우 추가 운행 열차를 편성하지 않았다.

 


파업 시기 지하철 탑승했던 승객들은 여전히 위험요소 개선 필요성 느껴


평소 지하철을 이용해 통학길에 나서는 대학생 장씨는 1호선 대방역에서 승차해 서울역을 거쳐 외대앞역에서 하차한다. 그는 9월 철도노조 파업 기간 중 퇴근시간대 지하철을 탑승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서울역에서 시청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퇴근 시간대에 사람이 원래 많다”며 “파업 당시 배차 간격이 길어지다 보니 평소에 비해 사람이 많이 몰려 특히 서울역, 회기역과 같은 환승역에서 사람들끼리 서로 밀리면서 불편함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같이 몸이 건강한 사람들은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와 같은 인원이 탑승했다면 위험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 시 감축된 열차 운행률이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밀집된 객실 내에서의 압사 및 질식 사고이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체가 약한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들이 인파 사이에 끼어 신체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큰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실제 당시 퇴근시간대 열차를 이용했던 승객들은 감축된 운행 편성으로 인해 한 열차에 집중됐고 위와 같은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외대알리는 철도노조 파업 당시 코레일 본사 차원의 ‘안전 관리 대책 지침’ 하달 여부 파악을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철도노조 파업기간 중 역사 내 질서유지 방안>이라는 제목의 하달 문서가 존재했음을 확인했다. 

 

문서에 따르면 코레일 본사는 ▲출퇴근 시간대 역별 고객 안내 및 통제 등 안전업무 집중 ▲주요 혼잡역 질서유지 인력 역 집중 배치 ▲이례사항 등 대비 인근 경찰관서 질서유지 협조 등의 대책을 관할 역에 하달해 혼잡도를 해소하고 안전통제를 강화하고자 했다. 

 

질서유지 인력 강화와 통제 인력 집중을 통해 사고 발생의 위험을 해소하고자 했음을 파악할 수 있으나 현장에서의 질서유지 업무는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1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위치한 회기역은 평소 출⋅퇴근 시간대에 환승 인구가 많이 몰리는 구간이다. 이에 회기역은 외부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인력을 공급받아 평상시 출⋅퇴근 시간대에 질서유지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 

 

회기역에서 안전지킴이 근무를 보는 업체 직원 A씨는 평시 경의중앙선과 1호선 환승 계단 및 에스컬레이터 앞 두 구역에서 총 2명의 인원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질서유지 업무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파업 당시 근무했던 역무원 B씨는 “회기역은 혼잡역으로 선정되어 파업 기간 동안 질서유지 인원이 추가로 파견돼 총 5명의 인원으로 안전통제 업무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혼잡역을 대상으로 질서유지 인력을 추가 배치한다는 본사의 지침 자체는 이행되었지만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미비했다.

 

파업 당시에도 평소처럼 6시-9시, 17시-20시 출퇴근 시간대에 통제 업무가 진행되었지만 주로 ▲에스컬레이터 및 계단 ▲교통카드 단말기 플랫폼에서만 이루어졌다. 안전사고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승강장 인근에서는 통제가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B씨는 승강장 인근 통제 업무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가용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회기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C씨 또한 “본사에서 안전통제 업무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가용 가능한 인원으로 역무실 내 CCTV 모니터링 및 순회 업무를 평소에 비해 확대했지만 인원 자체가 부족해 완벽한 통제는 어려웠다”며 제한된 인력으로 인한 안전 통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코레일 본사가 파업 시 안전 대책으로 내놓은 ‘질서유지 인력 추가 배치’는 그 목적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열차 내 적정 수용인원을 초과한 인구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직접적인 대책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앞선 유형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환승계단 및 에스컬레이터 외 승강장 근처에서 탑승 인원을 통제하는 업무가 추가로 진행되어야 한다. 5명의 질서유지 인력으로 그 범위를 순회하며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코레일 본사의 세부 하달 지침 자체는 이행되었지만, 승객들의 안전은 온전히 보호되지 못했다.

 

 

11월 교통공사 노조 파업 당시 공사 측이 마련한 대책 또한 유사했다. 공사는 혼잡도 완화를 목적으로 지하철 보안관과 안전 도우미를 주요 혼잡역에 배치하여 안전 통제업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외대알리는 1호선과 2호선이 지나는 대표적 혼잡역인 시청역의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을 대상으로 파업 당시 구체적인 안전 통제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직원들은 ‘응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답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교통공사 노조 파업 당시 시청역 환승 열차를 이용했던 대학생 정씨는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1호선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탑승하시는데, 그 날은 열차 안에 사람들이 너무 붐벼 어르신들이 노약자석 근처로 가지도 못하고 서계셨다”며 “어르신, 어린이와 같은 약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안전관리 대책이 적절히 마련되고 시행됐는지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승객이다. 그러나 장씨와 정씨 모두 안전대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사실 있는지도 몰랐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셨겠지만, 이용객 입장에서는 대책의 효과를 느끼지 못했고 여전히 불편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 또한 마찬가지로 “안전지킴이나 질서유지 요원들의 존재가 체감상 느껴지지 않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피해를 볼 수 있는 교통 약자들을 위한 임시 좌석을 마련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파업의 '정당성' 논쟁 아닌,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두 번의 파업 모두 승객들은 안전 대책에 대한 효력을 체감하지 못했고 오히려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안전통제가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는 인력 부족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들과 승객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이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감내해야 하는 주체는 오로지 승객이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나아가 국토부가 바라보아야 할 제1 현안은 승객의 안전이다. 노조 파업이라는 배경으로 완벽한 안전통제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파업의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현장-본사 간 소통체계를 강화해 정확한 문제 상황 파악과 그에 따른 실질적 예방책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 김포 골드라인 사태와 같이 사고 발생 이후 기존의 문제점이 대중적 의제로 번지고 나서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대응 체계를 이제는 타파해야 할 시점이다.

 

 

박진우 기자 (ggj053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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