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7 (일)

대학알리

대학언론

명맥은 불씨처럼 이어져 나갈 것

진영호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위원, 전 <전국 대학생 학보사기자 페이스북 모임> 관리자

 

*본 기사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 행사의 일환으로 기고된 전직 대학언론인 활동 수기입니다.

 

저는 2009년 대학에 입학한 후 학보사에서 3년을 마쳤고, 미디어센터 간사를 1년간 맡으면서 대학생활 대부분을 대학언론과 동고동락한 평범한 대학언론인 출신 직장인입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이력은 여러 언론에 노출된 다른 대학언론 활동가와 달리 이렇다 할 직접적인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학보사 기자라는 대학언론인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뿐더러 정작 임기를 마친 학보사가 폐간될 뻔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이러한 아픔을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옛날을 회고하며 졸고를 작성하다 보니 한때 제가 관리했던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여러 대학언론인의 이름이 다시금 스쳐 갑니다.

 

제가 만든 '전국 대학생 학보사기자 페이스북 모임' 페이스북 그룹은 여러 대학이 조직적으로 기획한 게 아닌 단순한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학번 현직들이 사용하였던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이하 전대기련)의 인터넷신문이자 홈페이지인 Unews(유뉴스)는 제가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지 얼마 안 돼 사이트가 사라졌고, 대학생들의 유일한 활동처였던 싸이월드(클럽) 역시 그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활동이 저조한 전대기련에서 유일하게 남은 행사였던 기자한마당의 마지막 집행부를 잠시 맡으면서 전국구 단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들의 억울한 담론을 공론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오로지 혼자서 시작한 유일한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2012년 학보사 기자를 해직당한 출신들이 세운 독립언론 창건이 처음으로 공론화가 이뤄졌으며, 2016년에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전국의 대학들이 잇달아 유례없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477명의 전·현직 대학언론인의 시국선언문이 페이스북 그룹 회원들을 중심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이후 차종관 집행위원장의 제안으로 더 이상 활동이 없는 페이스북 그룹을 2020년 3월부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로 개편한 뒤 전국에 소재한 대학언론을 대변하는 유일한 비영리단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국 대학생 학보사기자 페이스북 모임’은 페이스북에 앞서 잠시 활성화됐던 한국 트위터(현 ‘X’) 모임인 ‘전국 대학생 학보사기자 모임’ 명칭을 그대로 따서 2011년 8월 새로운 온라인 그룹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나아갔습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 싸이월드가 급격히 몰락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SNS는 시대적인 흐름을 잘 타야 하므로 조금이라도 관리가 소홀하면 금방 비활성화되기 쉬웠습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불특정다수의 대학언론인을 위해 혼자만의 끈기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커뮤니티를 2018년까지 약 7년 이상 직접 관리했습니다. 모든 대학언론인의 인적사항을 조사하여 구독자를 일일이 초대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지만, 기존 수도권 대학을 벗어나서 지방에 소재한 학보사와 더 나아가 전문대학 대학언론인까지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여 어느덧 3,000여 명을 넘게 되었습니다. 학보사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서 생긴 방송국, 영자신문사, 교지편집위원회 페이스북 그룹 모임도 관리에 동참하면서 모든 대학언론의 동향에 주시했습니다. 회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국 400여 개 대학교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본 결과, 그간 몰랐던 전국 대학언론의 어려운 현실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학보사를 비롯한 대학언론의 실태를 보면 비민주적인 교내 학칙이 당연시되거나 대학언론의 기능이 기관지로 전락한 학교가 너무 많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한 편으로는 절망감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지방대 대학언론의 실태는 부서가 통폐합되거나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지방에 소재한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난 ‘보편적인’ 사례에 집중하다 보면 지방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학내 여론과 담론을 형성하는 대학언론사가 영향력을 상실하면서 무관심을 넘어선 몰락의 사례를 비공식적으로 접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습니다. 지금은 커뮤니티 시장이 바뀐 데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어느덧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불안정한 운영과 예산 감축, 자생력을 상실한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대학언론의 비율이 전국구 기준으로 훨씬 많아진 실정입니다.

 

제가 졸업한 학보사도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화를 겪었고 예산 감축과 기자 전원이 그만두는 사태로 폐간될 위기를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학교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입장을 제시하면 학생기자들이 권고사직을 당했고, 윗선에 순종적인 학생이 편집국장 직무를 수행하여 대학언론사 내부에 분열까지 일어난 모습을 마지막으로 지켜보고 퇴임하였습니다. 심지어는 편집실을 강제로 이주당하고 조직도까지 삭제되어 사실상 아예 다른 매체가 되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거듭된 예산 악화와 주간교수를 앞세운 대학본부의 탄압이 여전한 사실은 참담합니다. 당시 학보사를 살리겠다는 마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간교수에게 모욕과 폭언까지 들어가면서 취업마저 포기한 채 억지로 순응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저는 다른 대학언론 활동가보다 매우 초라한 졸업생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잡혀서 학보사에 대한 좋은 기억조차 나쁜 기억에 묻힌 채 상쇄하여 대학언론에 몸을 담은 것을 심각하게 후회할 정도였습니다. 직장인도, 학생도 아닌 대학언론인이라는 신분은 성장촉진제를 맞은 병아리라는 표현이 절대 과하지 않을 만큼 고되고 같은 학우들에게도 외면받는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예전부터 지속되었고 스스로 문을 닫지 않는 한 꿋꿋한 명맥은 불씨처럼 이어져 나갈 것입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가 창설된 과정은 저보단 여러 후배의 노력이 묻어난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현직으로 있던 시절 표면화되지 못한 온라인 속 혐오와 수많은 갈등이 에브리타임 등을 중심으로 대학가를 피폐하게 만든 현재를 보면 지금 후배들은 앞서 졸업한 선배들보다 더 많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해답은 대학언론인에게 있지만, 우리 사회의 중심인 20대들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학언론이 어떻게 거창하게 부활할 수 있는지가 아닙니다. 활동의 진심과 지속성을 간직하여 풀뿌리처럼 심어주는 역할이 있어야 후대에도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세대가 줄었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인스타그램, 유튜브, 텔레그램 등 회원 중심의 새로운 SNS를 변화의 흐름에 맞게 활용하여 전국 대학언론사가 정기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는 것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간 대학언론을 살리겠다는 위원들의 노력을 뒤늦게 돌이켜보면서 미안함과 고마움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2024년 대학언론인 콘퍼런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길 바라며 차기 학생기자들을 위한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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