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0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 찾아 나선 ‘FC 블라퍼스’ [외대 월드컵 도전기 : 3편]

“오늘은 꼭 이겨야 합니다”...‘최대 라이벌’ 포르투갈어과와의 16강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0-1’ 패배…16강에서 월드컵 여정 마무리
‘함께하는 즐거움 속에서의 정신적 성장’, 블라퍼스가 찾은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


지난 5일 금요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최대 스포츠 연례행사인 ‘외대 월드컵’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간 학내 언론 및 단체, 학우들은 이른바 ‘강팀’의 승부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외대알리는 ‘강팀이 아닌 약팀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 합니다. 스포츠는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가려 왔지만, ‘승패를 뛰어넘는 스포츠만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조그마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경기에 참여하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에 담긴 중요한 가치는 과연 ‘승리’ 뿐일까요? 외대알리는 그간 ‘약팀’으로 여겨졌던 ‘네덜란드어과 축구 동아리 FC Blaffers’의 여정을 동행 취재하며 그 의미를 찾아 나섰습니다. 2024 외대 월드컵 토너먼트에 참가한 Blaffers의 여정을 직접 좇으며 그들이 스포츠를 통해 어떠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 1편 기사 링크 :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 찾아 나선 'FC 블라퍼스' [외대 월드컵 도전기 : 1편]

* 2편 기사 링크 :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 찾아 나선 'FC 블라퍼스' [외대 월드컵 도전기 : 2편]


 

“내일 다들 파이팅 해보죠, 회식은 최대한 늦게 합시다. 우승하고 야무지게 해봐요.”

 

29일 오전 11시 예정된 포르투갈어과와의 월드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날, 선수들의 신경은 온통 경기에 쏠려 있었다.

 

“상대 톱이랑 윙에 뛰는 선수 피지컬이 좋아서 잘 막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복학생 미드필더가 잘한다고 하네요.”, “제가 다 쓸어 버릴게요. 상대가 라인 올려서 압박 세게 할 것 같으니까 무조건 앞으로 차면 찬스 많이 날 것 같아요.” 선수들은 상대의 전력을 세세히 분석해 어떠한 전술로 경기를 운영할 지 각자의 의견을 나눴다.

 

국제통상학과와의 첫 경기를 앞둔 시점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잔뜩 긴장한 채 진행됐던 지난 경기에서 안정된 경기력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일까. 그들은 긴장감이 아닌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승리를 쟁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16강전 상대가 ‘포르투갈어과 축구부’라는 점에서 더 큰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네덜란드어과 축구부 ‘블라퍼스’와 포르투갈어과 축구부 ‘반데이란치스’(이하 반데이란치스)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최대 라이벌이다. 두 팀 모두 서양어대학에 속해 있으며, 한 해 입학 정원 또한 ‘30명’으로 동일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블라퍼스가 고질적으로 겪어 왔던 ‘인원 부족 문제’를 함께 겪어왔다.

 

반데이란치스는 ‘라이벌’ 블라퍼스보다 먼저 문제를 극복하고 결실을 맺었다. 그들은 지난 2022년 9월 열린 ‘2022 서양어대학 유로 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누구도 입학 정원 30명에 불과한 소형과가 대형과 축구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당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야신상(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골키퍼에게 수여되는 상)을 수상했던 여찬우(포르투갈어 21’) 선수는 어려운 상황과 조건 속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가 처음 입학한 2021년도까지만 해도 인원이 5~6명 정도로 굉장히 적었어요.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고, 어쩌다 한 번 연습경기를 나가도 계속 지니까 분위기가 좋지 않았죠. 그렇게 거의 1년을 축구도, 회식도 하지 않고 지냈어요.”

 

반데이란치스 또한 불과 3년 전까지 블라퍼스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 고질적인 인원 부족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축구부는 거의 해체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듬해 상황은 달라졌다. “2022년이 되며 코로나19 상황도 점차 좋아지고 군대에 있던 선배들이 많이 복학했어요. 선배들이 먼저 나서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셨고 평소에도, 경기 중에도 편안하고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죠. 그러다 보니 인원도 많아지고 재밌어져 축구를 자주 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당시 개최됐던 유로 컵이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열리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연습했어요. 외대 운동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해 흙 운동장을 찾아 매주 공을 찼죠. 연습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쌓이고 어느 순간 매 경기 지지 않는 순간까지 왔어요. 자연스레 유로 컵에서도 자신감과 기세가 올라와 강팀을 만나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한 팀 한 팀 이기다 보니 우승하게 됐어요.”

 

반데이란치스를 우승으로 이끈 요인은 바로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정기적인 연습’이었다. 그들은 2022 유로 컵 우승 이후, 지난해 진행된 월드컵에서도 8강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형과가 직면한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고, 그 어려움을 먼저 돌파했다는 점에서 반데이란치스는 블라퍼스에게 동반자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다. 그렇기에 블라퍼스는 그 어느 팀보다 반데이란치스를 꺾고 싶은 마음이 컸다.

 

 

29일 금요일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거센 빗방울이 내리쳤다. 밤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아 운동장은 이전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진흙탕이 됐다. 그러나 선수들은 더 이상 진흙탕이 된 바닥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굳은 결의’가 비춰졌다.

 

“오늘은 그냥 진흙탕 싸움이다. 끝까지 하는 사람이 이긴다. 다들 한 발 더, 죽을 때까지 뛰어보자!” 최고참 최정효(네덜란드어 16’) 선수는 선수들의 투지를 강조하며 몸풀기 운동을 주도했다. 선수들은 군말 없이 준비 운동에 전념했다.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듯 준비 운동에만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16강전이기 때문에, 상대가 포르투갈어과이기 때문에 오늘은 꼭 이겨야 합니다.” 주장 최현빈(네덜란드어 21’) 선수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를 계속해서 끌어 올렸다. 블라퍼스는 8강 진출을 위한, 라이벌 반데이란치스를 꺾기 위한 단단한 마음가짐과 동기부여로 경기를 시작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경기, ‘자책골’ 기록하며 ‘0-1’ 전반 마무리


 

 

블라퍼스의 기세는 역시 강렬했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끌어올린 투지와 사기로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고,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반 3분, 블라퍼스는 먼 거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에이스 최정효 선수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키퍼 키를 넘어 골문으로 향했지만, 골대 상단을 맞고 아웃됐다. 전반 초반부터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날카로운 공격 시도를 이어 간 블라퍼스였다.

 

그러나 전반 중반부터 점차 고전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강력한 압박으로 블라퍼스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블라퍼스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은 적극적인 압박 공세 속, 흐른 공을 걷어내기 바빴다. 반데이란치스는 계속해서 압박하며 소유권을 가져왔고,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선제 득점이 터졌다. 주인공은 블라퍼스가 아닌 반데이란치스. 전반 12분, 블라퍼스는 반데이란치스에게 코너킥을 내줬다. 상대 공격수들은 골대 근처에서 골키퍼와 수비수들에게 강한 몸싸움을 시도하며 수비를 방해했다. 그 순간 상대는 골문을 향해 강한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상대와의 몸싸움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수비진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스코어는 0-1. 블라퍼스는 반데이란치스에게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블라퍼스의 자책골이었다. 실수로 인한 실점이기에 선수들은 더욱 아쉬워했다. 그들은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땅만 응시했다. 관중석의 분위기 또한 예상치 못한 실점으로 한 순간에 냉랭해졌다. 선수들의 굳은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실점 이후 흔들리는 팀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온 머릿속을 채운 듯했다. 남은 시간 블라퍼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지만, 점수 차를 만회하지 못한 채 0-1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또 시작된다 시작돼. 얘들아 진짜 기죽지 말고 해야 된다. 예전처럼 그냥 바보같이 골 먹혔다고 끌려다니면 안 된다. 어떻게든 한 골만 넣으면 그때부터 우리 경기다. 분위기 올려라!” 최정효 선수는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풀이 죽어 있는 선수들을 독려하며 그들의 사기를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원래 코너킥 상황도 아니었어, 스로인 상황이었는데… 그리고 앞에서 골키퍼한테 몸싸움 걸면서 방해한 것도 반칙이지.” 본의 아닌 자책골을 기록한 주장 최현빈(네덜란드어 21’) 선수는 실점 당시 상황이 못내 아쉽고 미안한 듯 계속해서 설움을 토했다.

 

“형 그거 생각하지 마.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그냥 빨리 잊고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자. 한 골 넣어서 분위기 잡고 역전 골 다시 넣으면 되잖아. 0-0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선발 선수 11명 중 막내 노연재(네덜란드어 23’) 선수는 오히려 형들을 다독이며 후반전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선수들은 하프 타임 대화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후반전에 나섰다.

 


100번 시도 끝 ‘단 한 번의 기회’ 찾아왔지만…끝내 ‘0-1’ 패배로 대회 마무리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먹은 블라퍼스였지만 상대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데이란치스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강력한 압박과 위협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블라퍼스 역시 열심히 맞서 싸웠지만 체력과 조직력 측면에서 한 발 뒤처지는 모습이었다. 후반 초반부터 중반까지, 반데이란치스가 경기를 지배했다.

 

특히 블라퍼스 ‘공격의 축’ 최정효, 김현제, 노연재 선수를 완벽히 간파해 집중적인 대인 방어를 가져갔다. 공 소유 시 순간적으로 두 명 이상의 전담 마크 선수들을 붙이는 반데이란치스의 달라진 수비 전술에 공격진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기 전 준비했던 ‘긴 패스 전술’을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공을 받아줘야 하는 공격진들이 집중 공략당하며, 블라퍼스의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무뎌졌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후반 18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블라퍼스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후방에서 내준 패스가 최정효 선수에게 연결됐다. 슈팅까지 가져가기엔 그를 둘러싼 수비수가 너무 많았고 다른 공격진을 향해 재차 패스를 내줬다. 패스는 상대 수비진을 맞고 굴절돼 좌측면의 최석연 선수에게 연결됐다.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침투하던 박종인 선수를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단 한 번 찾아온 절호의 노마크 득점 기회 상황, 박종인 선수는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몇 초 뒤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시도한 슈팅은 골문이 아닌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슈팅은 오른쪽 골대를 맞고 그대로 아웃됐다. 순간 그를 포함한 모든 선수는 일제히 땅 바닥에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후일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로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선수들 모두 ‘됐다’라고 생각하며 연장전을 염두에 두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블라퍼스에게 너무나 아쉬운 기회였다.

 

반전은 없었다. 블라퍼스는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한 채 최종 점수 0-1로 패배했다. 그렇게 월드컵 우승을 향한 블라퍼스의 힘찬 여정은 16강에서 마무리됐다.

 


16강에서 끝난 블라퍼스의 여정, ‘좌절’도 ‘희망’도 여전히 함께했다


 

 

흠뻑 젖은 머리와 유니폼, 진흙과 상처가 뒤엉킨 다리. 경기 종료 이후 선수들의 몸은 성한 구석 하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엔 그저 비를 맞으며 열심히 응원해 준 관중들에 대한 미안함과 대회 탈락의 좌절감만이 가득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끝까지 응원해 주신 관중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지만 포르투갈어과에 0-1로 패배하며 16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서 9월 예정된 유로 컵에서 여러분께 꼭 좋은 소식 안겨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월부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팀을 위해 헌신했던 주장 최현빈 선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관중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마친 박종인 선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놓친 득점 기회가 경기의 승부처였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아쉬움이 가득한 듯했다. 그는 흙을 털어내고 옷을 갈아 입는 동료들을 한참 바라보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얘들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넣어야 했는데…”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두 마디였다. 그러나 동료 선수들은 유쾌하게 그를 위로했다. “종인아 이번에 못 넣었으니까 다음 유로 컵 무조건 뛰는 거다!”, “형 진짜 아쉽긴 했는데 정말 괜찮아요. 형 때문에 진 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다 못해서 진 거지.” 선수들 모두 패배의 원인이 선수 개인에게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박종인 선수가 더욱 위축되지 않도록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평소처럼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월드컵 대회 동안의 이야기, 9월 유로 컵 준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들은 패배가 아닌 ‘미래’를 기약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그 누구도 후회는 없어 보였다. “빨리 회식이나 하면서 술이나 마시자.” 경기 전날 최현빈 선수의 ‘늦은 회식’에 대한 바람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며 품었던 ‘희망’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월드컵은 끝이 났지만, 블라퍼스가 써 내려갈 동화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다음 목차는 유로 컵을 가리키고 있었다.

 


FC 블라퍼스, 외대알리가 찾은 ‘진정한 스포츠의 의미’


 

“이기고 우승해야죠. 그게 우리 목표입니다. 아직 우리는 그 과정 중에 있고, 그 안에서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을 배웁니다.”

 

“경기가 끝나면 다 같이 밥 한 끼 하면서 경기에 대해, 서로에 대해 함께 얘기하는 게 블라퍼스의 존재 이유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즐기며 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승리가 목표가 되고, 그 승리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 같아요!”

 

“하나의 팀과 그 안에 속한 팀원들이 정신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승패를 떠나서 다 같이 단결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블라퍼스 선수들이 말하는 ‘진정한 스포츠의 의미’는 무궁무진했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졌다. 바로 ‘함께하는 즐거움’.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함께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나이대의 학우들은 ‘친구’가 되어갔고, 함께 공을 차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친밀감과 정은 그들의 결속력을 점점 강화해 나갔다.

 

그들 또한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렸다. 결국 원하는 목표를 손에 넣지 못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와 감정은 결코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팀원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함께 하는 즐거움’. 그것이 중학생 시절 체육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이를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승자는 아닐까. 블라퍼스가 보여준 모습들은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3주의 기간 동안 지켜본 블라퍼스의 여정은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준비하고 나아가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확신은 할 수 있었다. 함께 하는 순간을 즐기고 집중하다 보면 선수 개인과 팀 모두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성장의 끝에서 승리라는 가치 또한 잡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블라퍼스의 여정은 소형과 축구부가 가진 ‘인원이 부족해 패배할 수 밖에 없는’ 단편적인 고정관념을 깰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경기에서 이기는 팀을 강팀이라 부른다. 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팀은 좋은 팀이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함께 흘린 땀의 가치를 아는 팀. 이것이 2024 외대 월드컵 블라퍼스의 모습이었다. 결국 좋은 팀은 언젠가 강팀이 되기 마련이다. 블라퍼스의 앞날에, 소형과 축구부의 앞날에 건승을 빈다.

 

 

박진우 기자(ggj05398@naver.com)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