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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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못 주제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제로웨이스트 첫걸음

대학교 주변 상권, 예상보다 다회용기 사용 꺼리지 않아…오히려 반기는 분위기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는 어려워… 개선돼야 할 점은?


*[알못 주제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기사를 쓰지 말자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저희는 어설픈 ‘잘알’보다는 ‘알못’이 되기로 했습니다. 한 번의 경험에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의 취재로도 당사자와 외부인의 어려움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알못 주제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쳤던 것들을 만나고 체험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공감할 수 있도록 저희가 느낀 현장 그대로를 전달하겠습니다.


 

 

최근 SNS에 자주 보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다. 제로웨이스트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일상 생활용품을 재활용하여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5R이 있다. 첫째, 거절하기(Refuse)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배달할 때 주는 일회용품이나, 반찬 등 불필요한 물건을 거절하는 것이다.
둘째, 줄이기(Reduce)다. 물건을 구매할 때 장바구니, 포장 용기 등을 이용해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는 것이다.
셋째, 재사용(Reuse)이다. 생활 속 물건들을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으로 바꾸고, 기존물건을 오래 쓰는 재사용 습관을 말한다.
넷째, 재활용(Recycle)이다. 버리려고 했던 물건을 리폼해 새 물건으로 만들거나,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썩히기(Rot)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대신 자연 분해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SNS로 봐왔던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들은 직장인이나,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았다. 과연 대학생의 주변 환경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어떨지, 일주일 동안 직접 체험해 봤다.

 


대학가 카페에서 텀블러 할인 받기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안으로 등교할 때 텀블러를 가져갔다. 평소 통학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짐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 텀블러를 학교에 가져가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비어 있는 텀블러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 제로웨이스트 일주일 체험 이후에도 종종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는 텀블러 지참 시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텀블러 지참 시 400원, 폴바셋은 500원, 투썸플레이스는 3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등 텀블러 지참을 장려한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내부 카페인 ‘이문일공칠’의 경우, 텀블러 사용시 400원 할인이 가능했다. 외대 내부의 프렌차이즈 카페들도 텀블러 할인을 제공했다. 프렌차이즈가 아닌 교내 카페들은 대부분 텀블러 할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학교 주변 개인 카페의 텀블러 할인 시행 여부도 살펴봤다.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텀블러 할인을 많이 시행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문동에 위치한 카페 ‘FEELYO’는 텀블러로 포장 주문을 할 시 아메리카노와 라테는 2,000원이 할인된다고 해 찾아가 봤다. 이렇게 개인 카페가 텀블러 할인 폭을 높인 것에 대해 사장님께 묻자, “텀블러 포장 할인은 환경을 생각해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앞으로 많은 카페들이 소비자의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일회용 물티슈 대신 손수건으로


 

 

일상 속 사소한 일회용품을 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식당에 가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물티슈도 일회용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이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은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티슈를 주는 직원분에게 하나를 돌려드리고, 손수건을 가지고 가거나, 직접 화장실에서 손을 닦았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던 물품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다만 이렇게 작은 행동으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뿌듯했다.

 


시장에 다회용기 가져가기


 

제로웨이스트 체험 주말,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에 방문했다. 마트에 파는 식재료들은 이미 일회용품으로 포장 돼 있어 불필요한 쓰레기가 생긴다. 시장에 가기 전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를 충분히 준비했다. 출발할 때부터 짐이 많게 느껴졌지만, 부피가 클 뿐 빈 용기는 무겁지 않아 다회용기를 가져가는 것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시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떡집에서 가래떡을 구매했다. 대부분의 떡이 이미 스티로폼 용기와 랩으로 포장돼 있어 직원분께 다회용기에 포장할 수 있는지 여쭤보자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쭤보기 전에는 거절당할까 긴장됐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요청을 받아주어 다행이었다. 게다가 막 나온 가래떡을 다회용기 크기에 맞게 잘라줘서 다회용기 포장하기가 용이했다.

 

 
두 번째로 들른 반찬가게에서도 다회용기에 포장이 가능하냐고 여쭤봤다. 반찬가게 사장님 또한 흔쾌히 허락하며 저울에 무게를 잴 때 다회용기 무게를 빼 주기도 했다. 다만 반찬이 잘 밀폐될 수 있도록 비닐을 끼워 포장해 일회용품을 완전히 안 쓰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일 가게에서 사과를 살 때도 비닐봉지가 아닌 장바구니에 바로 담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직원분이 바로 비닐봉지에 담다가 내 요청을 듣고 장바구니에 담아 줬다. “일회용품은 줄여야 하니까~” 하시면서 사과 한 개를 서비스로 더 받았다.


순조롭게 시장에서의 제로웨이스트가 진행되는 듯 했으나, 너무 바쁜 가게나, 이미 포장된 물건을 살 때는 다회용기에 포장을 부탁할 수가 없었다. 시장에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었고 다회용기에 포장을 요청할 때는 민망하기도 했으나, 평소 장을 보는 것에 비하면 아주 많은 쓰레기를 줄였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포장도 ‘용기내’


 

 

하루는 부모님이 포장 주문을 부탁해 평소대로 가게에 포장 주문을 했다. 전화를 끊은 순간, 포장 주문으로 일회용기가 나온다는 것이 생각났다. 용기를 가져가야겠다 싶어 다시 전화해 밀폐용기에 담아가도 되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는 듯이 응대했다. 다만 함께 받는 소스를 생각하지 못해 소스 통은 일회용품으로 받아올 수밖에 없었다.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선 많은 부분 신경을 써야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

 


텀블러와 다회용기의 의외 장점… 포장이 쉽다!


 

 

기존 카페에서 남은 음료를 포장할 때는 직원분에게 요청해 일회용품 컵에 받아와야 했다. 내심 이런 행동을 할 때, 컵도 쓰고 일회용품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이번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를 해보니 처음부터 텀블러에 음료를 받아 남더라도 바로 가지고 나올 수 있어서 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식당에서도 음식이 남으면 포장을 부탁했어야 했는데, 다회용기를 가지고 가니 직접 포장해올 수 있어서 좋았다.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는 어려워… 불가피한 일회용품 사용


 

 

다만 완전한 제로웨이스트는 어려웠다.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쓰레기의 양도 적지 않을뿐더러, 대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며 일회용품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웠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미니빈’의 경우, 카페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료를 편하게 마실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미니빈’은 결제를 하는 순간 일회용품 컵이 자동으로 배출되고, 해당 컵 높이에 맞게 음료 추출구가 내려와 있기 때문에 텀블러를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제로웨이스트 체험을 마치며… 느낀 점은?


일주일의 제로웨이스트 체험이 끝났다. 제로웨이스트를 알아보며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더 다양한 분야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체험동안 텀블러와 손수건을 항상 가지고 다니고, 식당에 갈 땐 다회용기를 가져가는 것이 짐이 늘어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바쁜 직원분께 추가적인 요청을 드리는 것이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한 행동이 결코 부끄러운 행동이 아님을 계속 상기하며 뿌듯하게 일주일의 체험을 잘 마무리 지었다.

 

제로웨이스트의 하위 범주인 ‘용기내 챌린지’가 있다. 말 그대로 식당에서 포장할 때 다회용기를 내밀어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전에 미디어에서 용기내 챌린지를 접했을 때 나도 언젠가는 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는데, 직접 실천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앞으로도 일상생활 속에서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열심히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해도 해외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양이 너무 많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결국 다시 사용되는 제품은 아주 적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논의에 당당하게 반론할 수 없기에 쓰레기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필요를 느꼈다. ‘용기내’ 챌린지를 더 이상 용기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알못 주제에’ 제로웨이스트 체험기를 마친다.

 

 

유현화 기자(hyeonhwa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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