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500일 가까이 진행 중인 고공농성에 연대하는 희망버스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으로 향했다.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노동자와 시민들은 즉각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은 고공농성 475일째인 지난 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희망버스 문화제를 개최했다. 26일 2시 30분 시작한 희망버스 문화제엔 전국에서 방문한 노동자와 시민 약 1천 명이 운집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모회사인 일본 닛토덴코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이유로 청산과 기존 노동자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은 지난해 1월 8일 구미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문화제 다음 날 소현숙 조직부장은 건강 문제로 고공농성을 중단했지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여전히 공장 옥상을 지키고 있다.


희망버스 문화제 첫 번째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하루도 마음 놓고 웃어보지 못했던 박정혜, 소현숙의 475일. 어느 하루라도 태양은, 바람은, 비는, 겨울은 자비로웠는가. 니토덴코는 화재를 핑계로 모든 걸 다 버리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리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청춘, 삶, 노동이다. 자본의 탐욕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의 자존이다. 이윤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이 싸움이 이토록 길어질 줄 몰랐다. 또 연대에 이렇게 오래 의지하게 될 줄도 몰랐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버틸 수 있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이 싸움은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모두의 싸움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또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고용승계를 바라며 고공에 오른 노동자는 아직 이곳에 남아 자본의 벽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150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면서 왜 일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를 내버려두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아직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존재하는 한 동지들과 같이 투쟁을 이어가고 싶다. 함께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연대해달라”고 말했다.

전국의 대학생 역시 희망버스를 타고 고공농성 문화제에 연대했다. 서울 희망버스를 타고 문화제에 참여한 동덕여대 재학생 A 씨는 “2월 초 옵티칼지회에서 동덕여대 투쟁지지 성명서를 내주셨다”며 연대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이 투쟁 사안들이 국회에도 전달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빨리 해결책을 내서 동지들이 내려오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도 전했다.
고려대 학생자치도서관인 생활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학생 B 씨는 “작년부터 외부 연대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희망버스 연대 참여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른 투쟁 현장에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는 지난 22일 일본 니토덴코와 고용승계 대상 기업인 한국니토옵티칼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또한 27일 입장문을 통해 ‘고공농성 투쟁을 끝까지 엄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