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장 원지현)가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대학언론법 제정 및 후속 입법 방향 논의, 비민주적 학칙 개선 및 대학 민주주의 강화 방안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대학언론의 실태, 초헌법적 내용의 학칙 등 대학 사회의 구체적인 현황 및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안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원지현 의장, 차종관 자문위원과 김봄이 전 경기대학교 신문편집국 편집국장이 참여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에서는 봉건우 위원장, 이동원 수석 부위원장, 진우성 사무국장, 이윤상 사무 부국장이 함께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이번 정책 구성에 이전 대학언론법 입법간담회 내용을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차종관 자문위원은 “입법간담회 당시에도 대학언론법에 대한 우려 사항이 있었고, 여러 학보사에서도 기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짚어 주셨다”며 “이번 정책은 이러한 피드백을 반영해서 만든 수정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언론법 통과를 넘어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2년까지 기성 언론에 드러난 대학언론 탄압 사례는 38건에 달하며, 기성 언론이 확인하지 못한 실제 편집권 침해 사례는 최소 수십에서 수백 건으로 추정된다. 탄압 형태 역시 기사 삭제, 기자 징계 및 해임, 지면 발행 중단 등으로 다양하다. 차종관 자문위원은 이러한 현실을 대학언론사 내부 문제를 넘어, 대학 민주주의 기반의 붕괴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행인이 총장, 편집인이 주간교수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언론의 본연 기능인 권력 비판과 감시가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김봄이 전 경기대학교 신문편집국 편집국장 역시 생생한 증언으로 차 자문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전 편집국장은 “요즘 학내 언론에 대한 압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며 “편집국장으로 일할 당시 행정실 직원이 직접 찾아와 비판적인 기사 작성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김 전 편집국장은 “경기대학교의 경우 현재 편집국장이 총장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한다”며 “대학 본부는 대학 언론을 단지 학교 행사만 소개하는 홍보지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으며 비판적인 기사는 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학언론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통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후속 입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에 포함되어야 할 주요 사항들을 제안했다.
첫째로 차 자문위원은 편집권 독립의 법적 보장을 역설했다. ‘미국판 대학언론법’으로 불리는 뉴 보이스법(New Voices)에는 대학언론이 편집과 발행 과정에서 외부의 지시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지니며, 대학 당국과 주간교수, 간사 등은 해당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한국의 대학언론법도 이와 같은 의무 규정을 통해 대학이 대학언론을 부속 기관, 홍보팀 등으로 간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지는 제안에서 차 자문위원은 대학언론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교육부 산하 ‘대학언론위원회’의 창설을 제안했다. 현재의 대학언론법이 편집권 자유 명시 등 상징적 내용에 그쳤다면,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학에 시정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기구를 교육부 산하에 설립하고 학생기자, 현직 언론인, 주간교수,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개별 위원회를 각 대학에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안정적 재원 확보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차 자문위원은 “많은 대학언론이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학언론의 독립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대학언론 예산을 임의로 줄이거나 없애지 못하도록 대학언론법에 명시하는 동시에 재원을 교비, 학생회비, 광고 및 기부금 등으로 다각화해 대학언론 스스로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전 편집국장 역시 광고·홍보비 수익에 대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편집국장으로 활동할) 당시 대학 본부의 예산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광고비 유치 방안을 제안했지만, 발행인이 주간교수라는 이유로 ‘그 돈은 너희 돈이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대학 본부로부터 신문 발행 비용이라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면 그런 말을 들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대학언론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피해 구제 조항이 언급됐다. 대학언론인의 재산권·편집권이 침해됐을 때 대학언론위원회를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대학언론의 권리를 침해한 교직원 등의 징계 기준을 교육부 지침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편집국장 역시 “가장 청렴해야 할 대학이 부패의 온상지가 될 수 있다”며 “대학이 더 이상 자유로운 곳이 되지 못하는 현실은 대학언론의 소멸과 맞닿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차 자문위원은 설명 말미에 언론의 보도 원칙에 위배되는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명백하고 지속적인 불법성 등에 대해서는 대학언론법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예외 조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헌법 위에 학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과거 군사 정권 시절부터 유지되고 있는 일부 반민주적·반헌법적 학칙이 대학언론의 편집권 침해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학 사회의 문제를 가속화한다고 역설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원지현 의장은 “대학언론은 언론으로서의 규율과 학칙에 의한 규율 중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 등 여러 딜레마를 가진다”며 “대학언론 문제는 직접적인 해결책 외에도 학칙을 비롯한 대학 전반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언론뿐 아니라 다양한 학생자치기구의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비민주적·반헌법적 학칙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의미다.
원 의장은 “대학 학칙 상당수는 정치적 표현, 집회 결사, 언론의 자유 등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기본권과 구조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며 학도호국단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진단했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운영된 학도호국단은 학생의 자치와 정치 참여를 체계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해당 시기에 제정됐던 학칙 상당수가 실질적, 명시적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원 의장은 각 대학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현행 학칙을 가져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례로 원 의장은 “가톨릭대학교 학칙 제92조는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학내에서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톨릭대학교 학칙 제92조(학생활동의 제한)는 학생이 학내에서 학업과 무관한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업·연구 등 학교의 기본적인 기능과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인 행위(성토, 시위, 농성, 등교 거부, 확성기 사용 등)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업과 무관한 정치적 활동’의 범위가 모호하고, 대학 내 공론장 형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학생의 공적 참여를 조직적으로 제약할뿐만 아니라 헌법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원 의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칙 제53조에 대해 “검열의 기능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총장의 사전 승인과 지도 교수의 지도 의무화를 통한 간행물 발행, 총장 승인 후 인쇄물 배포 규정이 학교의 자치권이라는 명분으로 사전 검열을 정당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칙 제53조(간행물)은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간행물을 발행할 경우 지도교수의 추천과 총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원 의장은 “이러한 학칙들은 정치적 중립 유지나 학교 기능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의 정치적인 권리와 표현의 자유, 대학언론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억압하는 공통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부연했다.
관련 학칙들이 사문화되었다는 일부 대학의 주장과는 달리 ▲ 집회 및 시위 개최 시 사전 허가 필요 ▲ 교내 간행물 발행 및 대자보 부착 시 담당 부서의 사전 승인 필요 ▲ 총장 허가 없는 학생자치단체 설립 금지 등의 독소 조항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차 자문위원은 학칙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중심의 학칙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교내 집회·행사·대자보를 사전 승인·검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에 시정을 권고하고, 결과적으로는 사후 보고 체계로 전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치단체 결성과 의견 표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궁극적으로는 교육부가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학칙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재정 지원 사업 평가 지표 등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건전성, 취업률, 연구 실적에 치중된 대학 평가 기준에 학생 자치 수준, 대학언론 자유 지수 등을 평가 기준으로 추가해 대학 공동체가 실질적인 민주주의 사회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 자문위원은 이를 위해 교육부 내 대학 민주주의 담당자를 배치해 관련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칙 개정권을 총장에게만 부여하는 일부 대학의 부적절한 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대학평의원회 등 학생, 교직원, 교수 등이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학칙 개정이 일어나야 한다는 의도다. 모든 구성 주체의 균등한 참여를 위해 대학 이사회, 대학평의원회 등 주요 의사결정 기구 선출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발언권 및 의결권을 부여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차 자문위원은 정책 제안을 마치며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특혜의 요구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대학언론과 학내 구성원들이 똑같이 누리며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제안 취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원 의장 역시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학칙을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학칙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 나은 방향성을 위한 적극적 논의 이어져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정책 제안이 끝난 이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측의 질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이동원 수석 부위원장은 최근 줄어든 독자와 대학 재정 악화로 인해 대학언론 예산 삭감 및 폐간이 이어지는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대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역시 지방권 대학의 대학언론 폐간 사례를 언급하며 이 수석 부위원장의 우려에 동감을 표하면서도 “한 공동체가 민주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검열이나 예산 삭감 등 환경적 요인이 대학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대학언론마저 흔들었다는 문제의식이다. 차 자문위원은 “모든 대학에 인권 센터가 존재하는 것처럼 ‘대학언론은 대학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관’이라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처음에는 한두 대학에서 시작을 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국 모든 대학으로 퍼져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진우성 사무국장은 “대학언론의 재정 관련 논의를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진 사무국장은 최근 초중등 교육 인원이 많이 줄어들어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특별회계로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 따라 고등교육 재정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중등 교육에서 대학 교육으로 예산 흐름이 전환되는 현재가 대학언론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기에 적기라는 해석이다. 진 사무국장은 “(대학언론 예산 관련 법안을) 당장 개정안에 추가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입법에라도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봉건우 위원장은 “큰 방향성에서는 대부분 동의한다”고 밝히면서도 “최근 대학이 형사법상 학생을 대할 때 이들을 학생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동등한 법적 인격체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 당시 벌어진 등록금 반환 운동이나, 최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봉 위원장은 “만약 법적 절차를 통해 대학언론이 패소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대학언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학언론법이 반대로 칼이 되어 다가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역시 “제안한 정책들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동감한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정책의 방향을 잘 잡는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의 양면성을 인정하면서도 추진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둔 것이다. 차 자문위원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며 “전문가의 눈으로 판단했을 때 보다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방안이 있다면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봉 위원장은 학생 자치 수준, 대학언론 자유 지수 등을 교육부의 공적 대학 평가뿐만 아니라 중앙일보 등 사설 기관에서 진행하는 대학 평가에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육부 등 공적 기관이 사립대학에 학생 자치와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주문하기는 어려우니, 사립대학이 자체적으로 관련 내용을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차 자문위원 역시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라며 공감했다.

협약 이후 봉 위원장은 “대학사회 문제 중 하나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뜻깊었다”며 “대학언론은 학생 자치, 대학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근간이 되는 만큼 많은 분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대학언론 지원을 통해 대학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 우리 당에 대한 20대 대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대학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당 지도부와 잘 논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최민혁 기자(fhtsgy7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