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가입자 7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대학언론 지원에 나섰다. 대학언론이 수십 년째 편집권 침해와 예산 삭감 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업이 직접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비누랩스 크리에이티브캠퍼스에서 한국대학언론협의회와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대학언론인 기획취재 지원 ▲대학언론인 취재 역량 강화 교육 및 연구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학내 혐오 표현 방치, 불투명한 게시물 삭제 시스템 등으로 비판받아 온 에브리타임이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학언론과 함께 건강한 공론장을 조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에브리타임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원의 배경과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맥북 경품보다 대학사회 전체 기여 고민…대학언론이 해답"
김동우 비누랩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지원의 배경을 '사회적 책임'에서 찾았다. 그는 "그동안 이용자인 대학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고가의 경품 이벤트 등을 진행해 왔지만, 이는 개인의 혜택에 그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 끝에, 대학언론을 지원하는 것이 학생들과 동문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비누랩스는 대학언론 지원을 위해 협력 기관을 찾아 나섰다. 김동우 팀장은 "2024년부터 기자 교육 등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업을 타진했으나, 정부 출연 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 특성상 사기업과의 협업이 부담스럽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신 재단 측으로부터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대학언론협의회'를 추천받았고 수차례 미팅 끝에 협약을 맺게 됐다.
UI/UX 개편으로 대학언론 기사 전면에…"팩트체크로 소모적 논쟁 줄일 것"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재정 후원을 넘어선 '플랫폼 내 가시화'다. 현재 에브리타임 내 대학언론 게시판은 접근성이 떨어져 주로 취재원 모집 용도로만 쓰이는 실정이다.
김동우 팀장은 "이번 MOU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UI/UX 개편"이라며 "대학언론이 생산한 기사를 에브리타임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직접 랜딩(연결)하거나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에브리타임 내의 병폐로 지적되던 가짜뉴스나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한 변경안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학우끼리 무의미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언론이 학내 행정 취재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준다면 건전한 공론장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온라인 교육보다는 실질적인 취재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회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언론계 "불통 이미지 벗고 공론장 회복 나서길 기대"
대학언론계는 에브리타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대언넷)'는 15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에브리타임은 혐오·차별 게시물 방치, 대학언론 취재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악명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언넷은 "최근 에브리타임이 시스템 개편, 모니터링 인력 확충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지원이 단순 후원을 넘어 '공론장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투명한 운영을 바탕으로 과거의 불찰을 해소하고, 대학언론의 양질의 콘텐츠가 플랫폼 내에서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누랩스 측은 이번 지원을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김동우 팀장은 "올해 1년간 활동을 진행해 보고 방향이 맞다고 판단되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추후 다른 대학언론 단체들과도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신문 특집부 부장기자 (hyeon2005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