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8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위클리레터] 또 한번의 민생지원금, 신중히 생각할 때

재난지원금과 민생지원금 살포 효과 생각보다 미미해
여러 지자체 또 다시 민생지원금 지급 준비 중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해

* [위클리레터]는 외대알리가 매주 주요 시사 이슈를 선정해 독자에게 건네는 오피니언 시리즈입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 너머에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2025년 7월과 9월,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민생회복소비쿠폰(이하 민생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 민생지원금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45만원이 개인에게 지급됐고, 2차 민생지원금은 건강보험료 등 기준에 따라 국민의 90%에게 1인당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총 예산 13.9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재정 복지 사업이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장기적인 경기 불황, 소상공인의 생활고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었다.

 

2차 민생지원금 지급 이후 불과 반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설을 앞두고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또 한번의 민생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충북 보은군과 영동군의 경우, 26일부터 각각 인당 60만 원, 5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고물가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경기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민생지원금이 가져올 부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민생지원금은 경기 회복의 필요악인가.

 


민생지원금과 국민소득, 어떤 관계?


민생지원금 지급 정책의 주 목표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다. 민생지원금으로 소비를 진작시키고 승수 효과를 통해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가겠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 소득을 구성하는 요소, 승수효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민 소득은 크게 소비, 투자, 정부지출, 그리고 순수출로 구성된다.

 

국민소득(Y)=소비(C)+투자(I)+정부지출(G)라는 등식으로 표현하고, 이를 가리켜 국민소득 항등식이라고 한다. 민생지원금은 정부 지출 증가를 통한 국민 소비 증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지출 G를 증가시키는 재정정책이다.

 

소비는 일반적으로 가처분소득의 함수와 독립 소비로 구성된다. 민생지원금은 가처분소득의 증가로 이어져 소비를 진작시킨다. 이렇게 증가한 소비는 ‘승수효과’를 통해 연쇄적으로 국민 소득 Y를 증가시킨다. 승수효과란, 정부지출이 소비, 투자 등의 연쇄적인 증가를 통해 최초 증가액보다 더 큰 폭으로 국민 소득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국민소득 항등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타낸다면, Y=c(Y-T)+C(독립소비)+I+G이고, 정부 지출에 관한 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ΔY=(1/1-MPC) x ΔG의 관계식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정부 지출의 증가는 1-한계소비성향(MPC)의 역수배만큼 커진 폭으로 국민 소득을 증가시킨다. 이를 ‘재정승수’라고 하고, 소득 중 어느 정도를 소비에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한계소비성향이 클 수록 더욱 커진다.    

 

 


민생지원금 정책의 민낯


민생지원금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원금의 지급에 따른 소비 진작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났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생지원금이 가져온 소비의 진작이 곧 승수효과의 핵심이고,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살펴보면 이번 민생지원금의 효과를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지급된 지원금의 일부만이 새로운 매출을 발생시켰고 대부분은 기존의 소비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가적인 민생지원금이 예정된 현재, 이번 민생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려우나, 정부가 기대한만큼의 소비 증대가 이루어질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추가적인 지원금 살포 정책이 각종 지자체에서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를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늘어놓는다. 비판하더라도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

 

대부분의 지원금 정책에 대한 비판의 화살은 과다한 지출을 향해 있다. 나라 재정이 어려운 시기에 추경 예산을 편성하여 이를 집행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극단적인 여대야소 정국에서 그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의석 수 때문만은 아니다. 근거 없고 감정에 호소하는 비판에 국민이 선동되는 시대는 지났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차갑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고환율, 저성장,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과감한 재정 정책은 분명 필요했다. 다만 과연 민생지원금이 최선의 방향이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단적인 이유로, 민생지원금 지급의 기회비용으로 볼 수 있는 정부 직접 소비 혹은 R&D, SOC 등에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정부 투자의 재정승수와 민생지원금 정책과 같은 현금 이전성 정책의 재정승수를 비교한다면 후자가 현저히 낮다. 실제로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는 0.33 수준에 머무르나 정부 소비나 정부 투자의 재정승수는 각 0.91, 0.86으로 이전 지출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난다.

 

 


필요악의 필요충분조건은 대안의 부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연례 협의에서 민생지원금 정책의 효과가 낮을 수 있다는 점, 민생지원금 지급에 있어서의 재정승수 효과가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재정 승수를 너무 낙관적으로 예상했던 탓인지, 현금 이전성 정책의 소비 부양 과정에서 기존 소비의 대체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던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재정 지출을 동반한 정책에 대한 평가 치고는 너무나 궁색하다.

 

경제 부문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책은 수혜집단이 존재하고, 따라서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주체는 이러한 이익집단 혹은 정당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행 이후 그 정책의 효과나 정당성을 평가하는 차원에서는 조금은 비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된 정책을 다시 시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 한 번의 지원금을 살포할 준비가 되어있는 여러 지자체들이 있다. 정책에 대한 무분별하고 다분히 정치적이기만 한 비판은 반발심만 가져올 뿐이다. 경제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의 효과에 대해 따져봐야 하고 비판해야 한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시행하고자 하는 정책이 정말 최선의 수단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안이 있는 ‘필요악’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쓸 때 쓰더라도, 잘 써야 한다.

 

 

박승현 기자 (tiger220438@gmail.com)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