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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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WEEK 2일차] 교비, 보이스피싱 당하다? 前 서대장의 간 큰 대처

 총학생회 부비상대책위원장 횡령사건을 시작으로 투명한 재정관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51대 서양어대학 총학생회도 전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부실한 영수증과 허술한 자금관리에 문제를 발견하였다. 50대 서양어대 비대위의 교비 사용처 은폐 의혹,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일단 주요 의문들을 중심으로 따라가며 사건의 맥을 잡아보자.

 

0.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교비 사용처 은폐 의혹, 수면 위로 드러난 이유는?

 제 51대 서양어대학 학생회는 제 50대 서양어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이었던 이 씨 학우로부터 인수인계를 위해 3, 4분기 사용 통장 및 4분기 교비 결산을 수령하였다. 하지만 4분기 교비 결산 내용에 이상한 점들이 보였다. 800만원이라는 큰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각 항목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세부 항목을 알아보기 위하여 학생회장단이 학교 재무회계팀을 방문하여 자금집행정산서를 수령하였다. 확인 결과, 전 서양어대 비대위장이 제출한 결산과 실제 학교에 접수된 자금집행정산서 내역이 전혀 일치하지 않았고, 이에 학생회장단은 즉시 제 17차 비상 서양어대학 운영위원회(이하 단운위)를 소집하였다.

 

1. 교비를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이런 수상쩍은 부분이 문제가 되자 이 씨는 19차 비상 단운위에서 자신의 명의로 된 교비 통장에서 450만원을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시인하였다.
이 450만원이라는 돈은 학교로부터 ‘새내기 배움터 교비’로 지급받은 800만원 중에서 새터에 330만원을 사용하고 남은 잔액. 즉, 학교에 반납해야 하는 돈이다. 이 씨는 경찰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수사 중이기에 경찰로부터 피해사실에 대해 비밀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또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학생회 또한 이것을 대외비로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회가 직접 경찰서에 방문해 확인한 결과 ‘서약서’라는 형태의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바로 다음 20차 비상 단운위에서 대외비를 해지하고 “2016년 제 50대 서양어대학 비상대책위원회의 서양어대학 학우들을 기만한 재정운영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1차 서양어대 비상총회 (출처: 서양어대학 페이스북)

 

2. 45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보이스피싱 당한 사실을 어떻게 지금껏 숨겨왔을까?

이 씨를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학생회와 학교 두 측을 모두 속이게 되었다.
이 씨는 후대 학생회를 속이기 위해 4분기 결산안에는 (1)선거비용과 무전기 추가금액이라는 허위 사용 내역을 만들어 숫자를 맞추었다. 학교에는 (2) ‘과판 시스템 추가비용(220만원)’, ‘단대판 시스템 추가비용(220만원)’이라는 사용한 적이 없는 돈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하였다. 그래서 비대위장이 제출한 교비 결산안(1)과 학교 재무회계팀에서 수령한 자금집행정산서(2)가 달랐던 것이다. 이 씨는 “단순히 금액만 맞으면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교비를 안일하게 관리하게 되었다고 시인하였다.
 
(1)후대 학생회에 제출한 4분기 서양어대학 교비 결산 내역

 

(2) 재무회계팀에서 수령한 자금집행정산서

 

(3) 학교에 제출된 실제 영수증

 

3. ‘영수증’ 관련된 이 씨의 진술이 자꾸 바뀌던데??​

● 이 씨의 첫 번째 주장(@19차 단운위, 입장서): 정말 말 그대로 ‘가짜’, ‘허위’, ‘가라’, ‘뻥’ 영수증!
아래는 19차 단운위, 그리고 개인 입장서에서 이 씨가 밝힌 첫번째 주장이다.
 
19차 단운위 회의록
  정학생회장) 그럼 이것은 불법 아닌가요?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그 업체 쪽에서 완전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400만원이라는 돈을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것을 말씀하셨고 이 부분은 기획사가 본인을 포함해 완전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 아닌가요?
  이 씨) (시인)
제 51대 서양어대 학생회의 성명서에 관한 입장문
 또한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개인 통장에 있던 금액 역시 없었던 저는 다음 학생회에 교비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새내기새로배움터를 진행했던 기획사에 440만원이 더해진 영수증을 요구했습니다 (…)
 
 
첫 번째 주장에 따르면, 새터를 주최한 기획사가 개인의 부탁으로 없는 돈, 사용한 적이 없는 돈 450만원에 대한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주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획사와 이 씨 모두 범법행위를 행한 것이고 공문서위조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 이 씨의 두 번째 주장(@비상총회): 총학 돈 450만원에 대한 영수증!
아래는 비상총회에서 이 씨가 밝힌, 첫 번째 주장과 다른 그 두 번째 주장이다.
 
비상총회
 이  슬) 아니요, 중앙에서 지불했던 큰 금액 중에 450만원이라는 금액을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중앙에서 지불한 금액은 더 큰 금액입니다.
 발언자1) 그러면 중앙의 450만 원은…
 이  슬) 플러스 하지 않아도 원래 지불했던 금액안에서… (…)
 
 발언자2) 그러면 지금 여기에 첨부된 영수증은 실제로 사용한 금액이 아닌 것인가요?
 이  슬) 220만 원 짜리 두개는 총학에서 사용된 금액이었고, 나머지는 실제로 사용된 금액입니다.
 발언자2) 그러면 총학에서 사용한 금액을 서양어대로 가져와서 결산처리를 하신 것이란 말씀이죠?
 이  슬) 네. 맞습니다.
 
 발언자3) 그럼 결국 3억 이외의 돈에서 이 계산서를 요구하신거예요?
 이  슬) 아니,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340만원정도는 서대가 사용했기에 그런 영수증을 받았던 것이고, 450만원은 말씀 드렸다시피 2억 1천에서 발급받았습니다.
 

 

총학생회는 영수증을 발급받으면 세금 10%를 더 지불해야 하는 부담 탓에, 관행적으로 총 예산 3억 중 새터회비 2억은 간이영수증만으로 처리한다. 두 번째 주장에 따르면, 이 씨는 총학이 사용한, ‘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은 2억 중에서 450만원’에 대해 기획사에 영수증을 요청했다. 즉, 총학에서 사용한 돈을 서대에서 사용한 것처럼 사용 명목만 바꾼 영수증을 발급받은 것이다.

 

4. 뜬금없는 대응의 끝, 명예훼손이라니?

 이 씨가 보이스 피싱 피해사실을 밝히기 전에, 단운위에서는 돈의 행방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추측했다. 그 과정에서 이 씨가 단운위에서 나온 발언을 전해 듣고 현 서대 학생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돈‘(보이스 피싱 피해금액)을 총학의 채무를 갚는 데에 썼기 때문에 총학에서 영수증을 준 것이다’, ‘기획사가 대동제를 맡지 않는 것은 기획사로부터 과거에 졌던 빚을 다 갚았기 때문이다’ 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이씨는 이러한 발언이 전혀 관계없는 총학생회까지 끌어들인, 명백한 허위 사실이기 때문에 현 서대 학생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9차 비상 단운위에서 이 씨 전 비대위장은 허위 사실로 인해 실제로 총학이 입은 피해가 없다면, 명예훼손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5. 징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이 씨는 서대 차원에서의 징계, 전학대회 징계, 학교의 징계, 사법처리까지 총 4가지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우선, 6월 5일에 열린 서대 학생 대표자 회의(이하 서학대회)에서는 이 씨 전 비대위장에 대한 징계가 의결되었다.
징계내용은 서대 차원에서 이 씨의 제명과, 공개사과의 요청이다. 또, 이씨가 총학생회의 비대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악용하여 서대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에 대해 전학대회 차원에서 징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여 전학대회의 징계 요청서 또한 의결했다. 하지만 사법처리는 이씨가 행한 횡령이 사익을 위한 것인지 밝혀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한 학생을 사법처리 하는 것 자체를 학교 측에서 꺼려하기 때문에 징계가 이루어진다면 사법처리가 아닌, 학교 내부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차 서양어대학 비상총회 (출처: 서양어대학 페이스북)

 

6. 거친 생각(이 씨 전 비대위장)과 불안한 눈빛(기획사)과 그걸 지켜보는 학교, 각 입장은?
사슬처럼 엮여 있는 이 씨 전 비대위장과 기획사, 그리고 학교측의 입장
 

이 씨 전 비대위원장 본인과 영수증을 발행한 기획사, 학교는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해 각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 까.

먼저 기획사측은 현 서대 학생회에 명예훼손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현 서대 총학생회가 성명서에 기획사 상호를 그대로 노출 시킨 점, 허위 영수증 발급에 관련하여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페이스북에 이를 그대로 게시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기획사 측은 ‘이씨의 보이스 피싱 피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허위 영수증을 발급한 것이 아니라 새터 비용 중 일부분에 대한 영수증을 요청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영수증을 발급해주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이에 서대 총학생회는 사과문을 게재한 상태이다.  

현재 학교 측에서는 피해 금액에 대해 즉각 변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법처리 보다는 학교 내에서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피해금액은 빠른 시일 내에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어떠한 징계가 내려져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7.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횡령의 굴레

박지호 전 상경대 회장을 비롯하여 남한결 전 부비대위원장까지 그간 학생회 사이에서 횡령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꾸준히 반복되는 횡령에 대한 원인을 진단해보았다.

첫번째 원인은 구조적 문제에 있다.

현 상황은 교비를 감사항목에 포함시키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자치회비, 학생회비의 같은 경우는 학생회 내에서 감사를 진행한다. 관행적으로 세금 영수증 대신 간이영수증을 발급하는 교비는, 마음만 먹으면 영수증 조작이 가능하다. 따라서 교비에 대한 학생회 차원에서의 감사가 필요하다. 교비에 대한 감사 항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교비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번째 원인은 대표자 개인의 윤리의식 부족에 있다.

보통 교비는 개인의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대표자들이 교비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 속에 대표자들은 ‘개인의 통장이니까 우선 돈을 쓰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괜찮을 것이다.’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횡령을 행한다. 이는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횡령 사건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자 개인이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나중에 다시 채워 넣으면 된다는 발상은 지극히 안일한 생각이다.

한편, 이씨는 19차 비상 단운위에서 보이스 피싱 피해금액인 450만원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제가 불확실한 할부 변제는 용인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도 즉각 변제를 요구하는 만큼, 횡령 금액에 대한 즉각 변제는 당연한 책임이다. 또한, 모든 피해 금액을 변제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횡령에 대한 책임을 졌다고 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반드시 진심 어린 ‘사과’ 와 ‘반성의 태도’ 가 뒷받침 되어야 만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친다’

대표자의 횡령은 비단 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횡령사건들을 마주했지만, 우리는 사건의 해결에만 급급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우리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방지책을 찾고,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대표자들 사이에서 공금의 관리를 한 학생에게 전담시키지 않고, 다수의 학생이 참여하여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공금을 관리하는 학생들 역시, 공금사용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윤리의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결국, 더 이상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학생회 측과 대표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노력해야 한다.

최근 서학대회에서 재정감사세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우리가 제대로 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횡령은 언제든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학생회뿐만 아니라 외대의 모든 학생들은 이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한다. 사건에 대한 징계는 제대로 내려졌는지, 재발을 방지할 만한 해결책은 잘 마련되었는지 끝까지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 3번 3번째 문단 '관행적으로 총 교비 3억 중 2억은 영수증 발급없이 처리한다.'를 '관행적으로 총 예산 3억 중 새터회비 2억은 간이영수증만으로 처리한다.'로 수정합니다 (17.11.08)

 

정소욱 기자 (jane9709@naver.com)
이라희 기자 (ppy62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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