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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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 목마른 학생들

 2018학년도부터 영어학과는 ELLT(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학과로 개편된다. 명칭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커리큘럼까지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ELLT학과 학생들은 ‘언어와 공학’이라는 새롭게 추가된 커리큘럼을 공부한다. 김지은 영어학과 학과장은 ‘이번 학과 개편은 학과가 주도적으로 이끈 변화이며 이는 기존 언어에만 집중된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더욱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학과는 학칙개정안공고를 통해 ‘언어와 공학’ 커리큘럼 추가가
1) 실용영어교육과 이론 영어학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존 교육과정에 언어공학 분야를 도입하여 인문학적 어문학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2) 데이터가 핵심인 언어학의 연구방법을 오늘날의 세계적인 화두인 인공지능과 연계시켜 전문가 양성의 초석을 마련하며
3) 영어 구사력을 기본으로 언어이론의 과학적 분석력과 언어 데이터 처리능력을 겸비한 인재의 양성을 통해 (IT계열의 대기업 및 스타트업 벤처 기업 등)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전문적인 취업 기회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과 개편으로 학생들은 BLS(Bachelor of Language Science: 언어공학사) 학위를 새롭게 수여 받을 수 있게 되었다. 17학번 이전 영어학과 학생들은 2전공으로 언어와 공학을 선택 할 경우, 언어공학 트랙에서 18학점을 이수한다면 기존 BA학위와 더불어 BLS학위를 수여 받을 수도 있다.

 또한 ELLT학과 학생들은 코어사업의 혜택도 받게 된다. 언어공학 과목을 수강할 시에, 학생들은 튜터를 지원받거나 소규모 스터디 그룹 활동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언어공학 관련 비교과 활동도 지원한다. 산학연 인턴쉽과 국내외 언어공학 관련 튜토리얼 참가를 지원하고 언어공학 연구소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언어공학 관련 동아리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렇듯 언어적 지식을 공학과 융합하고 활용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ELLT 학과 개편은 첨단정보통신기술이 사회 모든 분야에 융합돼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춘 합당한 변화로 보인다.

 

2) 학과개편, 찬반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소통의 문제.

 하지만 학과가 학과개편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었을 때, 학생들은 다른 부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학과가 학과개편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학생회에서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학과가 개편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 상당한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한국외대 영어학과 명칭 및 커리큘럼 변경에 대한 인식 조사’영어학과 학생회의 주관으로 2017년 2월 26일부터 약 6일동안 진행되었다.

 인식조사는 온라인에서 영어대 학우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총 108명의 학우가 참여했다. 인식 조사는 1. 영어학과가 공학적 측면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의견 그리고 2. ‘ELLT학과’로의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마지막 문항에서는 3. 사안에 대한 응답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물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마지막 문항의 학생들의 추가의견이다 인식조사는 온라인에서 영어대 학우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총 108명의 학우가 참여했다. 인식 조사는 1. 영어학과가 공학적 측면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의견 그리고 2. ‘ELLT학과’로의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마지막 문항에서는 3. 사안에 대한 응답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물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마지막 문항의 학생들의 추가의견이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 봤을 때, 학생들은 영어학과가 공학적 측면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영어학과의 명칭을 ELLT학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14번째 추가의견

  • 언어공학 관련 커리큘럼이 추가된다고 해서, 굳이 학과이름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오히려 알파벳으로 된 생소한 이름이 ‘외대 영어학과’라는 기존 학과명이 가진 브랜드 가치를 실추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영어대 13학번 김OO

  • 영어대 세개의 과가 몇 년 사이에 명칭을 바꾸고 있어 영어대 학생으로서는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명칭을 바꾸면서 수강신청 할 때도 불편하고 고학번이 되면서 같은 과 후배들같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후배들도 같은 과 선배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졸업해서 사회로 나갔을 때 외대 영어대 학생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개편 자체의 방향’보다는 ‘개편을 진행한 과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6번째 추가의견

  • 입결 및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학과에 새로운 커리큘럼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는 찬성하지만, 이 명칭 변경이 학과생들과의 사전 논의 전혀 없이 교수님들만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그것이 후에 학생들에게 통보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 즉 학과 명칭 변경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영어학과생들과의 무소통과 학교의 일방적 통보식 행정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대숲_21933번째 제보

  • 전 이번에 입학한 17학번 새내기인데요. 영어학과는 아니지만 영어학과가 이름을 ELLT로 바꾼다는 말을 듣고 충격입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 충격이 아니라, 선배님들의 대응이 충격이었습니다. 페이스북엔 관련 게시물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고, 에브리타임에도 단발성 글이 올라오는 딱 그 정도입니다. 다른 학교라면 적어도 홍보를 하고 의견수렴을 널리 하는 것이 정상일 터인데, 정말 놀랍게도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이름을 바꾼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지 올라오고 끝인 현 상황은, 누가 봐도 ‘이상합니다.

10번째 추가의견

  • 코어사업이 진행되기 전 학생들에게 공지 혹은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고 학생들과 논의가 조금 더 이루어졌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휴학을 하게 된다면 직접적으로 커리큘럼과 연관이 되는 문제인데,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고 또한 기존 영어학과 학생들의 커리큘럼이 보장된다면 좋겠습니다.

영어대 16학번 정OO

  • 취업부진을 보완하는 취지에서 학과명을 바꾸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통성이 사라지는 건 맞지만, 그래도 사회나 이런 것들이 변화하고 EICC도 이름이 바뀌었듯이 그냥 받아들여야 되는 사안이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그 전에 저희 과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논의했던 거는 아니어서 저도 처음에는 놀라고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4) 언제나 '통보 아닌 통보'

 2014년 7월에 학과개편논의가 시작되었으나 지금까지 영어학과가 해당 사안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상황공유를 한 것은 단 두 번. 2016년 11월 30일에 진행된 ‘영어학과 언어공학 트랙신설 학과개편 관련 설명회’과 2017년 9월 20일에 진행된 ‘영어학과 학과개편 설명회’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이미 확정된 사안을 공표하고 설명하는 자리였다.

 영어학과 교수들은 9월 20일 학과개편설명회에서 ‘꽤 오랜 시간 전부터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비공식적으로라도 의견을 물어보면서 소통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적인 방법으로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영어학과 김지은 학과장은 학과개편설명회에서 개편과정에서 학생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학생과 활발한 소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11대 영어학과 비상대책위원장 영어학과 16학번 이호재

  • 영어학과 교수님들께서는 2016년 여름 방학 당시,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가 되었던 '영어학과 개편'을 확정 지으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하반기 영어학과 및 영어학부 1반 정기총회 때 당시 과회장님께서도 개편과 학과 명칭 변경에 관한 갑작스런 통보 아닌 통보를 받으셨습니다. 학과 명칭 변경 안건에 학생회는 처음부터는 관여하지 못하였습니다. 학생회에서는 학생들이 이러한 개편이 갑작스럽게 통보 식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 다시 말해, 이런 중요한 사안과 관련하여 소통의 부재가 일어난 것에 대해 항의를 표하였습니다

 

5) 다른 대학들은?

 변화에 있어서 소통 문제는 다른 학교에서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단국대학교도 마찬가지로 학제 개편의 소통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단국대학교는5일 신학사구조개편안을 공개했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개편이 학생들의 의견 수렴없이 결정된 사안이라며 반대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TF는 발족문을 통해 "학교당국은 신학사구조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조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학생과 학과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했다."며 "신학사구조개편안을 수립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우리는 더 이상 구성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을 믿고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단대알리 기자 차종관 학우는 “1차 공청회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쭉 지켜봤는데, 결국 학생과 학교에게 모두 상처만 남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기 학제개편안부터 지금까지 학생회와 교수진의 대화를 통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중대한 사안이고, 정말 필요했다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텐데, 의도적으로 공청회 일정을 종강 다음날에 잡는다거나, 하루 이틀 전에 통보한다던가, 장소를 바꾸는 모든 일들이 학교에 대한 신뢰를 많이 잃게 만들었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공회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4월 일방적인 구조개혁을 규탄하는 민주문화제 ‘바다’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문화제에 참여한 학우들은 다같이 총장실과 부총장실 문 앞에 학교 본부의 불통 행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부착하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민주대학이라 칭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 모순적인 학교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6) 학생들은 소통에 목마르다.

 현대민주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발전 흐름을 따라 유연하게 학제 개편을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대학들의 노력은 타당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사안에 대한 학생과의 논의가 부족했고 통보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대학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 노력하는 것에 비해 대학 내 의사소통 과정은 상당히 퇴보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입학금 및 등록금 산정이나 정부 지원 사업, 총장 선출 방식까지 학내 주요 사안들에서도 배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통의 부재를 느낀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마다 학생은 ‘우리도 논의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 학교는 ‘할 만큼 했다’고 하는 레퍼토리는 계속 반복된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의 불통 행정이 가져올 부작용이 얼마나 큰 지 가장 잘 아는 곳은 이화여대일 것이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평생교육단과대학 미래라이프 신설 계획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로 시작된 ‘이대 사태’는 결국 총장 사퇴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학교와 학생 양측 모두 소통의 부재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만 이 뿌리 깊은 불통을 해소할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 주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학생들 또한 관련 사안들에 대해 주체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소욱 기자 (jane97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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