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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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복수전공 의무화', 학생들 반응은 싸늘

‘제2차 총학생회 등록금 간담회’를 진행 중인 기획처장 전자공학과 이선우 교수

 

지난 21일, 사회과학대학 강당에서 총학생회와 학교 측이 주관하는 ‘제2차 총학생회 등록금 간담회’(이하 간담회)가 있었다. 이 간담회의 주된 안건은 2018년에 시행되는 ‘복수전공 의무화 제도’에 관한 등록금 책정방식이었다. 복수전공 의무화가 이루어지면서 각 단과대학별 등록금 차이가 생겨나고, 납부액에 관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학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인문, 사회과학 계열에 비해 자연대는 약1.2배, 공대는 약1.3배 정도 등록금이 비싼 편이다. 이는 교원 1인당 배정 학생 수가 전공 별로 차이가 있고, 각종 실험 및 실습 장비에 대한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기존의 복수전공제도에서는 본인이 소속한 학과의 등록금 금액만큼을 지불해왔다. 그런데 만약, 2018년에 복수전공제도 의무화를 실시하게 되었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등록금을 책정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등록금을 지닌 공대, 자연대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학교 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복수전공시 납부하는 등록금액을 주 전공과 복수전공 반반으로 나누어 납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복수전공 의무화 제도상의 문제와 간담회 진행방식 때문이다. 우선 복수전공제도의 경우, 학과별 복수전공생 정원이 '학과 정원의 50% 이내'에서 '학과 정원의 120% 이상'으로 바뀌는데다가, 전공필수 과목의 숫자가 줄어든다. 여기에 지원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각 전공의 지원자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한 과에 과도하게 지원율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공개한 데이터 상에서도 심리학과가 학과 정원의 300%를 넘기며 다른 사회과학대 전공들에 비해 훨씬 많은 지원율을 보였다.

간담회에서 학교측 응답을 듣고 있는 학생들 모습

 

또한 공대의 경우 학위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꼭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과목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전공필수 과목이 줄어들어,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모든 학과의 졸업기준 전공 수가 총 33학점, 전공필수 과목은 총 6학점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교 커뮤니티인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하 한라)에 보면, “공학도인데, 33학점 갖고 어디 가서 학위 받았다고 얘기하는 게 웃길 정도로 33학점은 사실 별거 아니다”, “오죽하면 전자공학과 전필이 작년엔 36학점이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공과대학에서는 모든 전필 과목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전필을 한과목만 남겼는데 진짜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등 공대의 줄어든 이수 학점과 전공필수 학점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단순히 졸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보다도, 학위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교육의 질 저하에 관한 우려는 공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수전공에 대한 정원이 '학과 정원의 120% 이상'으로 바뀌게 되면, 학생 1인당 교수 충원율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질문이 간담회에서도 나왔다. 한 학생은 “정원이 복수전공 기준의 120%이상이면 대통령령 기준의 교수 1인당 학생 숫자를 아예 초과하게 되는데, 때문에 대형 강의가 늘어나는 등 결과적으로 등록금은 상승에 비해 수업의 질은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교측은 “학과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는 없지만, 이 현상이 장기화가 된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은 반드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때문에 학교로서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특정학과로 몰린다면, 결국 공간과 교원의 수 등 지원을 차근차근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학과에 지원이 늘어나게 된다면, 학교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과 구조조정과 지원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정확한 지적이다 계속해서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과는 어떤 형식으로든 학교가 떠맡고 가야 한다”라며, “그 학과를 변화시키는 쪽으로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간담회 자체에 관한 문제제기도 발생했다. 간담회 당시 학교 측에 따르면, 작년부터 복수전공 의무화 관련 작업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올해 5월에는 관련 학칙과 규정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었다고 한다. 이에 간담회에 참여한 한 학생은 “사실상 간담회를 1학기 때부터 진행했어야 했고, 문제점이 왕왕 나오는 시점에서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복수전공을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해야한다’, ‘복수전공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많다’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질의응답에 관해 고민 중인 이선우 교수

 

간담회 진행 당시에 학교 측이 문제 상황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위의 질문처럼 복수전공의무화에 따른 많은 문제들이 발생함에도 불구, 학교 측은 “아직은 확실하게 어떤 문제에 관해서 어떤 방지책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을 못할 것 같다.”는 식으로 답변을 준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한 학생은 한라에 “(간담회에 관해) 문자도 여러 번 와서 질의응답 때 질문하고 적절한 대답 받으러 갔는데 제대로 된 답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곧 있으면 보강후 시험보고 바로 종강인데 대체 언제 조율하고 언제 공지를 하려고…”라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사회학과 17학번의 한 학우 역시 간담회에 대해 “이번 간담회는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통보하는 느낌이었다.”라며, “복수전공 의무화에 따라 바뀌는 등록금에 대한 상의를 학생대표에서 끝내지 않고, 더 많은 학생과 상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생대표도 학생들의 의견을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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