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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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특혜 논란 고소 취하' 총학생회 인터뷰 - 1부

‘학점특혜 논란 고소 취하총학생회 인터뷰 – 1부

 

지난해 가을 논란이 김인경 학점특혜 사건.’ 사건으로 외대 학생들이 그동안 느낀 분노와 허탈감을 생각하면 학점특혜 논란 고소 취하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주제다. 고소 취하를 결정한 총학생회 역시 지난 6월 13일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학교와의 협의가 학생들을 완전히 납득시킬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밝혔다.

 

그럼에도 총학생회가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학교가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총학생회가 학교의 무분별한 운영을 견제할 방책이 있는지 듣고자 안중헌 총학생회장, 전병수 부총학생회장을 지난 6 18 총학생회실에서 만났다.

 

 

알리: 고소를 취하했다면 ‘학점특혜 논란’에 대한 수사는 끝난 것 아닌가.

부(전병수 부총학생회장): 아니다. 일반적으로 고소를 취하하면 수사가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고소 취하 당시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였고 검찰로 넘길 예정이었다. 수사를 통해 학점 특혜에 대한 사실 관계는 다 파악된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검찰에서 법률적 판단을 할 것이다.

 

알리: 수사 과정에서는 어떤 사실들이 밝혀졌나?

: 내용을 들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교수들이 깊이 고려하지 않고 (김인경에게) 학점을 부여한 사실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소 취하해도 수사 종결 아냐... 취하는 정기총회 당일에 결정”

 

알리: 지난해 학점특혜 논란 당시, 김인철 총장과 학교는 사실을 밝히거나 사과를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꿔 총장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다는 게 다소 의외다. 이유는 뭘까?

부: 아무래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학교가 부담을 느꼈다고 봐야겠다. 총장 본인도 그렇고 학점특혜에 가담한 교수들이 있다 보니, 학교 대표자로서 압박이 있지 않았을까.

 

알리: 면담은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총(안중헌 총학생회장): 처음에는 주변 교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요청을 해왔다. 그래서 총학생회에 공식적으로 연락을 하던지, 아니면 총장이 총학생회장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라고 했다.

: 총장과 총학생회장이 직접 만나는 자리가 있어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고, 총장이 직접 총학생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자리가 성사됐다.

 

알리: 총 세 차례 면담이 진행됐다. 김인철 총장이 먼저 사과하겠다고 한 것인가?

: 총장은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있었을 뿐 (사과를 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해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첫 면담 때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 “일단 사과를 하셔야 한다. 지금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당사자는 총장님 아니시냐. 기회를 몇 번이나 드렸는데 사과를 안 하셔서 여기까지(고발까지) 온 것 아니냐” 이렇게 말했더니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알리: 첫 면담에서는 사과를 받아냈고, 이후에는 총학의 요구안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들을 조율한 건가?

: 사실 대표자들끼리 만났을 때 세부적인 것까지 조율하지는 않는다.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자들, 즉 총학생회 집행부와 중앙운영위원회, 학교에서는 담당 부서 실무자들이 나와서 하는 게 맞다. 따라서 첫 면담에서는 사과를 받아내면서 총학의 요구안들을 전달했다. 두 번째 면담에서는 요구안을 학교가 수용했고, 사과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총장 명의의 공문을 발송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최종 면담에서는 정기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총장에게 결의안들을 설명하고 고발 취하 시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알리: 그럼 마지막 면담은 총장과의 대화 이후에 진행된 건지?

: (총장과의 대화) 직전으로 보면 된다. 당초 목적은 정기총회에서 나온 결의안들을 다음날 예정된 총장과의 대화 때 직접 관철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발 취하 문제를 놓고 마지막 면담을 잡은 시점이 총장과의 대화 직전이었기에, 면담 자리에서 전날 열린 정기총회 결의안들을 총장에게 최종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됐다.

 

알리: 고소를 취하한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가?

: 고소 취하를 여러 방안들 중 한 가지로 생각하고 논의한 것은 5월 초다. 학교가 계속 면담 요청을 해오면서 우리도 이것을 정치적 기회라고 판단했다. 다만 고소를 한 51대 비상대책위원회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면담을 진행하면 비대위 쪽에서도 당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총장이 면담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비대위 측에 전했다. 비대위의 의견은 “재판까지 갈 목적으로 고발을 한 것은 아니었고, 수사를 통해 학점특혜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만큼 총장이 요구안을 수용할 여지가 있다면 학교 발전을 위해 이해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이후 면담을 진행했고, 취하하기로 결론을 내린 시점은 정기총회 2,3일 전쯤이었다. 하지만 총회 당일까지도 내부에서 이견이 있어 계속 조율하다가 (총회) 당일에 최종 결정했다.

 

알리: 총장에게 사과는 끌어냈다. 하지만 학점특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견제, 감시할 방안이 있는가?

: 시스템을 잘 만들고 학칙을 잘 만드는 것이 방법이다. 학점특혜 재발과 관련해서 대학평의원회에서 이야기가 오갔다. 시스템의 부재와 특정 개인의 권한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다만 학생들의 교육권과 공정성, 기회의 평등을 모두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 학점특혜 재발을 견제할 수 있는 대책에 관해서는, 일단 총장에게 의견을 전한 만큼 지켜보는 상황이다. 다만 학점특혜 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계속 요구하면 학교 입장에서는 빨리 만들고 털어버리고 싶은 의제가 될 것이다.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내고, 총장과의 면담에서 한마디 보태면 학교가 시급하게 하지 않을까.

 

“비정상의 정상화 우선... 학교가 썩었다”

 

알리: 4가지 사안들(학사제도협의회 신설, 엘리베이터 설치, 성폭력 근절 시스템 구축, 어학강의 절대평가 재논의)은 처음부터 결정된 건가? 아니면 여러 요구안들을 면담에서 요구해 4가지만 받아낸 것인가.

: 정기총회에서 논의할 안건들로 요구안을 구성했다. 면담을 준비할 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을 (요구안으로)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사익적인 것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정기 총회에서 논의될 요구안들만큼 적절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이를 관철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총학 내부에서 뜻을 모았다.

: 그래서 총장과의 대화에서 총장이 확언을 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언제까지 설치하겠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 도입하겠다, 재수강 학점 제한 완화 하겠다. 성폭력에 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대답을 내놨다. 총장은 권력형 성폭력 가해 교수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정치적 결정이라 생각하며 유보하고 있는 점이 답답할 뿐이다. 나머지 결의안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약속을 받아냈다.

 

 

알리: 총학 입장에서 면담 요청을 받은 건 분명 엄청난 정치적 기회다. 그럼에도 총학이 요구한 4가지 사안들이 한편으로는 약하지 않았나 싶다. 왜냐면 요구안들은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인데, 이보다 좀 더 강한 걸 요구할 수는 없었나. 예를 들면 총장 직선제라던가.

: 당연히 해야 했던 것들을 그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구한 것이다. 물론 좀 더 강한 걸 요구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총장 직선제는 일단 김인철 총장의 권한이 전혀 없다. 학교 본부를 상대로 더 세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하면 아무도 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학사제도협의회는 2015년부터 논의되어오던 것이고, 엘리베이터 설치도 마찬가지였다. 성적 평가 방식도 2014년에 학교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제도를 변경한다고 통보한 이후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다. 매우 오래된 의제들이고, 그만큼 학교가 썩었다는 이야기다.

 

알리: 학교가 썩었다?

: 어떤 학교가 하나의 의제를 4년이나 끌고 가나. (요구안이) 약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4~5년간 이어져온 의제들을 먼저 정리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생각해서 총회 안건으로 가져왔던 거다.

: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만 치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비정상이 누적돼 온 건 사실이다. 이걸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 설치의 경우 학교가 돈이 없어서 못 했다고 변명하지만, 교수들을 위한 정책 중 일부만 절감했다면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총장 선출에 있어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교수 중심의 체제를 흔들면서 어느 정도 압박을 했다고 본다. 총장 선출제도 개선에 있어서는 이사회의 권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총장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했다.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요구를 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고,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 마저 그동안 수용되지 않아왔기에 실질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대목에서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교수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교가 그동안 변화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교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총장에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교수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알리: 교수 사회에서도 총장에게 불만이 있나?

: 불만 있다. 하지만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지 못하고 뒤에서만 낸다. 총장에게 뭐라고 하는 교수들이 없다. 학생들이 고발을 하는데 교수들은 학생들 어깨조차 토닥여주지 못했다. 학생들이 성명서 낼 동안 교수협의회에서 성명서 한 장이라도 내줬나? 기자회견을 한 것도 아니고, 모든 불의에는 일관되게 침묵을 지키지 않았나. 학교의 비전에 대해 7년 정도 있는 학생들보다 3~40년 있는 교수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요구를 해야 발전이 있는 것 아닌가. 최근 교수들 사이에서 “고발 왜 취하했냐”, “좀만 더 흔들었으면 김인철 총장 사퇴시킬 수 있었는데” 식의 말도 돈다고 들었다. 본인들 목소리 안 내놓고 뭘 했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건지, 진짜 비겁한 생각이다. 교수들은 아쉬워할 자격조차 없다.

물론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하신 분들도 있고.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학생들을 너무 외롭게 내버려 둬서 미안하다”, 그런 분들도 계시다.

: (그분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고 본인 위치가 있을 테니까. 근데 그걸 떠나서 교수들이 (고소 취하에 대해) 할 말은 없을 거다.

 

알리: 지난 6월 1일 총학생회 홈페이지 청원란에 고발 취하 관련해서 총학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에 대한 답이 늦은 이유는 무엇인가.

: 고발 취하가 큰 현안인 만큼 단어 하나도 조심하다 보니 늦어졌다. 또한 고발을 한 51대 비대위 구성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서 상황 설명도 해야 했고, 학교에서 보낸 공문도 확인해야 했다. 취하 이후에 일어날 상황들까지 논의하다 보니 늦어지게 됐다.

 

알리: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총장과의 면담 전에 총학에서 이미 고소 취하를 결정했는데, 공개를 안 하려고 하다가 (학생들) 여론이 부담스러워 입장문을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 입장문에 대한 논의는 총장과의 대화 전에 이미 중운위에서 어떻게 방향을 잡고 갈 것인가 계속 이야기했던 것이다. 여론에 대해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실 못이길 여론도 없었다. (학생들이) 관심도 없었고, 게시물에 댓글도 없지 않나? 딱히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아쉬우면 아쉬웠지 부담은 아니었다. 의견이 오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아닌가.

: 입장문 올리고 계속 (페이스북에) 모니터링했는데, 댓글이 하나도 안 달리더라.

: 그만큼 학생 사회도 많이 죽었다는 뜻은 아닐까.

 

- 2부로 이어집니다 -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

장희지 기자(boa52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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