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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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권리] 놀이기구? 엥? 그거 완전 지옥 아니냐?

놀이기구? 엥? 그거 완전 지옥 아니냐?

주의! 이 글은 놀이기구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작성했습니다.

 내 나이 스무 살.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타본 건 범퍼카 뿐. 나는 쫄보다. 놀이기구를 볼 때마다 ‘굳이 저걸 돈 주고 타야 해?’라는 생각이 전두엽을 강타한다. 그 탓인지 놀이공원에 간지도 5년이 되었다. 근데 9월 14일.. 나는 이날 친구들과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다.

 무슨 근거 없는 용기가 나를 잠실역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롯데월드에 들어간 오후 1시, 나의 하루는 시작됐다. 그 하루 동안 놀이공원 생초보가 느끼고 즐긴 바를 전달해본다.

 

ⓒ 롯데월드. 2015

혜성특급

 롯데월드에 들어오자마자 야외로 나갔다. 오늘의 첫 놀이기구는 ‘혜성특급’이었다. 이름처럼 우주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은하철도 999가 이 정도 속도 아닐까? 그렇다면 철이와 메텔에게 리스펙을 날리고 싶다. 높낮이는 큰 변화 없이 평탄했다. 빠르기는 엄청 빨랐다. 주변이 어두워 잔뜩 쫄았다. 그래도 첫 롤러코스터치고는 많이 무섭지 않았다. 꺼냈던 기저귀를 주섬주섬 가방에 넣었다...!

 

ⓒ Fritz Spitzkohl. 2013

아틀란티스

 두 번째 놀이기구는 아틀란티스. 직각으로 떨어지는 아틀란티스를 보고 방금 닫은 가방을 잠깐 열 뻔했다. 빠르기는 혜성특급 보다 더 빠른데 직각에 가깝게 떨어진다. 아틀란티스는 공포의 나라였던 건가, 새삼 철권통치의 매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떨어지는 경사가 두 번이다. 첫 번째 경사는 순식간인데, 두 번째 경사는 사람을 놀리는 듯이 느리게 올라간다. 두 번째 경사 직전, 짧은 시간이지만 현자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시작부터 빠르게 움직이니 몸에 힘주고 타자. 순식간이다. 바닥에 물이 있긴 한데 몸에 튀지는 않으니 물 걱정은 말아도 된다.

 

ⓒ Eastasy. 2018

자이로스윙

 세 번째로 탄 놀이기구는 자이로스윙이다. 솔직히 타기 전에 이거 타면 정말 죽을 거 같다는 생각이 컸다. 짜잔! 그런데 절대라는 건 없군요! 저는 탔고, 살아서 이 기사를 씁니다 ^^. 자이로스윙은 높이 올라간 상태에서 좌우로 크게 움직인다. 타면서 높이 올라가면 눈앞에 호수가 보인다. 물론 호수를 보며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고통을 느낄 시간은 충분했다. 힘든 게 두 개나 공존한다. 마이너스 더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일 수가 없다. 그냥 마이너스다. 자이로스윙은 피타고라스, 유클리드를 이겼다. 위대한 수학자 자이로스윙님을 넘보지 말자. 얼굴을 가려주는 가림막 덕분에 적당히 호흡할 수 있다.

 

ⓒ JTBC. 2013

드래곤 와일드 슈팅

 적당히 쉬는 시간을 갖고자 선택한 놀이기구는 드래곤 와일드 슈팅이다. 느리게 움직이는 차에 탄다. 그리고 눈앞 스크린에 등장하는 귀염뽀짝 한 몬스터들을 레이저 건으로 잡아야한다. 레이저 건은 차 안에 구비되어있다. 스크린을 향해 레이저를 쏘면 된다. 4명이 한 차에 탈 수 있는데 뒤에 타면 앞사람 머리를 향해 쏘는 참사가 발생한다.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 말자!) 끝날 때쯤에는 사진이 찍힌다. 알아서 적당히 멋있는 포즈를 취해보자.

 

ⓒ 조선비즈. 2016

플라이벤처

 드래곤 와일드슈팅처럼 쉬어갈 수 있는 놀이기구다. 그것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된다. 앉아있으면 의자가 붕 뜨면서 제자리에서 흔들리는데, 4D라서 정말 비행을 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진짜 비행하는 기분이라 조금 무서울 수 있다. 무서우면 눈 감으면 된다. 눈 감으면 뿅!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 앞에 사는 푸근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눈을 뜨고 앞을 보자. 한국의 명소 여러 곳과 판타지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다.

 

ⓒ 롯데월드. 2016

후렌치 레볼루션2 VR

 게임 ‘마리오 카트’의 무지개맵을 달리는 느낌이다. 역동적인 놀이기구다.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리는 반동이 심하다. 중간에 있는 360도 회전에 깜짝 놀랐다. 360도 회전..? 생각 만큼 어지럽지 않다. 그냥 직선주로 탄 것 같았다. 근데 왜 타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질까. VR 고글을 쓰고 탈 수도 있나본데, 어지러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음에 와도 VR은 쓰지 않아야겠다 ㅋㅅㅋ

 

ⓒ 조인스. 2013

스페인 바이킹

 웅장해.. 크고 아름다워.. 바이킹.. 당신은 대체..? 그래도 이왕 타는 거 뒷자리에서 극한을 느끼고 싶었다.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배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만세하고 싶었는데 쫄려서 못 했다. 나도 타면서 만세하고 싶다. 그래도 내가 바이킹을 탔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원래 5억 준다고 해도 안 탔는데 이제 5천만원만 줘도 탈 수 있을 거 같다. ^오^

 

ⓒ 롯데월드. 2013

후룸라이드

 사서고생러가 다 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맨 앞자리를 자처했다. 허벅지 쪽에 물이 많이 튀었다. 샴푸나 바디워시를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는 구간이 두 번이다. 처음 떨어질 때 사진이 찍히니 알아서 폭풍간지 포즈를 취하길 바란다. 물론 본 기자는 두 번째 경사에서 찍히는 줄 알고 뻘짓 했다.

 

 

나는 이제 쫄보가 아니다..?

하루 동안 놀이기구 8개는 탄 것 같다. 매서운 경험이었다. 다녀온 날 밤에 일을 보려고 변기에 앉았는데 롤러코스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몸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엄청난 날이었다. 겁쟁이인 본 기자를 데리고 놀아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놀이기구를 죽을 때까지 한 번이라도 탔을까 싶다. 그래도 아직은 놀이기구보다는 사파리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판다랑 사자가 보고 싶어졌다. 기린이 목 뻗는 거 보고 싶다.. 코끼리 아저씨 코로 과자 받는 것도 보고 싶다...

 

글 = 김연준 기자 (1334dusw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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