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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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동물권

[단대알리 오피니언] 방목형 사회, 두려움을 강요하다

누군가에겐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소들은 때론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과연 이러한 현실이 정상적인 상황일까? 가해자들의 잘못된 범죄에 여성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해야하는 이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 ‘술집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녀는 피해자가 되기 전까지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범죄의 피해자가 되자,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며 무조건 그런 범죄를 당하기 전에 스스로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된 이후의 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 조심해야한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참혹하고 씁쓸해졌다.

 그녀의 입에서 씁쓸한 말이 나오도록 만든 것은 사회이다. 범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사회임에도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고 범죄의 책임과 무게는 오롯이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책임의 무게 때문에 피해자는 점점 외부와 단절하며 동굴 속으로 숨는다. 무엇이 피해자가 고통 받는 아이러니를 만들었을까?

 첫 번째는 ‘낮은 형량’이다. 2012년 9월 21일 조선일보의 ‘우리나라와 각국의 성범죄 처벌법’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미국의 형량이 평균 10년 5개월인 반면에 한국은 13세 미만 대상 범죄는 5년 2개월, 성인 대상의 범죄는 3년 2개월로 나타났다. 또한 음주 상태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지면,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벌을 탕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오히려 음주 사실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음주사실은 가해자에게 더 불리하게 적용된다. 짧은 형량 기간과 처벌을 탕감할 수 있는 회피책이 존재하는 것은 가해자들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두 번째로는 ‘매체의 성 상품화’이다. 성 상품화는 인간의 성을 매개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매체에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의 수많은 성 상품화를 찾아볼 수 있다. 음악방송만 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짧은 치마를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획사는 이렇듯 자극적인 무대를 통해 본인의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행태는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물러’라는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노출 있는 옷을 입은 여성이 “주물러주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말한다. 이렇게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매체들은 대중들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잘못된 가치관을 확립하게 한다. 대중들은 의도치 않게 일상에서도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대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성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이다. 사실 이미 일상 속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희롱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여성이 성에 관한 이야기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쉽다는 것을,  또 이후에 거짓된 이야기들이 부풀려진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한다. 나 역시도 이런 경험이 있다.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상대가 다른 술자리 옆 테이블에 있었고, 해당 테이블에서는 그때의 소개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심지어 내 이름이 불리며 “섹스 해봤냐.” 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들은 줄 몰랐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라는 말이었다. 내가 듣지 않았다면 미안하지 않을 일인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희롱하는 이야기를 안주거리 삼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충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혼자 기숙사를 가는 도중 어떤 남성들이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들은 아까 그 테이블에 같이 앉아있었던 남자들이었다. 그 사람에게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것 뿐 인데, 왜 이 일로 욕설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수치스러웠고 지금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더 비참한 사실은 분명 부당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에 인적이 드문 길가에서 들은 그들의 욕설에 공포를 느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의식하지 못한 채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금은 평등한 사회라 믿는다. 그러나 여자들은 범죄에 노출될 바에는 자유를 잃는 것을 택하고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심지어 한 강력 범죄 전문가는 여성은 그런 범죄에 처했을 때 신체적 조건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 범죄자를 자극시키기보다는, 그냥 범죄자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살고 싶다면 그냥 당하라”, 끔찍하지 않은가? 여성들은 범죄를 당하기 전에는 범죄의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범죄를 당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해야한다. 그럼에도 “피해망상이다” “남자들도 똑같다”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공용화장실에 갈 때는 친구와 같이 가고, 여성 전용 화장실에 가더라도 숨겨둔 카메라는 없을지 걱정하고, 그냥 뚫려있는 구멍이 무서워서 다른 칸을 간다. 어두워지면 걸을 때마다 뒤를 돌아보고 단지 가는 방향이 같을 뿐임에도 남자가 뒤에서 걷고 있으면 두려워진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정말 평등하고 정상적인 사회인가?

| 글 : 장혜지 기자 jang9901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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