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저작권의 이해’ 정홍택 교수, 제자 성희롱

“내가 들이대지 못할 건 아니잖아, 그치?
마지막 사랑을 한 번 하고, 
그 여자한테 모든 걸 다 주고 가버리고 싶어”

 

SNS 커뮤니티 ‘세종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숲)’에 올라왔던 #5589 제보의 성희롱 발언을 한 주인공이 정홍택 씨로 드러났다. 정홍택 씨가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다. 정 씨는 이번 학기에도 교양강의인 ‘저작권의 이해’를 맡았으나, 첫 번째 강의만 진행한 뒤 사직의사를 밝히고 수업을 그만둔 상태다. 그는 2011년 우리학교 석좌교수로 임용된 뒤 교양학부 소속으로 ‘사회와가치’, ‘쓰기와말하기’ 등의 강의를 맡아왔다. 피해 당사자는 <세종알리>에 당시 대화의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와 함께 피해 사실을 제보했다.

 


▲ 2월 26일 게시된 세종대학교 대나무숲 #5589 게시물.

 

◇ 사건전말

새해를 맞아 제보자는 정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제보자가 한 학기 동안 봐 왔던 그는 존경할 만한 교수였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새해인사를 보냈다. 그로부터 5일 뒤 정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식사 약속을 제안했고, 제보자는 흔쾌히 수락했다. 함께 강의를 수강했던 친구와 동행하려 했으나, 친구와 시간이 맞지 않아 제보자 혼자만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그의 사무실 근처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레스토랑이었다. 제보자는 “식당에서 자리에 앉기 전 정 씨가 ‘여전히 예쁘구나’하며 나를 끌어안아 잠시 의아했지만, 평소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대했던 교수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식사를 시작했고, 곧 정 씨의 문제의 발언이 시작됐다.

정 씨는 소녀경(성생활 지침 등을 기록한 중국의 고전 서적)을 언급하며 제보자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입술, 눈, 눈썹, 진짜 죽이고, 입술은 육감적이고 눈은 뇌쇄적이고 진짜 장난 아니야”라는 등 외모에 대한 노골적 묘사를 쏟아 냈다. 이어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하고는 “이쁜 내 애인이 하나 있는데 좀 집어넣어줘라”고 이야기해주겠다며 제보자를 애인으로 칭했다. 제보자는 “애인이 아니라 제자”라며 정정했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정 씨는 제보자의 입술에 대해 칭찬하며 “뽀뽀해버리고 싶어”라고 하며 “내가 들이대지 못하는 것이 흠”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다 “내가 들이대질 못할 건 아니잖아, 그치?”라고 거듭 물으며, 제보자에게 “마지막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자신의 재산에 관심도 없다며 “마지막 사랑을 한 번 하고, 그 여자한테 모든 걸 다 주고 가버리고 싶어”라고 호소했다. 정 씨는 1936년생으로 올해 만 80세다. 

그 날 이후에도 정 씨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지만, 제보자는 두려운 마음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보자는 고민하던 중 답답한 심정을 대숲에 제보해 의견을 들어보려 했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 ‘확실히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제보자는 정 씨에게 자신이 불쾌했던 점에 대해 문자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 정홍택 교수와 제보자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정 교수가 사과를 하고 있으나 이는 ‘실망시킨 것’에 대한 것으로 성희롱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취업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며 제보자에게 연락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자를 받은 정 씨는 성희롱에 대한 사과는 없이 “취업 문제 때문이다”며 대뜸 통화할 것을 요구했다. 제보자는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취업 이야기로 말을 돌리는 정 씨의 태도에 실망감을 느껴 <세종알리>에 이를 제보하기로 결심했다. 

<세종알리>는 당사자인 정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정 씨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정 씨는 “회사 일이 바쁘다”며 우리 학교 석좌교수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 씨는 7일 ‘저작권의 이해’ 강의에서 앞으로 강의를 맡을 강사를 소개시켜준 뒤 세종대 6년간 정이 들었다며 “광화문으로 막걸리 얻어먹으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

저작권의 이해, 강의 중 과도한 사적 모임

“수업 내용도 중요하지만, 대학생이면 인성 교육이 중요해. 저작권에 대해서도 강의하겠지만, 절반은 인성교육을 한다고 보면 돼.” 개강일인 지난 2일 ‘저작권의 이해’ 첫 강의에서 정홍택 씨가 한 말이다. 정 씨는 ‘인성교육’을 명목으로 수업 외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번개모임으로 수업계획서에도 설명돼있다. 번개모임은 수업을 마친 뒤 연강이 없는 수강생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러 가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정 씨는 강의 교재를 무료로 배포하고, 취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해주는 등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 2016-1 ‘저작권의이해’ 수업계획서의 추가 안내사항에 적힌 내용이다. 번개모임이 수업계획서에도 명시되어 있고, 저작권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와인 강의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 교수의 성희롱은 제보자와 와인을 마시던 중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사석에서 교수를 만나는 데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제보자도 이런 이유로 교수와 단 둘이 만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정 씨의 인성교육이 학생들에게 다가갈 구실로 악용된 것이다. 학생회의 자체조사결과 제보자 외에도 피해자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정 씨의 수업 형태와 수년간 강의를 해왔던 점을 고려했을 때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해야지?’ 절박한 대학생 이용

정 씨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의 절박함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크다. 담당 기자가 취재요청을 위해 접근했을 때도 해당내용을 보도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며 “자네는 취업도 하고 그래야 될 것 아니냐”며 “자네 같은 적극성 있는 학생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자네를 잘 돌봐줄 가능성이 있다”며 기자를 회유하려 했다. 제보자는 “취업시켜준다는 말에 솔깃해할 줄 알고, 취업이야기 하자고 말하는 게 너무 기분 나빴다”며 취업을 빌미로 자신에게 연락을 지속하려한 정 씨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제보자가 이 사건을 제보하기로 결심한 대표적인 이유다.

이러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 될 경우 피해자가 가지는 부담이 크다. <세종알리>에서는 보도 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보도와 관련해 자문을 구했고, 상담소 측은 ‘보도를 굉장히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상담 내용을 전달했으나, 제보자는 “그 교수에게 피해를 받는 학생이 또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도를 통해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제보자는 실명을 보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컸다. <세종알리>는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고, 제보자를 설득해 실명으로 보도할 것을 결정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보자는 “친한 지인이 녹음 내용을 듣고는 ‘신고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학교의 이미지 실추가 우려됐고 추가적인 정신적 부담을 받고 싶지 않았다. 이에 학내언론에서 보도해 타 학우들에게 있을 피해를 방지하는 것에 그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제보자 신변보호를 위한 조치
 
<세종알리>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제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특별취재팀을 별도로 구성해 취재를 진행했으며, 특별취재팀을 제외하고는 구체적 취재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특별취재팀 내 전담 여성 기자를 배정해 제보자와 연락하도록 하고, 민감한 내용 등은 특별취재팀 내에서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세종알리> 기자들이 해당 수업을 청강하고 있으며, 학생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에 대해 총학생회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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