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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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선거의 타산지석이 될 2018년 총학생회 선거

*단대알리에서는 독자기고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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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선거의 타산지석이 될 2018년 총학생회 선거

 

 

 그림은 좋았다. 오랜만에 두 후보가 맞붙었다. 서로 정책과 조직, 선거 전략을 마음껏 펼치며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할 것이고, 학생 자치는 간만에 학생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후보들 자신이 준비한 것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판을 제공해주고 공정하게 관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중선관위의 헛발질은 치명적이었고 꾸준했다. 그 결과 약 3000여명에 달하는 유권자의 선택들은 휴지조각마냥 사라져버렸다. 왜 그랬던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확인해보자.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나비효과
 
 정책 자료집은 후보들에게 있어 최소한의 홍보 수단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중선관위는 이 부분을 교비를 통해 지원하게 된다. 사실 모든 사건의 시작이 이 부분에서 발생한 것인데, 정책 자료집 및 포스터 업체 선정 과정에서 1번 ‘낭만 더하기’ 선거운동본부(이하 1번 선본)의 정후보가 자신이 과거 진행했던 업체를 중선관위에 소개시켜 주게 된다. 해당업체의 경우 기존 흑백으로 진행했던 가격으로 컬러를 뽑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포스터의 경우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중선관위원장은 학생팀에 이 사실은 전달했고, 중선관위원장, 1번 선본 정후보, 학생팀 삼자대면을 거쳐 해당 업체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이후 주문과정에서 1번 정후보가 2번 ‘더블 에이’ 선거운동본부(이하 2번 선본)의 홍보물을 함께 주문하고, 2번 선본의 수정요청으로 인해 최종주문이 늦게 들어가게 되어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에도 도착하지 않게 되는 일이 발생했고, 결국 이 문제가 1번 선본의 후보자 박탈을 거쳐 재선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중선관위원장의 헛발질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관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결정들은 이후 선거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될 정도였다. 첫 번째, 중선관위원장은 양 선본에게 정보를 비대칭적으로 제공했다. 사실 2번 선본이 지적한 부분도 그것이다. 중선관위원장은 업체 선정 및 주문 제작 과정에서 2번 선본을 철저히 소외시켰고, 배제했다. 심지어 2번 선본의 홍보물을 1번 선본에게 전달하여 인쇄를 부탁하는 필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했다. 기본적으로 1번 선본의 제안 후 업체가 결정되었다면 2번 선본에도 알리고, 자신이 직접 홍보물을 업체에 주문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또한 이후에 2번 선본의 홍보물이 선거운동 전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양 선본과 논의해 부착시기를 결정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중선관위원장은 이 중 어느 것도 하지 못했고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두 번째, 중선관위원장은 학생자치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중선관위원장이 올린 글을 보면, 학생팀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자신은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비유하는데, 사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선관위원장이 중간에서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사과는커녕 2번 선본이 제시한 ‘학생팀의 선거 개입’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들을 그대로 가져와 학생들의 비난의 화살을 학생팀으로 돌리고 자신은 학생자치라는 방패 뒤에 숨어버렸다. 중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이 ‘아니요’라고 말을 못한 것은 어떤 큰 힘이 존재해 불가항력적으로 못한 것이 아니고 그저 선관위가 무능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세 번째, 약 3000여명의 선택을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1번 선본 후보자 박탈과 재선거로 이어지는 일련의 결정에는 허탈한 웃음마저 나왔다. 그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선본의 행동이 불공정하다는 확실하고 정확한 증거들을 확인했어야 했다. 유권자가 전부 납득할만한 그런 증거 말이다. 하지만 이 선거가 불공정해진 가장 큰 문제는 중선관위원장 한 명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유권자의 선택을 그렇게 휴지조각마냥 쉽게 리셋해도 되는 것인가? 이 사건의 시작이 선거운동 첫 날이었는데, 그렇다면 끝장토론이라도 벌여서 해당 사건에 대해 처리를 했어야 마땅하다. 또한 자신의 잘못이 크다면 균형을 맞출만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선거를 마무리한 후 사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유권자에게 전혀 납득되지 않았으며,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도 못하고 끌려 다녔으며, 균형을 맞출만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선택이었던 재선거를 선택해버렸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단 하나도 책임지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중선관위원장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비난 받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전가했다. 학생팀을 끌어들여 자신의 무능력함을 덮었으며, 1번 선본을 끌어들여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넘겼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서 중선관위원장에게 선택지는 재선거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미 자신의 잘못을 나머지에게 전가한 상황인데 선거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면 자신의 잘못을 모조리 인정해야 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선거는 다시 치러질 것이고 이리저리 하다보면 당선이 되고 내년 학생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인해 학생자치 수준은 한 발 크게 후퇴했고, 학생들의 인식 역시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이번 중선관위원장의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내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학생자치 기구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안타깝다.

 

| 글: 익명의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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