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2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푸름’ 사퇴의 건... 전학대회 내용 들여다보기

  1부에 이어 ‘총학생회장단 사퇴의 건’을 논의한 임시전학대회 내용을 보도합니다. 2부에서는 총학생회장단의 사퇴 안건 상정에 대한 LD학부 학생회장의 발언문 내용을 시작으로, ‘사안에 대한 총학생회장단 및 중앙운영위원회의 대응’, 사퇴 의결 결과 및 후속 조치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 순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지난 8일 열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 현장 (사진 = 외대알리)

 

  먼저 전학대회 논의 중 LD학부 학생회장인 이영우 학우가 총학생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발언문을 배포했습니다. 이영우 학생회장은 발언문에서 총학생회장의 사퇴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며 대표자로서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다음은 발언문 요약 내용입니다.

  [총학생회장은 사퇴 안건의 부결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9천 학우와 의결기구에 대한 기만이다. 2018년 12월 21일 작성된 총학생회장의 사퇴 관련 입장문을 보면 “총학생회장에게 일임해주신 권한과 지위의 중대함과 무게감, 책임감을 느껴 사퇴 안건과 그 내용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를 묵인하고 임기를 수행한다 하더라도 사퇴안건을 내걸고 재신임을 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작성되어 있다.

  본인은 총학생회장단이 업무수행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고, 진지하게 책임을 통감해 사퇴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퇴 안건의 심의를 수행했다. 하지만 재신임을 받고자 사퇴 안건을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사퇴를 함에 있어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부결되더라도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과, 사퇴 의지는 없지만 재신임을 받기 위해 사퇴를 상정하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며 후자의 경우 학우들에 대한 기만이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전직 집행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면서 대화 요청을 거절하고 중앙운영위에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대표자로서 책임지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재신임을 받고 싶었다면, 먼저 집행위원회 내부에서 문제를 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 사과 및 시정을 통해 해결했어야 한다. 또한 문제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이를 명확히 정리해 학우들에게 알린 다음 재신임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하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전직 집행위원들은 물론이고, 현직 집행위원들과의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 내부 당사자들과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중운위에 사퇴 안건과 함께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조직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집행위원들 역시 외대 9천학우 중 한 사람으로서 공적인 문제제기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제기를 ‘총학생회장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으로 인지하고 사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문제 해결의 여지를 없앤 것은 총학생회장의 책임이다.

 

181212 총학생회장단 재질의 녹취록 중

총학생회장: (격려금 30만원과 관련해서) 좀 횡령의 소지를 남기는 듯이 공격하는 질문이라고 제가 받아들였었고 (중략)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그거에 대해서 사안의 중대성이나 심각성에 대해서 크게 인지를 하지 않고 있었고,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181205 57차 비상중운위 녹취록 중

총학생회장: 여자 집행부원이 남자 집행부원 집으로 뭘 가지러 간다고 하셨을 때, 뭐 맡 뱉은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니까…들은 바에 의하면 그 분 집에 가냐고, 되게 약간 놀리는 말을 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의도적이지 않았다, 혹은 잘못했다고 집행위원들에게 먼저 대화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중운위에 떠넘긴 점, 사퇴와 관련해 현직 집행위원들과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점은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가 아니다.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변명 가득한 입장문을 올려 재신임을 받겠다는 것은 사퇴 안건을 그저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총학생회장의 임기가 지속되는 것은 9천 외대학우와 의결기구에 대한 기만을 용납하는 것이라 판단하기에, 총학생회장이 오늘 이 자리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이다.]

 

  발언문이 끝난 직후 스페인어과 학생회장이 “재신임을 받고 싶은 것이 사퇴의 주된 이유인가”라며 총학생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재신임이 사퇴를 위한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다만 일련의 문제제기들 가운데 총학생회 내부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 또 과거에 외대 학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재정 관련 문제, 학내 성폭력 이슈가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를 완전히 무시한 채 임기를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사퇴를 상정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발언문 낭독 이후에는 피해 호소인들 및 사퇴 안건 처리와 관련해 총학생회와 중운위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다음은 해당 내용들에 대한 일문일답입니다.

Q. [서양어과 비례대표] 총학생회가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고 집행위원들이 의견을 전달한 것은 없는가? 피해자들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본다.

A. [참관인] 52대 중운위 위원으로 당시 소명 상황에 대해 첨언하겠다. (소명 절차 당시 집행위원들에게) “사퇴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면 집행위원 측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중운위에 총학 사퇴 안건을 올릴 계획”이라고 의견을 전달받았다.

Q. [집행위원] 중운위에서 피해 호소인들에게 원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아서, 새해가 되기 전에 질문할 것인지 문의를 했는데 답변을 듣지 못했다.

A. [참관인] 해당 안건을 심의했던 52대 중운위 의장으로서 답변 드리겠다. 피해 호소인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질문을 드렸었던 것으로는 기억하는데… 중운위의 준비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드리겠다.

[집행위원] (집행위원들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것은 중운위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의문이 든다. 결과가 어찌됐든 무엇보다 문제점을 제대로 숙지하고, 사퇴를 떠나 다른 책임방안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

Q. [베트남어과 학생회장] 피해 호소 당사자들이 원하는 조치를 확인했어야 하지 않았나. 집행위원들이 모여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사퇴하라고 요청을 한 것은 아닌데, (총학생회장단이) 사퇴를 결정하게 되면 오히려 피해 호소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이 아닐까 싶다.

A. [총학생회장] 처음 문제제기가 있었을 당시에 젠더 감수성 뿐 아니라 농활 격려금, 권력형 성폭력 및 박철 교수 퇴진에 대한 소극 대응 등 종합적으로 문제제기가 들어왔기에 집행위원들의 논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만일 피해 호소인이 저에게 “기분 나빴다, 불쾌감을 많이 느꼈다”고 하셨다면 충분히 사과를 했을 것이다. 또 해당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하셔서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중운위에 사건 해결을 요청하고 피해 호소인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던 것이다.

사퇴 안건 최종 부결… 공개 사과문 작성 및 교육 이수 등 후속 대책 논의

 

  논의가 끝난 저녁 9시 38분 ‘총학생회장단 사퇴의 건’에 대한 의결이 진행됐습니다. 전체 56명 중 44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총학생회장단 2인을 제외한 42명이 의결을 진행했습니다. 첫 의결에서 찬성 13, 반대 16, 기권 13표로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과반을 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총학생회 회칙에 의거해 찬성과 반대로 결정하는 2차 의결이 진행됐는데, 찬성 15, 반대 27로 최종 부결됐습니다.

  이어 대의원들이 부결에 대한 의견을 말했습니다. 먼저 스페인어과 학생회장은 “부결을 다행이라 생각하지 말고 잘못에 대해 충분히 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어 LD학부 학생회장 역시 “부결이라는 결과는 총학생회장단에 대한 신뢰나 재신임이 아니며, 책임이 있는 만큼 끝까지 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인지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권력형 성폭력 및 박철 명예교수 해임 소극대응’ 문제는 총학생회장단은 물론 중운위의 역할도 중요하기에, 이번 사안을 계기로 중운위 역시 학내 사안에 더욱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학생자치단체 전반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총학생회장단의 후속 조치 대응’ 관련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대의원들은 공개 사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으며, 사과문의 내용 및 형태는 중운위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편 후속 대책 논의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이 성평등센터의 교육 이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교육 이수는 다소 과도한 조치인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참관인과 일부 대의원이 총학생회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총학생회장은 의결 결과에 따르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장단이 학내 인권 의제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 감수성을 함양한다는 측면에서 의사결정을 따르는 것이 맞다”며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였습니다.

 

  후속 조치 방안에 대한 의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과문 내용 및 형태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결정”

– 찬: 35 반: 0 기권: 5 (가결)

“농활 격려금 30만원 반환 및 사과문 작성”

– 찬: 38 반: 0 기권: 3 (가결)

“성희롱 및 언어폭력 피해 호소인 접촉 및 사과문 작성"

1차 의결 - 찬: 15 반: 9 기권: 17

2차 의결 - 찬: 35 반: 0 기권: 6 (최종 가결)

“S, K 교수 권력형 성폭력 및 박철 명예교수 해임 관련 소극 대응 사과문 및 향후 대응방안 발표”

1차의결 – 찬: 2 반: 18 기권: 21

2차의결 – 찬: 8 반: 33 기권: 0 (최종 부결)

  의결 직후 유일하게 부결된 안건인 “권력형 성폭력 및 박철 교수 해임 소극대응”에 대한 수정안이 제시됐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사과문을 제외하고 대응 방안에 대한 설명문만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포르투갈어 학생회장의 의견에 따라 추가로 의결이 진행됐습니다. “S, K 교수 권력형 성폭력 및 박철 명예교수 해임 관련 대응방안 설명문 게재”로 수정된 해당 안건은 찬성 24, 반대 7, 기권 10으로 가결되었습니다.

총학 3월까지 임기 지속 … 의결 절차 및 과정의 적절성은 의문

 

  이날 의결로 총학생회장단 사퇴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 2019학년도 새학기를 앞두고 진행될 등록금심의위원회와 새내기 새로 배움터 준비 등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남아있는 가운데 학생 대표자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현재 중운위와 집행위원들 간의 의견 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학생 대표자로서의 총학생회장의 자질에 대한 부분입니다. 총학생회 내부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판단이 아닌 욕설과 폭언이 오갔다는 점,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성적 발언이 있었다는 점은 학내 민주주의와 인권 의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총학생회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문제 사안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중운위와 학생대표들에게 판단을 넘겼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학대회 당시 대의원들의 질문에 다소 방어적인 태도로 답변한 것 또한 아쉬운 지점입니다.

  총학생회장단의 사퇴를 결정하는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문제 사안들을 두고 이를 심의한 중운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뉜 가운데 이를 전학대회에서 판단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었습니다. 총학생회장단의 사퇴 의결권은 전학대회 대의원들에게 있지만 해당 사안들이 대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무엇보다 대의원들의 판단이 외대 9천 학우 전체의 의견을 동일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투표로 선출됐지만, 사퇴는 모든 학생들의 선택이 아닌 단위 별 학생대표들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퇴 의결이 적절한 절차였는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사퇴를 판단하는 주체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일반 학우들에게 이번 사안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공론화를 바탕으로 총투표를 진행해 사퇴 여부를 결정하거나, 총투표가 어렵다면 단위 별로 해당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 수렴 및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사퇴를 결정하는 의견에 대한 대표성 논란도 해소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문제제기 및 사퇴 안건 상정의 시점이 12월 이후로 기말고사와 종강을 앞 둔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일반 학우들의 의견 수렴 반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견 수렴 없이 전학대회 대의원들과 중운위 위원들의 판단만으로 사퇴를 가리는 것은, 학생대표자에 대한 문제제기 및 사후 처리 방안에 미흡한 면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번 사안을 통해, 학생 대표자에 대한 문제 제기 및 해결에 있어 보다 성숙한 방안이 제시될 수 있도록 돌아볼 필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달수 기자(hds80228@gmail.com)

허예진 기자(abastravv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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