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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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상아탑에 와인 뿌리기, 언제까지?

|외대알리| 우리학교 총장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번 달 22일(금)은 총장선거 결선투표가 있는 날이다. 교정 이곳저곳에 총학생회에서 붙여놓은 포스터가 눈에 띈다. 학생 전자투표를 실시하니 참여해달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99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우리학교에서 총장 선거 투표권을 지닌 사람은 오로지 교수뿐이다. 교수에게만 투표권이 쏠린 이 선거방식은 어떤 부작용을 불러왔을까.

이 상황은 교수 사회를 정치판으로 변화시킨다. 자신이 미는 교수를 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혹은 자신을 총장으로 뽑아줄 ‘내 편’을 만들기 위해 교수들은 편을 가르고 눈치를 보며 각종 비용(?)을 지불한다. 2011년 5월 31일자 한겨레에 의하면 박철 총장이 교내에서 열린 회의 참석자들에게 10만원짜리 현금봉투를 돌렸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이 날 참석자들이 “박 총장은 회의마다 늘 이렇게 하곤 했다”며 “총장 연임을 위해 교비와 와인을 뿌려 우호세력을 관리해왔다”고 언급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학교 이사였던 박명석 교수를 만났다. 그는 “후보들은 총장선거 몇 년 전부터 당선 표를 얻기 위해 교수들을 매수한다. 교수들은 아예 사무실을 얻어 놓고 누구를 총장으로 뽑느냐를 저녁마다 의논 한다”며 현재 선거판의 모습을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명석 교수는 “지금과 같은 선거구조에서는 후보가 총장으로 당선되면 자신을 밀어준 사람들에게 부총장, 처장, 학장 등 갖가지 보직들을 배분한다”고 밝혔다. 능력이 아니라 선거에서 세운 공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것. 이렇게 ‘총장의 사람’이 학교 요직에 심어져 있으면 지도자의 잘못을 비판할 힘이 줄어든다. 자신의 편이 많기에 현 총장이 연임하기도 쉽다. (박철 총장은 2006년 취임해 2009년 연임에 성공했다.)

박철

웃고 있는 박철 총장(출처: 한국경제신문)

이처럼 총장 선거에 있어 지금과 같은 교수 중심 직선제 선거 구조는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이에 우리 학교에서는 이번 해 사범대학, 영어대학, 중국어대학이 학생 투표권 요구 선언을 했다. 또 10월 성사된 정기 학생 총회에서는 총장 선출권을 교수, 학생, 직원으로 확대하는 결의안건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어 11월 1일(금) 직원들은 총장후보자 선출을 위한 직원위원회를 설립해 “우리는 특정집단의 이익대표자가 아닌 전체 구성원의 성원을 받는 진정한 대표자를 원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교수 중심 직선제의 대안으로 간선제가 있다. 간선제의 경우 총창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을 선임한다. 총장추천위원회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 직원, 동문까지 참여가 가능하기에 현 방식인 직선제에 비해 학내외 구성원들의 의사를 고루 반영할 수 있다. 간선제가 될 경우 전자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총의를 모은 후 이를 총장 선임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리학교 총장 선거는 여전히 교수 중심의 직선제다. 앞으로의 4년,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상황을 기대해도 될까.

임채윤 기자 towhfl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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