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냐?” 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뭔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혼자 밥을 먹겠다는데! 우리는 모두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있는 일도 다양하다. 함께하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혼자밥먹기는 쉽지 않은 일일터...
혼밥 : 혼자 밥 먹기
혼밥, 먹어는 드릴게 ⓒ사나이픽쳐스
특히 혼자 자취하는 이무너가 쿨하게 외식 한번 하려는데, 사람들 눈치가 여간 보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 이무너 특집에서는, 혼자 밥 먹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음식집을 소개한다. 이미 이웃국가 일본에는 1인 전용 음식점이 넘쳐나고, 국내에도 1인 전용 샤브샤브집이 성업 중이다. 물론 이정도의 음식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혼자 먹을 때 당당하게 1인분을 주문 할 수 있는 외대 앞 음식점을 알아보자.
혼밥1_혼자 먹는 브런치
- 이무너의 특권은 천천히 나와서 먹는 아점이다.
보통 Brunch는 혼자 먹기 편하다. 베이컨과 스크램블에그를 먹다 보면 뉴요커가 된 느낌도 든다. 게다가 서양식 식단이 별로인 사람들을 위한 한국식 브런치도 있다. 미처 아침을 먹지 못하고 나왔다면, 여유 있는 브런치를 먹어보자.
<CAFE 115>
후문에서 나와 세븐일레븐과 빨래방 사잇길로 쭉 200미터를 걷다보면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카페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브런치 메뉴들이 있으며, 기본 제공되는 요거트 드레싱 샐러드와 함께 비교적 든든히 먹을 수 있다. 인기메뉴인 ‘고소한 버터밥’은 우리가 흔히 먹는 간장계란밥을 생각하면 된다. 원래 달걀은 하나만 제공되지만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사장님이 필자가 많이 먹을 것 같다며 두 개를 주셨다. 각 메뉴는 약 8000원에서 12000원 사이.
<무르무르 드 마르젬 Murmur de margem>
정문에서 외대앞역 방향으로 쭉 내려가다가 273번 버스정거장 옆 건물 2층에 있다.
기본적으로 이탈리안 파스타&피자를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사실 무르무르가 유명한 이유는 브런치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정통 브런치가 시각과 후각을 유혹한다. 약간 가격대가 있는 만큼 상큼한 유자향이 풍기는 샐러드가 기본 제공된다. 메뉴판에는 드립커피도 제공한다고 적혀있으나 갈 때마다 커피가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왜인지 알 수 없다. 어디선가 떼오는 듯한 더치커피는 먹을 수 있다. 혼밥인데도 친절한 종업원의 서빙을 받으며 밝은 분위기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 메뉴 중 ‘그랜드 슬램’은 정말 훌륭한 양을 자랑한다.
혼밥2_초고속 혼밥
-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해치운다
스피디한 식사는 혼밥의 정석이다. 모두가 바쁘고, 사람도 많다. 주문을 하고, 빈자리에 앉자. 먹자.
<인문관 학생식당>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과학관 1층에 위치해있다.
많은 학생들 앞에서 혼자 먹는 건 싫다고? 주위를 둘러봐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매우 당당히 밥을 먹고 있다. 김밥과 라면 등 1500원 안에서 해결되는 분식류와 1800원 혹은 2200원의 한식메뉴를 자랑한다. 게다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츄러스까지! 그래도 혼자 먹기 민망하다면 바로 몇 분 후 수업이 있다고 생각하고 급한 척 먹어보자. 항상 뉴스가 나오는 TV를 보며 심각하게 먹어보는 것도 민망함을 감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한솥 도시락>
외대 근처에는 한솥도시락이 두 개 있다. 후문 한솥은 경희대 후문으로 올라가는 언덕 200m전방에 있고, 정문 한솥은 교수회관 맞은편에 위치해있다. 두 지점 모두 간이 테이블이 있어 간단히 식사하고 가기 편하다. 혼밥에 익숙하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포장으로 주문한 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캠퍼스 벤치 위에서 먹는 것도 색다르다. 추천 메뉴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때울만한 치킨마요 곱빼기.
<자매식당>
정문 커피빈 옆 U플러스 오른쪽 골목으로 100m정도 내려가면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찜닭집 맞은편.
많은 고학번 남학우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균일가 5000원의 볶음밥시리즈가 유명하다. 그중에서 카레가 들어간 해물볶음밥이 특히 인기 있다. 밥과 함께 따끈한 미역국이 나와, 많은 자취생들이 생일날 아침을 먹고 눈물을 흘리며 가게 문을 나온다고 한다.
혼밥2_집밥 같은 혼밥
- 혼자 먹는다고 꼭 간단하게 먹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혼자 밥 먹으면 비교적 대충 때우게 된다. 우리 이제 그러지 말자. 한 끼 배부르게, 엄마가 해주신 집밥처럼 먹어보자!
<조림집>
정문에서 외대앞역 방향으로 50m정도 내려가면 KT대리점이 있다. 그 밑 골목을 바라보면 ‘조림’이라는 간판이 있는 가정집이 보인다. 바로 그 집이다.
처음 들어설 때 가정집처럼 보여 당황하게 만들지만, 사실 훌륭한 식당이다. 밥 한 공기를 부족하게 만드는 집이다. 김치고등어조림이 유명하며 찌개류도 저렴한 가격에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무엇보다 이 집은 밑반찬이 훌륭하다. 특히 밑반찬으로 나오는 계란찜은 밥도둑이라 불릴 만하다.
<광주회관>
외대 정문 건너편에서 이마트 방향으로 50m지점에 있다.
외대 근처 식당 중에서 제일 많은 밑반찬 종류를 자랑한다. 이미 많은 교직원들과 교수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전라도 친구들이 ‘나쁘지 않다’고 인정할 정도의 음식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추천 메뉴인 꼬막비빔밥은 매니아 층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생각보다 혼밥은 나쁘지 않다. 사실 같이 먹으면 누가 돈을 얼마나 내야 하나 고민하게 되고, 2인 기준으로만 주문할 수 있는 식당에선 서로 먹고 싶은 메뉴가 다를 때 괜히 상대방 눈치 볼 때 있지 않나. 음식 나오기 전에 어색하게 말을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인 사회가 문제라고들 하지만, 아직 우리 세상은 단체를 강요받는 세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루에 한 끼라도 편하게 ‘나’와 대화하며 먹어보는 것도 퍽 좋지 아니한가. 꼭 이무너라서가 아니라!
조봉현 기자 chop01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