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연세대 인문학부를 합격하고도 한국외대 영어교육과를 입학했어요. 입결도 같았거든요. 저는 외대 영어교육과가 더 발전할 것이라 확신했었고 망설임 없이 외대를 선택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학생이 있나요?
지난해 한국외대(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조봉현(영어교육과 09) 군이 총장선거후보자 토론회에서 총장 후보들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그의 말처럼, 외대에서는 수년 전부터 ‘입결’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입결이란 입시결과의 준말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능 정시 점수 분포도를 뜻한다. 이러한 입결은 비상에듀, 이투스 등과 같은 주요 사립학원들의 수능 점수 배치표를 통해 윤곽이 드러난다.
외대 입결,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거니
외대 정보포털사이트 훕스라이프에는 입결에 대한 수많은 학생들의 의견이 담겨있다. ‘입결’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수년 전부터 가장 최신글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그렇게 서로 다른 과, 전공에 입학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자신이 입학할 때’의 수능 정시 점수에 비해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정시 점수가 매우, 놀라울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신기한 점은 이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는 것이다.
▲ 훕스라이프에 게재된 입결에 관한 게시물. 모두가 다른 학번, 다른 학과인데도 말하는 바는 다 똑같다.
그렇다면 ‘해마다 입결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언제부터 나오게 된 것일까. 입결 하락은 실제로 진행 중인 것일까. 입결 하락의 근원을 찾아 1976년도로 떠나보자.
위의 기사는 76년도 ‘대학·학과별 예식 성적 판명’ 기사다. 이 때 외대의 입결은 2014년인 현재와 비교해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인문사회계를 정리한 표를 보면 28위에서 우리학교 학과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40위에 중어, 46위에 상경학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학과는 47위 통계(고려대), 48위 법학(연세대), 49위 불문(연세대), 50위 행정(한양대)이다. “서울대 떨어지면 외대를 들어갔다”는 동문들의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한편 성적 분포에 따른 대학별 순위를 살펴보면 8위 성균관대에 이어 우리학교가 9위에 자리잡고 있다. 10위 서강대, 14위 한양대, 28위에는 중앙대가 명시됐다.
그렇다면 이 꿈 같은 입결은 언제까지 지속됐을까. 1976년도에서 꼭 10년이 지난 1986년도를 살펴보자.
1986년 12월 30일자 조선일보에서는 학력고사 점수에 따른 지원 가능 학과를 소개했다. 우리학교는 271~264점 구간에서 영어과가 명시됐다. 같은 구간에 명시된 대학으로는 고려대 국문 외 9개학과, 서강대 신문방송 외 3개학과, 성균관대 행정 외 3개학과, 연세대 교육학 외 4개학과 등이 있었지만 영어과 외의 우리학교 학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바로 아래에 위치한 263~256점 구간에는 경희대 경영, 고려대 교육학 외 7개학과, 서강대 독문 외 6개학과, 성균관대 사회 외 5개학과, 연세대 도서관 외 1개학과, 이화여대 국문 외 4개학과, 중앙대 경영학과가 명시된 후에야 우리학교 영어교육, 무역, 경영이 등장했다. 즉, 86년도 입결에서도 우리학교는 여전히 영어과가 매우 높은 입결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외 학과의 입결은 다른 학교에 비해 다소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과 별로 점수 편차가 커진 셈이다.
이제 20여년을 거슬러 올라와 2014년의 입결을 살펴보자.
▲ 비상에듀와 이투스의 2014학년도 수능 정시 배치표(나군). 배치표는 해마다 각 사립학원에서 전년도 입결을 참고해 만드는 ‘예상 지원 커트라인’이므로 실제 입결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976년도 기사와 1986년도 기사에서 우리학교 영어과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서강대와 성균관대의 여러 학과들은 2014년도 배치표에서 저 높은 구간에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우리학교에서 가장 입결이 높을 것으로 책정된 LD학부조차도 서강대와 성균관대에서 가장 입결이 높게 책정된 Art&Technology, 글로벌경영와 비교하면 표준점수와 원점수 모두 약 10점씩 낮았다. 결국 ‘입결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학생들의 지적은 이미 눈앞에 닥쳐온 우리학교의 현실이었던 셈이다.
우리학교 입결, 다시 살릴 수 있는 거니
“이 상황에 욕만 하고 있으면 안돼요. 미우나 고우나 우리학교잖아요. 우리가 살려야죠.”
떨어지는 입결을 걱정하며 찾아간 외대 서울캠퍼스 점수공개카페 <훕스매니아>의 카페지기(경영 13)는 침착했다. 훕스매니아는 오래전부터 이 상황을 인지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카페다. 몇 년에 걸쳐 수험생과 재학생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훕스매니아는 벌써 수차례 우리학교 입학처와 만나 대책을 의논했다. 지금의 카페지기는 지난해부터 카페를 물려받아 운영하며 우리학교를 목표로 하는 500여명의 수험생과 온오프라인으로 만났다. “우선은 우리학교의 입결을 객관적인 눈으로 봐야해요.” 그는 노트북 화면을 보여줬다.
▲ 외대 점수공개카페에서 정리한 외대 2014 수능 정시 나군 최초합 자료.
화면에 나온 것은 놀랍게도 상세한 점수가 적힌 외대 2014년 입결이었다.(위 사진에는 보안상 최소한의 점수만 실었다.) “훕스매니아는 우리학교에 합격한 수험생들의 점수를 직접 받아 정리합니다. ‘예측’에 불과한 일반 사립학원의 배치표와 달리 매우 정확합니다.” 그는 LD학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LD학부는 지난해 입학처와 학교 본부가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학부입니다. ‘외대의 리딩학과’를 만들겠다는 학교의 전략은 분명 성공했어요. 기존에 학교에서 가장 입결이 높던 국제통상학과와 비교하면, LD학부는 아예 점수 구간 자체가 달라요.” LD학부로 인해 국제통상학과나 영어학부가 원래 입결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LD학부가 처음부터 국제통상학과, 영어학부의 점수 구간보다 위쪽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곳은 영어학부와 중국외교통상학부, 융합일본지역학부입니다.” 그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영어학부가 예상보다 입결이 하락한 건 아무래도 ‘통번역’의 전문성이 학과 이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제 커리큘럼 상으로는 학생들이 어학, 문학, 통번역을 배우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는거죠. 이에 비하면 중국외교통상학부는 ‘매력적’이에요. 학과 이름에서 그 전문성이 바로 드러나니까, 수험생들이 직관적으로 커리큘럼을 파악할 수 있어요. 정말 중국 외교통상 분야에 관심 있는 수험생들이 지원하게 되죠. 표를 보시면 중국외교통상학부의 입결이 유독 올라가 있는걸 보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지역학’의 전문성을 내세운 융합일본지역학부는 왜 중국외교통상학부에 비해 입결이 낮은지 물어보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학부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융합일본지역학부는 한 번에 수험생들의 마음에 다가오는 이름이 아니에요. 정보가 부족한 수험생들에게 학과 이름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카페지기는 재차 강조했다.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좋은 입결 전략이 나옵니다.”
외대 입결, 너에게 무슨 전략이 필요한 거니
“우리학교에는 입학처와 홍보처가 따로 있어요. 입결 전략은 입학처가 짜지만, 홍보의 열쇠는 홍보처가 쥐고 있어요. 따라서 전략을 입학처와 홍보처, 두 방향으로 짜야 해요.”
<입학처 전략>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수험생 배려
훕스매니아는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전략을 수차례에 걸쳐 입학처에 전달해왔다. 학생들이 제시해온 전략은 사실 엄청난 것이 아니다.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볼 법한 작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들에는 공통점이 숨어있다. 바로 ‘수험생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 당연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에요.” 카페지기는 말을 이었다. “저희가 입학처에 전달한 첫 번째 전략은 수험생에게 정확한 입결을 제공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수험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입시 상담자는 해당 학교의 입학처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입학처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2013년도에는 입학처가 입시 상담 중 입결을 과도하게 높게 전달해, 충분히 우리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수험생들이 겁을 먹고 타 대학을 지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결국 우리학교의 학과 여러 곳이 일명 ‘펑크’가 나는 사태로 이어졌다. “수험생들을 조금만 배려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입학처에 앞으로 입시 상담 시에는 입결을 정확하게, 혹은 조금 낮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는 실제 이 요청이 반영돼 이번 해에는 서양어대학을 제외하고 큰 펑크가 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 전략은 사립학원의 재수종합반을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카페를 운영하며 신입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놀랐던 부분은,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학교는 N수생을 대상으로 한 입시 설명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실질적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절반 가량은 재수생 혹은 N수생이다. 고등학교 3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입시 설명회는 ‘반쪽짜리’일 뿐인 것이다. “많은 N수생들이 사립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합니다. 사립학원 재수종합반을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를 개최한다면 실력있는 수험생들이 더욱 우리학교 입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될 겁니다.” 정시 모집 단위에 ‘다군’을 신설하자는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실력있는 수험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경로를 더 확보하자는 것이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는 다군에서 수험생을 뽑지 않고 있어요.”
그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에 카페지기는 “선택지의 문제”라고 답했다. “지원할 수 있는 학교는 각 군당 하나 씩 총 세 개로 한정돼있는데, 심지어 우리학교는 다군을 포기해온 것이나 다름없어요. 수험생들이 우리학교에도 지원해보고 싶지만 가, 나군에 다른 학교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학교를 포기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 우리학교는 가, 나군에서만 총 739명을 모집한다. 이는 중앙대(가군 155명, 나군 223명, 다군 58명), 경희대(가군 289명, 나군 229명, 다군 54명) 등 각 군별로 분산 모집하는 타 학교에 비하면 매우 편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훕스매니아의 건의에 입학처가 움직였고, 2015학년도부터 다군 분할 모집이 시작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입학처가 전략을 수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각 캠퍼스 별로 입시 상담 인원을 따로 두자는 것과 영어 특기자 전형에서 토익 반영을 제외하자는 것이다. “입학처에서 입시 상담을 할 때 서울캠퍼스 입시 상담을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이 하거나, 반대로 글로벌캠퍼스 입시 상담을 서울캠퍼스 학생이 담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록 본분교 통합이 됐지만, 수험생들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캠퍼스 별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는 이어서 토익시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영어 특기자 전형이 있는 소위 ‘상위권 대학’에는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연세대와 고려대는 토익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영어 특기자 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에게 토익 시험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학교도 ‘외국어 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상 토익은 반영에서 배제해 상위권 대학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야 합니다.”
온라인 ‘훌리’ 모니터링 및 처벌 강화도 부분적으로만 수용된 전략이다. 온라인 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몰며 타 학교를 끌어내리고 본인의 학교를 끌어올리는 훌리건들은 오래전부터 우리학교의 ‘보이지 않는’ 골칫거리였다. “예전에는 ‘중경외시’라는 말이 없었어요. 언젠가부터 수험생들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회자되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굳어졌죠. 그만큼 온라인 상에서의 이미지 관리는 중요합니다.” 카페지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은 ‘수비 가능한’ 상황이지만 강력한 모니터링과 처벌이 필요합니다. 입학처는 건의 후 모니터링을 시행 중이라 하지만 아직 활성화 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있다. 장학금 대상자에게 장학금 수령 여부를 미리 알려줌으로써 우리학교에 등록하게끔 유도하거나(그럼 지금까지는 합격한 학생이 장학금 대상자인 것도 미리 말을 안 해줬다는 건가요? 기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추가합격자 발표 시 추가합격자가 각각 몇 번째 추가합격자인지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높은 입결 이미지를 유지하는 등 많은 아이디어들이 입학처의 수용을 기다리고 있다. 입학처의 발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적극적 <홍보처 전략>
“우리학교 홍보처는 너무 얌전해요.” 홍보처에 대해 묻자 카페지기가 돌연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이번 해부터 새로운 홍보처장이 부임했다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많은 대학이 앞 다퉈 수험생들에게 직접 다가가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학교만 책상에 앉아 ‘기존 방식’의 홍보를 고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전략은 몰라도 입시 전략만은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아요. 입시 현장은 매해마다 격동하고 있어요.” 훕스매니아는 <외대알리>를 통해 홍보팀에 건의하고 싶은 것들을 풀어냈다.
카페지기가 가장 첫 번째로 말한 전략은 바로 우리학교 새로미의 역할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현재 새로미는 학교 주요 행사에 교복을 입고 참석해 귀빈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좀 더 수험생들에게 노출되는 활동이라면 캠퍼스 투어를 담당하거나 광고 모델로서 책자에 실리는 정도인데, 이 활동들은 실제 학교 입결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는 새로미의 역할을 입결과 연결되도록 확장하거나, 새로미와는 별개로 입학 홍보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건 현장에서 수험생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수험생들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재학생이에요. 서울시립대의 경우처럼 입학 홍보단이 입시 설명회에 함께 참석해 학생의 입장에서 우리학교를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는 온오프라인의 적극적인 광고는 기본이며, 홍보영상과 슬로건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맞춰 감각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슬로건은 너무 고풍스럽다, 톡톡 튀는 슬로건을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홍보처에 전달했지만 홍보처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하지만 그는 가장 큰 문제가 홍보영상에 있다고 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다른 학교의 홍보영상을 한번 보세요.” 수험생들은 입시 설명회 시즌에 수많은 홍보영상을 보니, 자연스레 각 학교 별 홍보영상을 비교하게 된다. 더 멋진 시각자료에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러고보니 기자의 아버지도 “내가 우리 딸이랑 별별 학교를 다 다녀봤지만 외대 홍보 영상이 제일 허전해. 외대는 학교도 작은데 홍보 영상이라도 잘 만들어야지”라며 혀를 찼었다. 결국 딸은 외대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그동안 입결 전략을 구상하며 입학처가 의욕은 있는데 홍보처가 그에 맞춰 따라주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카페지기는 입결 상승이라는 목표 아래 입학처와 홍보처가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학처와 홍보처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따로 TF팀을 꾸려서라도 현장에 발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온오프라인에서의 적극적인 광고나 매력적인 홍보영상 제작은 큰 예산을 필요로 한다. TF팀과 같은 별도 부서 신설은 예산이 없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입학처와 홍보처는 한 목소리로 ‘예산이 부족해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입학처의 전략, 홍보처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학교 차원에서의 감독 역할은 필수적인 것이다.
입결 상승의 정석 ‘입학하고 싶은 학교 만들기’
입결을 올리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은 수험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내부 커리큘럼을 강화시키고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그 학교 참 좋은 학교야’라는 생각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인식시키면, 입결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학교 본부는 세부 전략은 입학처에 맡기고 전체적인 과들 사이의 균형을 살피며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략 시행에 알맞은 예산 배정은 필수다. 입학처, 홍보처뿐만 아니라 각 부서에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조정처도 입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충분한 예산이 배정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입학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훕스매니아 카페지기는 대표적인 예로 도서관을 꼽았다. “우리학교 도서관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엄청 유명합니다. 다 무너져가는 도서관이라고.” 재학생들이 손에 꼽는 우리학교의 문제점은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그 학교’의 문제점으로 여겨진다. 특히 해당 학교에 관한 소문은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자녀의 미래를 맡길 학교의 교육 환경이 엉망이라는데, 자녀를 안심하고 입학시킬 학부모가 있겠는가.
카페지기는 이런 점에서 학생회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입결 상승의 관점에서 학교와 학생회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그는 학생회의 페이스북 계정을 예시로 들었다. “홍보처가 힘들여 재정을 투입하며 하는 홍보를, 학생회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바로바로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과 연결된 친구 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힘이죠. 학생회는 단 한번이라도 이를 입결 상승에 적용시키려 고민한 적이 있나요?” 그는 이어서 학생회가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입결 상승 전략을 내놓았다. ‘제2외국어 인강 제작’도 그 중 하나다. 학교가 기자재를 준비하고 학생회가 실력있는 재학생들을 뽑아 수험생들에게 제2외국어 인강을 제공하자는 전략이다. “우리학교는 ‘외국어’대학입니다. 제2외국어 인터넷 강의는 우리의 특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수험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회가 재학생과 수험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학생의 목소리를 학교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학생회는 학교 본부를 때로는 비판하고 때로는 지지하며 함께 ‘입학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는 ‘다군 분할 모집’이나 ‘홍보 영상 제작’과 같은 세부 전략 차원을 넘어 훨씬 근본적인 역할이다.
훕스매니아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외대 학생들에게 한 마디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점공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의 과를 좋게 포장하기 위해 타 학과를 끌어내리는 학생들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우리학교 안에서 다함께 서로를 격려해야 할 학과들이 서로 헐뜯는 것은 수험생들에게는 집안싸움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무심코 던진 ‘우리학교? 별로야.’라는 말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 곱씹어보시길 바랍니다. 항상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수험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결은 외대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떨어지는 입결을 보며 욕하기 전에 딱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떨어지는 입결만큼이나 학교에 대한 내 애정도 떨어진 것은 아닌지. 예쁘고 똑똑한 후배를 받으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강유나 기자 yoonah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