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하고 싶다."
"나도."
하루에 한 번은 꼭 동기들과 나누는 대화다. 한 것도 딱히 없는데 너무 빨리 달려온 기분이 들고, 학생의 신분일 수 있는 기간은 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죽음의 팀플레이와 과제는 폭격처럼 떨어지고 숨을 조금 돌릴만 하니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쉼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필자의 이야기이고, 휴학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연은 제각기 다양하다. 취업의 압박이 슬슬 다가오는데 황량한 이력서와 지원서에 채워넣을 말이 없어 땔감을 찾으러 휴학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로 찾은 진로와 적성을 더 알아보고자 대학생활에 브레이크를 건 사람, 제대 후 남은 군 휴학 기간을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 돈을 벌고자 휴학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이들을 위해 외대알리가 소소하게나마 휴학 이야기를 가져왔다.
혹시 이거 아니..?
· 일반 휴학기간은 1회에 1년간을 원칙으로 하지만 1개 학기 이후 복학 가능이 가능하다. 재학 중 통산하여 3년을 초과할 수 없다.
· 수업일수 4분의 1선이 경과한 후에는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경우, 공식적인 문서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일반휴학을 할 수 없다.
· 신·편입생, 재입학생은 첫 학기를 휴학할 수 없다.
·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되어 휴학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모성보호 휴학’이 따로 있다. 학종지.
· 휴학 승인 후 취소는 1/4선 이전에 방문 신청으로만 가능하다.
·휴학 중에도 학점을 딸 수 있다. 휴학 기간 중 국내, 외 대학 또는 우리 대학교와 학술교류협정이 체결된 기관에서 성적을 취득한 경우, 복학 후 그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단 복학 바로 전 학기에 취득한 성적만 인정되며, 재학 중 단 한 번, 최대 6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학점에 따른 별도의 등록금이 징수된다. (;;)
· 휴학 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정해진 기간 내에 복학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된다.
휴학자 曰
휴학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도전해보고 싶어서 휴학을 하게 되었어요. 대학에 오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 취미를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어느새 의무감과 책임감에 쫓겨 가면서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그리고 또 대학을 졸업하고는 이런 자유를 누리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 내 인생에서 한 템포 쉬어가야 할 타이밍이구나 싶어서 휴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B: 졸업하기 전에 제대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C: 대학교를 다니는 4년 동안 한 번은 휴학이라는 좋은 기회를 이용하고 싶었고, 3학년까지 다니는 동안 많이 지쳐있어서 4학년이 되기 전에 한 번 숨을 돌리고 싶었어요. 쉬고 싶다는 생각과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맞물려 3학년 2학기 동안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했습니다. 이십대에 쉼표를 찍을 수 있다면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기인 것 같았고, 본격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어요.
D: 본인의 진로와는 다르게 음악 쪽에서의 자아실현을 목표로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학교 공부와는 병행하기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서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E: 하고 있던 기독교 동아리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일을 돕기 위해 휴학을 했습니다. 또 다음 학기에 중국으로 자비유학을 가려고 계획 중이라 HSK도 따기 위해 했습니다. 또 저번 휴학 때도 그랬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게 필요해서 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지금은 J 방송사의 정치부에서 인턴 일을 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위한 여러 자료들을 찾고 방송을 구성하는 CG를 의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B: 그래서 지금 대만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C: 올해 4월에 영국 런던으로 왔어요. 플랫을 구해 지내고 있고 레스토랑 서버 일을 시작했습니다.
D: 녹음실과 작업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음악과 음향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곡, 편곡을 하고 있고, 영화나 음악, 영상 등의 믹싱을 하기도 합니다.
E: 휴학을 하고 지금 계획했던 대로 동아리 일을 돕고 있습니다. HSK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중국어공부도 하고 있지만, 학교 복습은 못하고 있네요. (웃음)
휴학 전 세웠던 계획과 지금 생활이 어느 정도 일치하나요?
A: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계획과는 일치해요. 휴학하면 학교를 다니면서는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인턴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방송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기자 선배들을 보고 배우는 게 많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B: 거의 대부분은 일치합니다. 1년 동안 중국어 공부를 하기로 했고, 어학원 프로그램 4학기 중 현재 3학기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기 전에는 파트타임을 구해볼 생각이었으나 합법적으로 대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은 산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생활비 부분에서 약간 타이트해요. 그 외에는 이곳에 온 목적을 잃지 않고 생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휴학 전에는 1년 중국어 공부를 하고 대만에서 일이나 인턴을 하고 복학하여 졸업을 하고 싶었으나, 현재는 1년 중국어 공부를 마친 후 복학을 먼저 하여 졸업한 후에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C: 새로운 환경에서 독립하는 게 처음 계획이었는데, 초기 정착과정이라든지 생활리듬이라든지 차근차근 적응해나가고 있어요. 아직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D: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자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길이 보이는 정도까지는 와서 70퍼센트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계획을 짜지 않아서인지 조금 느슨해질 때도 있습니다. 휴학하기 전 상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덜 열심히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E: 휴학 전 세웠던 계획과 현재 생활은 큰 부분에서는 일치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여러 곳에서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수업을 듣지 않다보니까 의외로 생각했던 것보다 일상생활이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휴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이 뭔가요?
A: ‘새로움’을 가장 크게 느껴요. 학교에서 학문을 배우고 나름대로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학교를 벗어나보니까 매일 매일이 새로운 것 같아요. 학교 외의 사람들을 대하면서 저라는 사람에게서 새로운 모습도 많이 발견해요. 아직 휴학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그 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B: 대만의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데, 같은 또래인 대만의 대학생들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활발하게 즐겁게 꾸준히,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는지 놀라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특히 서양에서) 중국어에 관심이 있어 온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같이 중국어를 배우며 서로의 생각, 경험, 문화 등을 교류하다보면 다양한 삶을 살면서 자기가 즐거운 일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또한, 이제 대학생활을 1년 남겨두고 있으니 제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시작으로 제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싶은지 많은 고민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D: 좀 더 치밀하게 월 혹은 주 단위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 목표 하나만 설정하고 막무가내로 일을 하다 보니 가끔 힘에 부칠 때도 있습니다.
E: 휴학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중국 자비유학을 계획하는데 만약 학교를 다니면서 준비했다면 스트레스로 너무나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휴학을 하고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A: 언젠간 복학을 해야 한다는 사실? (웃음) 처음에는 아무 일정이 없으니까 자유롭고 편안했었어요. 근데 점점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 불안해지더라고요. 아무리 속으로 '좀 쉬어도 돼!'라고 생각해도 불안감은 점점 커졌어요. 남들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 같은데 나만 너무 여유로운 것 같고, 휴학을 괜히 했나도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다시 일을 하면서 바빠졌지만,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을 의미 없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내가 휴학을 선택한 것이 맞았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 힘들었어요.
B: 힘든 점이라기보다는 약간 입장이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1년 공부하기로 계획하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 1년 동안은 중국어 공부에만 매진하고 싶은데 중간 중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겨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좋은 취업의 기회가 있을 때 졸업예정자도 아니고 휴학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냥 기회를 날려버리기에는 1년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이도저도 못하고 아쉬울 때가 가끔씩 있었습니다.
C: 힘든 점이라기 보단 걱정이 많이 돼요. 내가 일 년 이상씩 쉼표를 가지는데 무언가 얻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워홀에 투자한 돈이 적지 않은 만큼 그 이상의 아웃풋을 얻어서 돌아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돼요.
D: 아직까지는 개척해 나가는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든 점 같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수입이 생겨서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간이 일정하지 않고 또 일의 양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찾아다니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 가장 힘든 점은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학교를 다니면 교수님이나 다른 친구들 때문에 억지로라도 공부를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데, 휴학을 하면 아무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지만 대신 힘듭니다.
휴학을 계획하고 있는 외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조언
A: 처음 휴학한다고 할 때,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정말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근데 저는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저만의 특별한 계획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휴학을 했고, 지금 3개월 밖에 안 되긴 했지만 처음 한 달 정도 불안함을 느꼈던 것 빼고는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남은 휴학기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기대되고요. 남들 생각이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본인만 생각해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달라서 1년이라는 시간이 누구한테는 '1년씩이나?'가 되고, 누구한테는 '고작 1년?'이 되잖아요. 자신이 전자에 해당다면 휴학 전에 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휴학을 해야 시간이 지났을 때 후회를 안 하겠죠. 하지만 (저처럼) 후자라면 너무 계획적으로 말고, 즉흥적으로 1년을 보내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휴학을 할 때 이런저런 상황도 많이 고려해야겠지만 가장 최우선적으로는 본인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B: 대학생활을 하면서 학과 공부하는 것 이외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휴학이 필요하다면 꼭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대학생으로써 학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쌓는 것과 함께 사회경험이나 다른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혀 보는 경험이 추가가 된다면 조금은 더 나은 자신만의 인생을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대학 졸업 후 취업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긴 "나의" 삶을 위해서 지금 생각해보고 해보고 찾아보게 된다면 조금은 더 나다운 선택과 함께 나다운 삶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해보고 하는 후회는 후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C: 휴학을 하는 이유가 뭔지, 휴학 때 뭘 할지 잘 생각해서 결정하시고, 준비하는 과정까지 휴학기간에 넣지 마세요. 휴학기간 동안 공부를 쉬면 그만큼 나중에 복학했을 때 책상 앞에서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휴학 때도 펜을 아예 놓지는 마세요. 그리고 몇 년 후에 본인이 원하는 자기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서 적어놓는 것도 도움이 돼요.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요.
D: 제 생각엔 누구나 휴학하기 전에 ‘휴학했을 때의 내 모습’ 에 대해서 아주 이상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하게 되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여유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휴학 전 세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학교에 시간을 투자할 때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자신의 계획과 목표달성을 위한 것들에 집중한다면 성공적인 휴학기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 휴학을 하기 전에는 학교를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나를 강제로라도 움직이고 활동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계획들, 시스템들을 잘 만들어놓으면 좋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학교를 다니는 것이 백번 좋습니다.
'휴학'은 대학생에게 주어진 일종의 찬스 아닐까 싶다. 찬스를 쓰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임무를 완수한 사람에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오히려 감탄을 할 것이다), 찬스를 쓴 사람은 또 다른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장치랄까. 치열한 삶을 사는 누군가의 눈에 당신의 휴학 기간이 의미 없는 시간 낭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그 기간 동안 당신이 경험하고 느낄 것들은 학교를 다녔다면 얻지 못했을 것들이다. 물론 인터뷰이들이 충고해주었듯 정확한 목표와 짱짱한 계획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2016학년도 2학기 휴·복학 신청은 8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다. 스트레이트 등록을 하든, 휴학 신청을 하든 당신의 하반기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
이승민 기자 tmdals30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