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9 (토)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계약학과,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학업과 생업, 이중고에 시달리는 학생들 정보 감추기에 급급한 학교

녹음이 창창하게 다가오는 3월 신입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고 대학교에 온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번만 학교에 나오는 신입생들이 있다. 어느 신입생이 벌써부터 주 1회로 수업표를 짰냐고 물으신다면, 워워, 잠시 진정하시고. 사실 그 신입생들은 우리학교 계약학과에 다니는 직장인들이다. 우리학교는 2012년 국방시스템학과를 시작으로 처음 계약학과 신입생들을 모집했다. 지금은 호텔관광대학에호텔외식관광 프랜차이즈경영학과, 호텔외식비즈니스학과 2개 학과와 공과대학에 국방시스템학과, 항공시스템학과 2개학과, 예체능대학에 향장뷰티학과 총 5개학과가 운영 중에 있다.

봉이 갓 선달, 대학본부?

그렇다면 계약학과란 무엇일까?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자사 직원의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대학에 위탁 교육을 맡기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2003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계약학과는 2009년에 규제를완화하면서 그 수가 대폭 늘어났다. 완화된 규제로 강의실, 교육 용지 등을 추가되는 학생 수만큼 마련하지 않아도 됐다. 대학본부에 교육을 위탁하는 산업체는 50%의 학비를 부담하는 대신에 정부로부터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보면 대학의 기존 구성원들만 동의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완화된 규제는 학생들을 위하기보다 학교와 업체만을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학교는 계약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생업과 학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결국 학교는 정부의 느슨한 관리를 틈타 ‘학위 장사’를 한 격이 됐다. 이에 대해 작년4월8일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는 본교와 상명대의 계약학과 실태를 취재해학교의 행정상의 잘못과 학생들이 겪은 문제점을 조명했다. 뉴스타파에서는 본교 향장뷰티학과에 대해 집중 취재했는데, 취재 도중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과에 뉴스타파 취재팀이 취재를요청하자, 학과에서는 입학생들의 인적사항이 담긴 서류들을 급하게 파쇄하고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뉴스타파 취재팀이 이를 발견했다! (와대다나다). 찾은 서류를 짜맞춰보니 4명의인적사항이 담긴 문서였고, 이들 중 2명은19살이었다. 즉,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입학원서 마감 직전에 회사에 취직해 학교에 지원 서류를 낸 것으로 보였다. 이 가운데 1명은 계약학과 신입생이 되기 위한기본 충족 조건인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학생이었다. 이는 정부에서 내려온 운영 요령을 명백히 어긴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기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과 미용학원, 미용샵 원장들이 공모해 허위 근로계약서 작성과 4대 보험 위장가입 해줬고 정시·수시로 대학에 가기 어려운 고등학생들을 유혹하여 근로자로 둔갑시켰다. 그런데문제는 학생들이 입학 후에 학교 수업을 잘 듣고 학업과 일을 잘 이어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막을 알아보니 놀라웠다.

학교에 연결시켜 준미용학원 사장들이 학생들에게 본교향장뷰티학과 입학을 대가로 몇 백만원이나 하는학원 강의를 수강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학원 홍보물을 뿌리는 데 무임금으로학원생들을 이용하기까지 했다. 또한이렇게 학원을 통해 산업체에 재직하게 된, 다시 말해 미용샵에 일하게 된학생들을 저임으로 부려먹기도 했다. 이에 견디다 못해 부정입학한 학생 중 7명이 그만뒀다고 한다.

계약학과라는 것은 원래 산업체의요구에 따라 학교에 교육과정을 설치하는 것인 데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미리 학과를 설치해놓고 미용학원 및미용샵 원장들에게 신청자를 받았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봉이 김선달같이 신입생들의 입학이 자신의 능력으로 얻을 수 물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업체들과 짜고 입학생들의 등록금을 통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것처럼 수익을 취한 것과비슷하다고 하겠다.

 

▲ 계약학과 학생들은 직장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

었다. *위 카톡 이미지는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

한 것입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학교의 서류 파쇄는 사전에 걸릴 것 만한 것들을 버리다가 우연히(?) 뉴스타파 취재팀에 걸린것이다. 학과의 이러한 처치는 그만큼 학과 운영이 떳떳하지 못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계약학과 운영요령에 따르면 재직기간이 3개월 이상이며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근로자만이 계약학과에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은 계약학과가 대학의 등록금 수익 꿀단지로변하지 못하도록 방지를 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조건은 유명무실해서 대학은 계약학과라는 꿀단지에서 꿀을 빨 수 있었다.

운영요령에는 이러한 지침만있을 뿐 이를 어겼을 시에 내리는 구체적 조항이 없었기때문이다.그러나 길게 이어진 꼬리는 잡히기마련이다. 이 꿀 냄새를 맡은 경찰이조사에 나섰고 이에 따라 본교 향장뷰티학과 교수와 용학원 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따른 결과인지산업체의 개설요청이 본부에 들어오지 않았고 2016년 올해향장뷰티학과의 신입생은 한 명도 없었다. 자세한 사정을 확인하고자 향장뷰티학과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전화를 받은조교는 자신보다는 교수가 답하는 게나을 거라는 투로 답변을 거부했고 이어 본교 향장뷰티학과 교수에게 전화를 시도하자 연결할 수 없다는 안내멘트만 나왔다.

다시 학과사무실에 연락을 하자 이제는 과사무실에조차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뉴스1에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계약학과 부정입학은 우리와 아무런관계가 없고 사실과 다르다”며 “혹시부정이 있었다면 업체의 잘못이고 이경우 오히려 우리가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측의 추가적인 부담 없이 학생들을 충원해 등록금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계약학과?

본지는 2015년에 위 기사와, ‘뉴스타파’에서 소개하듯 향장뷰티학과 논란 속에서 앞으로의 과 유지와, 신입생 선발상황에 대한 질문에 입학처 권지은 직원은 “올해는 산업체의 요구가 없어서 신입생을 받지않았다. 앞으로도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세종대학교 2016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에서도 국방시스템공학과와 호텔외식관광프랜차이즈경영학과 등은 찾을 수 있었지만 향장뷰티학과만 어디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올해에는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공지로 보인다.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는 ‘과운영요강’에 따르면 계약학과 학생들은 재학 중에는 휴학을 할 수 없다. 휴학에 대해 학적과 한영교 직원은 “휴학은학생들이 일하는 중이라서 안 되는 것으로 안다. 자세한 사항은 해당 학과에서 안다. 학교 본부는 총괄하는 입장이므로 자세한 규칙들은 해당학과에 물어봐야한다”고 답했다.

 

산업체가 마음대로 만드는 계약학과학생들의 참을성만 ‘부글부글’

계약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심정을알아보는 인터뷰를 진행했다.먼저 호텔외식 비즈니스학과 16학번 A씨를 만났다. 그는 “OT까지만 해도 설렘에 가득 찬 모습에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같이 가지고 있어요. 수업과, 일이 겹쳐서힘들기는 하지만 항상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들도 계시고, 배울 점이 많아 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힘든 일이 많이 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힘든 부분들은 주로 산업체의 ‘갑질’이었다. “산업체에서 부당한 대우가 더 늘어나요, 임금을 삭감하고 일을 시키거나, 자잘한 업무를 전부 부담하도록 만들어요.” A씨의 친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경기도 K대에 진학중인 친구는 거의 50%에 육박하는 금액을 혼자 부담해요, 그에 비하면 저 정도는양반 이지요..”

계약학과 학생의 학비는 산업체, 학생,교육기관(학교)측에서 각각 50%, 15%,35%를 납부하기로 ‘계약학과 설치요령’에 명시되어 있다. 호텔외식비즈니스학과A씨는 “산업체 측이 학생의 돈까지 가로채는 경우도 있어요.”라며 설명했다. “산업체 측에서 부담해야 할 돈을 학생에게주어야 할 월급에서 30만 원 정도 가져가버려요, 이것은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인데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참고 다니는 거죠..”

“산업체의 ‘갑질’은더 있어요. 주4일 근무로 계약되어있었지만 추가로 주5일 근무를 하도록 하고,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급제로 돌려 버려요. 또, 휴식시간과 퇴직금도 다빼 버려요, 그것에 대해 반항을 하면 여기그만두면, 학위도 못딴다는 식으로 말해요.” 이는 ‘학교 재학중 산업기관에 일하고있지 않으면 학위 수여가 안 된다.’는 계약학과 운영요령 중학위취득 조건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고, 계약학과 친구들끼리만 말할 수밖에 없는것이 답답하고, 시험 없이 들어오는대신에 제가 많은 부분을 감수해야하는 것 같아요.”라며 A씨는 힘든 자신의 심정을 전달했다.또한, 호텔외식비즈니스학과 A씨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학교, 학생, 산업체의 운영위원회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고, 주위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에 도서관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계약학과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두가 누리는 대학의 낭만 여행, MT 등조차 무슨 이유인지 부여되지 않아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계약학과인 ‘국방시스템공학과’는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계약학과의 실태를보면 ‘산업체의 갑질’, ‘학교 측의 방관’ 등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해설립한 계약학과’의 의미가 ‘학교와 산업체를 위한 계약학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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