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2 (목)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점’이 아닌 ‘선’으로의 여행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이다. 끊임없이 폭염 경보를 알리는 문자가 왔으며,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조차 힘들다고 느끼기 일쑤였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치는 여름이었다. 이런 날씨를 이겨내고 바이크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러 나선 사람들이 있다.

‘점’이 아닌 ‘선’으로의 여행

 더운 여름, 학생회관에서 세종대 이륜차 동아리 ‘두바퀴’의 멤버(컴퓨터공학과 15 이규원, 함주용)를 만났다.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 4명의 두바퀴 멤버는 바이크를 타고 일주일 간의 전국일주를 다녀왔다. 전국일주를 다녀온 일주일 중 5일 동안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이렇게 날은 덥고,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여름에 왜 굳이 바이크를 타고 전국일주를 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이를 ‘점’이 아닌 ‘선’으로의 여행이라는 매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이기 때문에 차가 없고, 버스나 택시는 한계가 있다. 기차 여행은 목적지를 향하는 느낌이다. 중간 지점에 멈추거나 다른 길로 샐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크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쭉 뻗은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고 싶다면, 그 곳으로 가면 된다. 물론 시간적 제약 때문에 마음대로 구불구불한 길을 못 달린 것이 아쉽다고는 하지만, 기차 여행이었다면 길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학창시절부터 바이크를 타고 가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엔 부모님의 반대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실행하지 못 했던 계획을 대학생이 되어 실행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폭염 경보 속에서 잔뜩 달궈졌을 아스팔트 위를 에어컨도 없는 바이크를 타고 하루 5~6시간 동안 달리며 전국일주를 한 그들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 입대하기 전 군인의 마음을 미리 느껴보고자 논산훈련소를 다녀온 두 사람

 

바이크와 함께 한 전국일주

 그들은 7월 29일, 바이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일주일에 거쳐 용인, 평택, 남자라면 다 안다는 논산의 지옥의문, 전주, 격포 해수욕장, 변산반도, 해남 땅끝 마을, 여수해수욕장, 만석리 검은 모래 해변, 순천, 부산, 감천문화마을, 경주, 대구, 문경, 단양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해냈다. 물론 4명 모두가 이 일정을 소화해낸 것은 아니다. 이 일정을 모두 소화해낸 것은 동아리 회장인 이규원 씨 한 명 뿐이다. 2명은 변산반도까지, 1명은 순천까지 함께 했다. 하루에 5~6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일정때문에 관광을 마음 편하게 못 한 것이 여행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고 싶을 땐 가고, 구경하고 싶을 땐 구경했어요. 이게 바이크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순탄하지만은 않은 전국일주

 순천에서 함주용 씨는 집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다. 전국일주를 계속하기엔 체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중에 그만둔다고 해도 돌아오는 길 역시 바이크와 함께여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함주용 씨는 집에 돌아가는 와중에 폭우를 만났다. “앞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사고가 날까봐 거의 기어가듯이 운전하고 있었어요”

 천둥 번개 속에서 마주친 대형 바이크 동호회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동호회의 도움으로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동호회의 사람들과 같이 숙소에 묵게 해주었으며, 천둥 번개와 폭우 속에서 헤드라이트가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자 밝은 헤드라이트를 가진 대형 바이크들이 그의 바이크의 주위를 둘러 싼 채 이끌어 주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홀로 여행을 계속하던 이규원 씨도 난관을 만났다. 밀양에서 해지기 직전, 출발을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헤드라이트가 꺼진 것이다. 수리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해가 졌지만 부산까지는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다가, 느리게 가는 차 앞으로 가서 속도를 맞춰서 달렸어요” 그는 그렇게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서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규원 씨의 재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라이딩은 논밭에서도 계속된다”

 

여수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

인상 깊었던 여행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이들은 입을 모아 여수라고 대답했다. “여수 밤바다는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서울의 한강 같이 보였어요” 마주하고 있는 묘도가 보이기 때문에 바다보다는 강 같아 보였다는 것이다. 생각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이걸 알고 다시 간다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단양에서의 게스트하우스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혼자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보니 그곳의 사람들끼리 여행 일정을 함께 하기도 하고 다 같이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여행을 할 때 숙소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바이크를 타고 전국일주를 다녀온 이규원(좌), 함주용(우) 학우

 

바이크, 사람들의 편견과 극복

바이크를 탄다, 하면 흔히 갖는 이미지가 있다. ‘불량하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이미지를 해소하는 것도 두바퀴의 역할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바이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단 한 번 타보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한 번 타보고 나면, 열광할만 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누구보다 보호장비의 착용을 중요시한다. 기자는 헬멧이 단지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눈과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은 이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이들에게 바이크를 타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규원 씨는 처음으로 어머님을 바이크 뒤에 태워드렸을 때라고 답했다. “반대하시던 어머님께 제 취미를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뻤어요”
고등학생 때는 많은 반대를 하시던 어머님이, 대학에서 보호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타는 것을 보시자 인정해주셨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주위 사람들의 인정도 하나씩 받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주위에서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접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건전한 취미로서 바이크를 즐기며, 전국일주까지 다녀온 그들이 멋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바이크를 통해 즐기는 자유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들이다. 이글을 읽는 모두 바이크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빛나도록 열중하게 만드는 취미를 하나쯤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머님을 처음으로 태워드렸을때요.제 취미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어요”

 

글/사진= 김하늘 기자 haneul@sejongal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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