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5 (수)

대학알리

서울시립대학교

당했네 스포일러, 망쳤네 문화생활

마불편(가명)씨의 휴대폰에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없다. 정확히는 있었지만 지워버렸다. 요즘 같은 시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불편을, 왜 불편 씨는 굳이 감수하는 것일까?


이유는 지난 4월 26일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때문이다. 잦은 야근으로 인해 좀처럼 영화를 볼 시간이 없는 불편 씨는 돌아오는 다음 주말 엔드게임을 보기 전, 자그마한 스포일러의 가능성마저 허용하지 않기 위해 세상과의 두 다리를 스스로 끊어버린 것이다.


이런 불편 씨의 이야기가 그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어벤져스와 같은 대작 영화가 개봉할 때면 스포일러 하려는 자와 스포일러 당하지 않으려 하는 자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스포일러”의 어원은 “망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spoil”에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접미사 “~er”를 결합한 “spoiler”로, 현재는 소설이나 영화 등의 줄거리를 그것을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 발설하는 사람 또는 그 행위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상에서 일종의 밈이 되어버린 “절름발이가 범인” 등의 발언이 이에 해당한다.


“망치는 자”라는 뜻에 걸맞게, 스포일러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문화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뚝 떨어뜨려 버린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인공이 다음 순간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보는 재미가, 그리고 한껏 고조되는 장면이, 그 결말을 알아버림으로 인해 시답잖은 장면 중 하나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스포일러는 사람들 사이에서 금기시되고 있지만, 이를 즐기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이런 스포일러를 즐기는 부류로 인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년 11월 남극의 과학 기지에서 소설의 스포일러로 인한 시비 끝에 동료에게 칼을 휘두른 엔지니어의 경우도 있었고, 최근에는 홍콩의 영화관에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한 남성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문화생활을 망쳐버리는 스포일러 행위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스포일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완전히 스포일러를 차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스포일러가 이루어지는 주된 공간인 SNS나 메신저 등을 일일이 검열해 스포일러에게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 밖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스포일러는 더더욱 막을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스포일러 없는 더욱 즐겁고 유쾌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문화생활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스포일러 등의 행위는 지양하는 성숙한 태도가 촉구된다.

 

글, 그림 시대알리 이승록 기자
rokja97@naver.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